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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문화 미래칼럼, 과학기술의 성취에 묻혀 잊혀진 과학적 사고   글쓴이 : kopsa     날짜 : 05-01-26 08:30     조회 : 4742     2005년 1월 24일 과학문화재단 “과학문화”의 미래칼럼에 실린 강박사의 원고입니다.  과학기술의 성취에 묻혀 잊혀진 과학적 사고        인도양 쓰나미는 15만 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갔다. 지진학을 탄생시킨 1755년 리스본 지진을 상기시킨다. 위엄을 자랑하던 포르투갈 제국의 리스본은 지진과 화재 그리고 쓰나미로 폐허로 변했다. 리스본에서만 25만 인구 중에 6만 명 이 상이 사망했다. 이 지진은 죄를 지은 인간에 대한 신의 벌로 치부되었고 교회는 속죄를 강요하였다. 이때 인간이 스스로의 힘으로 버티고 일어서겠다는 용기를 갖게 된 것은 바로 자연은 자연 법칙을 따르는 자연 과정에 의해 작동한다는 자 연주의적 과학의 기운이었다. 과학은 지진이 자연 현상임을 일깨워 주었다.  이들은 베이컨, 뉴턴의 전통을 따라 과학적 방법으로 지진을 연구하기 시작하였 다. 과학은 인간과 신의 관계뿐만 아니라 사회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과학적 방 법의 근본은 정직성과 객관성이다. 자료 하나 하나가 정직하고 객관적인 사실적 근거에 바탕하고 자료의 일반화와 가설의 예측성은 논리적 오류가 없이 객관적 으로 추리돼야 한다. 이 사실적 근거와 오류가 없는 추리라는 과학적 사고는 사 회의 온갖 미신, 편견, 무지를 깨우쳐 인간이 인간답게 하는데 기여하였다.        과학은 그동안 기술을 통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인구의 식량, 의료, 에너지를 해결해 왔다. 그러나 날로 발전하는 과학기술의 시대에 그 성취에 묻혀 그 근본 인 과학적 사고는 잊혀진 것 같다. 인간성을 황폐화시키기까지 하는 운명에 의지 하고 운명의 탓으로 돌리는 점술이 이렇게 부끄럼 없이 양지로 나선 적이 없다. 조금만 둘러보면 눈에 띄는 골목의 점집만이 문제가 아니다. 유수의 언론 매체까 지 점술업과 제휴하여 영업행위를 한다. 점술 예언을 신봉하는 정치학 박사의 비 결서가 인기를 끌더니 죽은 자와 대화하고 투시하여 병을 알아낸다는 외국 심령 술사의 예언서까지 베스트셀러 목록에 올라 있다. 대학에서는 점술의 과학적 타당성 논문까지 만들어 이들을 부추기고 있다. 예컨 대 2001년 모 대학 경제학 교수는 ‘재운이 부자를 만드는가?: 사주가 소득에 미 치는 효과 분석’ 을 학술회의에 발표하고는 방송에까지 나와 홍보하였다. 사주의 재운 예측이 실제 소득과 상관성이 있다는 것이다. 2004년 모 월간지는 또 다른 논문을 근거로 ‘이혼 가능성 높은 사주 따로 있다’는 기사를 10쪽이 넘게 실었 다. 이들은 과학이라면 응당 그렇게 해야 할 사주 예측의 정의를 내리지 않은 채 그럴듯한 통계 분석으로 과학인양 보이게 했다. 어린아이 주사위 던지기로도 이 런 식 상관관계는 찾아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과학적 사고의 실종이 어느 정도인지는 신행정수도 선정 기준에 채택된 배산임 수(풍수)가 말해주고 있다. 풍수는 좋게 말하여 인간을 자연의 부분으로 간주하 여 자연과의 합일을 중시한 전통 사상의 맥이 이어져 온 것이다. 배산임수는 당 시의 인간이 그러한 구도 속에서 도달한 상식적 지혜이다. 그러나 풍수에는 또 다른 전통 시대의 강력한 믿음이 들어 있다. 그것은 자연 속 인간의 운명이 자연 의 패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술적 요소이다. 풍수는 상식과 점술의 온전한 혼합체이다. 우리 국민이 과학으로 인간과 국가의 운명 예측을 도출할 수 없다는 간단한 이해조차 없다는 사실보다 놀라운 일은 없다.    필자는 인터넷상에서 우리의 과학도, 과학 전문인의 실제 사고와 행동이 이들이 매일 매일 연구에 적용하는 과학적 사고와 얼마나 괴리되었는지 발견하고 놀란 다. 사실적 근거와 오류가 없는 추리의 논증을 통해 자신의 의견을 제시하기가  이렇게 어려운 것인가? 저마다 과학 지식을 자랑하지만 자신에 유리한 근거만을 제시하거나 한두 가지 근거로 일반화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그 중에는 어렴풋이 아는 근거로 조작하기도 한다. 정황적 논증이나 피장파장 오류를 넘어 인신공격 이 비일비재하다. 이것은 우리 사회 이해 집단 간의 다툼에 그대로 반영돼 있다.  한 신문에는 이번 인도양 쓰나미 피해가 산업 혁명이후 인간의 자연 파괴와 자 본주의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커다란 글이 실려 있다. 생태주의자의 논리이다. 화 학 비료, 살충제, 핵 발전, 유전자 변형 식품, 수돗물 불소화, 부작용이 많은 현 대 의약품 등 이들의 과학 공격이 거셀수록 과학과 과학인의 위상은 낮아지고 있다. 그렇다고 이해 집단 간의 다툼 형식을 빌려 이들 주장에 내포된 일부 허구 성을 지적하는 것으로는 항상 그렇듯이 국민의 설득에 실패할 것이다. 어떤 경우 에도 정직하고 객관적인 과학적 사고에 기초한 접근만이 유효하다. 과학인은 과학기술에 필연적으로 동반하는 혜택과 위험의 상보성을, 그리고 과학 자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노력을 알려줄 필요가 있다. 그래서 현재까지 연구된 혜택과 위험 자료를 가감 없이 제시하고, 여기에 당장 과학적 근거는 없지만 추 리할 수 있는 잠재적 위험을 포함하여 국민의 판단을 구하자. 이때 국민은 어떤 선에서 위험을 감수하고 혜택을 취할 것인지, 어떤 경우에 미래 세대를 위해 잠 재적 위험까지 고려하여 어떠한 어려움이 있더라도 가능한 대안을 수용할 것인 지 결정할 것이다. 과학적 사고는 우리가 인간답게 살고, 사회의 갈등 구조를 해 소하고, 최선의 과학기술의 혜택을 누리도록 돕기 위한 과학의 정신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