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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과학신문, 신행정수도 선정, 배산임수(背山臨水) 유감
  글쓴이 : kopsa     날짜 : 04-07-19 12:06     조회 : 4823    

2004년 7월 19일자 "과학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신행정수도 선정, 배산임수(背山臨水) 유감
(강건일 전 숙명여대 교수. 과학평론가)

美 레이건 대통령 시절, 대통령의 비서실장으로 있던 사람이 대통령의 일
정을 점성술사가 조정하고 있다고 폭로하여 여론의 뭇매를 맞은 적이 있
다. 낸시 여사는 대통령이 암살 기도자의 총에 맞아 사경을 헤매고 난 뒤
에 걱정을 없앨 목적으로 시작한 자신의 사적인 프로젝트였으며 그 날의
운세에 따라 약간의 일정 변경은 있었으나 대통령의 정치적 결정에 영향을
준 적은 결코 없었다고 변호하였다. 레이건은 얼마나 어려움이 있었으면
이렇게 했겠는지 모든 것이 괜찮다고 부인을 위로했다고 한다. 

그러나 美 대통령 부인의 정신적 성숙이 이 정도인지, 진정으로 대통령 자
신은 몰랐겠는지, 중요한 정치적 결정에 점성술사의 예언이 참고되지 않았
을지 비판으로 남아 있다. 지금은 작고한 영국의 노벨상 수상자 페루츠는
레이건 부부를 과학의 법칙을 모른 채 과학 기술의 성취에만 익숙해 있는
오늘을 나타내는 사례로 표현하였다. 과학과 기술이 나온 근본, 즉 사실적
근거와 오류가 없는 추리라는 과학적 사고의 망각이 점성술을 위시한 온갖
비합리적인 것들을 믿게끔 만들었다는 것이다.   

우리의 정치인이 역술인, 무속인을 찾는다는 이야기는 그 동안 신문, 잡지
에 오르내렸으나 점술인의 과장 광고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 왔다. 그런데
노무현 정부가 들어서며 직접 정치인이 한 말이라는 것들이 보도되고 있
다. 대선때 박모 전의원이 풍수에 정통한 역술인의 자문을 구해 노 대통령
의 당선을 정확한 표차까지 미리 알았다거나 17대 총선에서도 정모 의원이
풍수 전문가로부터 확보 의석 수까지 들었다고 한다. 신행정수도 선정 직
전 김모 의원이 후보지 평가에 풍수 요인도 포함시켜야 한다고 다그치고
추진위 부단장이 확인해 주었다는 대목에선 이들이 진심이라는 것을 의심
할 여지가 없다. 

신행정수도 선정에 풍수는 '배산임수(背山臨水)'라는 평가 항목으로 처음부
터 들어가 있었다. 배산 임수란 뒤에는 산을, 앞에는 하천을 둔 전통 촌락
의 입지 구성을 의미한다. 이렇게 하여 산에서 땔감을 얻고, 농사에 하천의
물을 이용하고, 자연 경관 속에서 살았다는 것이다. 또한 배산은 차가운 바
람을 막아 주고 임수는 배수가 용이하다는 식으로 말하기도 하는데 이것이
오늘날에도 적용되는지를 떠나 신행정수도 입지 평가 항목에는 풍수해, 배
수 여건, 지반 안정성 등을 평가하는 '지형 조건'이 따로 설정돼 있다.

신행정수도 입지 평가 기준에 관여했던 국토연구원의 한 연구위원은 국민
적 정서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채택하여 풍수 항목을 설정하였으며 적
절히 배산임수로 표현했다고 전해 주었다. 그러면서 그는 풍수지리학도 있
는 만큼 미신이라고 규정할 수는 없지 않느냐는 말이었다. 평가위원회의
한 핵심 위원도 배산임수는 지리학 교과서에도 나오는 내용이며 반드시 풍
수론이라고 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이들의 배산임수가 흔히 미신으로 치
부되는 풍수론이 아닌 무엇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
인다. 

풍수는 인간을 자연의 부분으로 간주하여 자연과의 합일(合一)을 중요시하
는 전통 사상을 배경으로 한다. 배산임수는 옛 사람들이 그러한 구도 속에
서 도달한 상식적 지혜이다. 그러나 본래부터 풍수에는 자연 속 인간의 운
명이 자연의 패턴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는 점술적 요소가 들어 있다. 다시
말해서 풍수는 상식과 점술의 온전한 복합체이다. 과거 왕조의 도읍을 결
정할 때, 현재도 집터나 묏자리를 고를 때 그리고 신행정수도 건설에 참여
한 것으로 보도된 풍수지리학자도 다른 것이 아닌 이 풍수를 말하고 있다.
어떤 원리로 분석하건, 풍수의 예언적 요소는 서양의 점성술과 마찬가지로
과학이 아니다. 예측성이 없다. 이러한 풍수를 한 나라의 경영에 활용할 수
있겠는지 판단은 어렵지 않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