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티즘/미스터리

'감응마술적 동기감응'   글쓴이 : kopsa     날짜 : 99-11-18 05:00     조회 : 5191     감응마술적 동기감응     역학 연구가라는 충남대 언어학과 성철재 교수는 '[생활 속의 역학 이야기] 동기감응' (한국경제신문 1998년 10월 9일자)에서 "음택풍수의 가장 큰 원리로 동기감응을 든다"며 중국 고사로 시작하였다. 한나라 때 미양궁에 커다란 구리로 만든 종이 있었는데 그 원료는 서촉에 있는 구리 산에서 나온 것이다. 하루는 누가 건드리지도 않았는데 이 종이 저절로 울려 황제가 연유를 알아본즉 서촉에 있는 구리 산이 붕괴된 때문이었다.  이에 황제는 "미천한 물질도 감응하는데 하 물며 인간에 있어 서랴"라고 찬탄했다는 것이다.  1. 성철재 교수의 동기감응   성교수는 이 고사를 사실화하여 같은 혈족간의 연결도 마찬가지라고 전개했으 나, 과학과 이성의 눈으로 보면 고사 자체가 허점 투성이다. 우선 구리 산이 붕 괴될 때에 구리종이 울렸다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자. 그런데 둘 사이에 인과관 계가 성립한다는 증거가 없다. 정말로 그 구리 산의 구리를 원료로 하여 만든 이 세상의 모든 종이 울렸을 것인가?  과학자라면 누구나 이를 우연의 일치라고 말할 것이다.    다음에 성교수는 "미천한 물질도 감응하는데 하물며 인간에 있어 서랴"고  만 물의 영장인 인간에게 어찌 동일한 현상이 자명하게 일어나지 않을 것인가, 상 상시켰는데, 설혹 구리에서 이런 일이 실제 일어났다고 가정하더라도 인간에게 일어나리라고 말할 수 있을까?  그는 이 모든 것이, 그가 동기감응이라고 부른 것이 사실이라고 암시한 다음에 이어서 세상 만물과 인간에 적용될 법한 그럴듯 한 과학적 근거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이러한 동기감응의 원리는 인체의 구성물질 중 방사성 동위원소가 존재한다 는 데서 출발한다. 유전자를 상당부분 공유하는 동일혈족 사이에서는 이 원소가 내는 파의 파장이 동일한 것이라는 가정이다. 이 대목에서 음향학의 공명이론이 또한 첨가된다. 어떤 시기 바람의 주파수가 콘크리이트 구조물의 자연주파수와 일치하면 상호 공명하여 붕괴될 수 있다. 미국 시카고의 한 다리가 그 실례를 제공한다...."   성교수는 동일 혈족 사이에는 유전자를 상당부분 공유할 것이라고 하였다. 인 간은 약 10만개의 유전자를 갖고 있는데, 약 2백만 쌍의 뉴클레오티드에 해당된 다. 우리가 유전자 분석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유전자가 개인에 따라 전부 다른 것이 아니라 DNA 패턴의 차이는 최소한이며 서로 관련 없는 사람간에 단지 0.1% 에서 차이가 나타날 뿐이다.   또한  동일 혈족이라고 해도 얼마나 같은 유전자를 공유하는지는 간단하지 않 다.  할아버지와 손자를 예로 들면, 자식은 부, 모 양측으로부터 반, 반씩 유전자 를 이어받는다. 할아버지의 유전자가 그대로 손자에게 전달되는 것이 아니라 할 머니의 것과 섞여 아버지에게 전달되고 다시 어머니의 것이 포함되어 손자에게 전달된다. 이런 어림 계산으로, 할아버지의 특징적 유전자의 4분의 1만이 손자에 게 전달된다. 이렇게 보면 이웃집 할아버지와 다른, 친할아버지의 특징적인 유전 자를 손자가 갖는 수는 더 적어진다.   사실상 동일 혈족 사이의 전자기파 공명문제는 유전자, 즉 DNA  보다는 유 전자의 지배를 받아 구성된 인체와 관련되었다고 보는 것이 좀 더 적절할 것이 다. 전자기가 DNA가 아니라 세포의 모든 구성성분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이 때 예를 들어 체형은 유전적 영향도 받지만 환경의 영향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진 다.  영양이 좋은 환경에서 자란 아이가 키가 크지 않은가. 이렇게 보면 전자기 파와 관련된 할아버지의 특징은 손자에 와서는 더욱 줄어든다.   유전자건 세포구성 성분이건, 이것은 할아버지의 것이 온전히 남아 있을 경우 이다. 할아버지의 시체가 썩어 물질 구성의 온전성이 파괴되면 동일한 유전자 운운은 근거를 잃게 된다. 이런 개략적인 설명을 보아도 성교수가 '동일 혈족 사 이의 상당부분 유전자 공유'로 말하려는 내용이 얼마나 부정확한지, 그리고 별 의미 없는 사실임을 알 수 있다. 2. 그래서 전자기파가 나왔다고 해도   여하튼, 할아버지의 시신에서 전자기파가 나왔다고 하자. 전자기파는 공간에 멀리 쏘아질 수 있다. 그러나 '강력한 전파'라는 말이 있듯이 전자기파는 진폭과 진동수에 의해 결정되는 에너지가 있다. 에너지가 커야 멀리까지 전달된다. 불빛 이 마냥 멀리 비추여지는 것이 아닌 것 같이 전자기파라고 하여 무한대로 전달 되는 것이 아니다. 또한 주위에 장애물이 있으면 흡수되고 차단된다.   이 때문인지 모르나, 성 교수는 방사선을 언급했다. 좀 더 강력하지 않겠느냐 는 의미로 해석해 본다.  DNA 또는 세포를 구성하는 성분의 C, H, O, N, P 등 등 천연원소에는 방사성 동위 원소도 포함할 수 있지만, 헤아릴 수 없을 만큼 적은 양이다.  의미를 두지 않는 양이다.    여하튼, 그곳에서 방사성 붕괴에서 나오는 어떤 것을 상상하여 예를 들어 전 자, 중성자, 감마선 등이 나온다고 하자. 그러나 앞서 말한 대로 방사선의 점에 서 할아버지와 손자 사이에 어떤 특징적 공유성이 있을지 생각지 않고도 몸 안 의 이들 입자 또는 선의 에너지는 대단히 적기 때문에 주위에서 흡수되고 만다. 또한 장애물에 부딪쳐 차단된다. 이것이 몸밖으로, 무덤 밖으로 뚫고 나와 방송 국에서 내 보내는  라디오파 처럼 공중으로 쏘아 질 수 있다고 상상하는 것일 까?   설혹 그런 전자기파가 공중으로 쏘아 올려진다고 가정하자. 그래도 흔히 수 맥에 훼손된 조상의 시신과 관련하여 말하듯이 그것이  어디 있는지 모르는 자 손을 찾아내어 관절염을 앓게 하고, 나무에서 떨어지게 하고, 교통사고를 당하게 하여 다리를 절게 만드는 등 나쁜 일만을 골라 저지를 수 있겠는가? 이 황당한 불운은 구태여 말하지 않고,  무수히 많은 종류의 엄청나게 강한 전자기파의 환 경 속에서 어떻게 할아버지의 전자기파가 손자의 전자기파를 찾아낼 수 있는지 이해하기가 어렵다.   이와 관련하여 성 교수는 공명을 말했다. 혈육간에 전자기파에 유사성이 있어 공명할 수 있다는 것이다. 두 개의 파동이 서로 만날 경우 마루와 마루 또는 골 과 골이 합쳐질 경우에 진폭이 커진다. 이것을 보강간섭이라고 한다. 그러나 마 루와 골이 합쳐질 때는 서로 상쇄되어 진폭이 사라진다. 두 개의 파동이 만나 보강간섭이 일어나는 상태를 공명이라고 부른다. 이때 보강 간섭에 의해 진폭이 커지니, 파동의 에너지는 크게 된다.    이러한 공명이 서로 같은 진동수를 가진 파동에서 쉽게 일어난다는 사실을 이 해할 수 있다. 성교수가 시카고의 어떤 다리라고 말한 것은 1940년 '타코마 내로 우스(Tacoma Narrows)' 다리의 붕괴를 말하는 듯 하다. 이 다리의 붕괴원인이 바람의 진동수가 다리의 천연 진동수와 일치하여 보강간섭에 의해 큰 힘을 다리 가 받았기 때문이라는 것은 잘 알려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구체적 예로 아무리 동기감응을 정당화하려 해도 그것은 과학 의 눈에 아무 근거도 없는 허무맹랑한 것으로 드러날 뿐이다. 혈육간 얼마나 유 사할까? 그 유사성은 동일한 진동수로 나타날까? 전자기파가 공중에 발사될까?  그것이 어디에 있건 자손의 파동을 만나 공명할까?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이 자 손의 불구로 이어지는가?  이 수 많은 불가능을 모두 증명된 사실인 것처럼 믿 을 과학을 아는 사람은 없다.      동기감응을 말하는 사람은 다 마찬가지지만, 성교수의 경우  단지 음택 미신 을 합리화하려는 시도라고 밖에 볼 수 없다. 인용문구에는 없지만, 성철재 교수 칼럼의 마지막 부분을 음미해 본다. "가까운 근세에만 해도 우리 한반도 민심의 저변에는 우리 고유의 전통사상으로 채워져 있었다. 풍수나 불교, 도교적 색채도 그에 일조 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 모든 흐름을 미신으로 치부해 버린다면 우리의 핏줄 자체를 부정하는 것과 다를 바 없다."   필자는 미신은 인간이 부정할 수 없는, 인간의 핏속에 녹아 있는 본성이라고 본다. 그러나 그것은 바람 내지 믿음일 뿐, 과학은 아니다. 우리의 전통사상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해야지 사실이 아닌 내용에 과학의 옷을 입힐 수는 없다.   더욱이 대부분의 미신은 인간성의 피폐와 비합리적인 생활태도를 초래한다. "묘자리에 액운이 끼었다"는 무속인의 말을 그대로 믿고 액운을 풀기 위해 엄청 난 돈을 바치는 사람도 있는데,  대학교수의 이름으로 동기감응을 말하며 이를 뒷받침할 때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에 현혹될지 생각만 해도 무섭다.  3. 감응마술   동기감응이란 감응마술(sympathetic magic) 또는 이미지(image) 마술을 거짓 과학용어로 표현한 것이다. 감응마술의 예로 왁스나 진흙으로 만든 인형(부두 인 형, voodoo doll)을 핀이나 바늘로 찔러 이 인형이 상징하는 실제 인물에 괴롭힘 을 줄 수 있다고 믿은 부두인형 미신이 잘 알려져 있다. 인형에 상처를 줄 인물 의 옷 조각, 머리카락, 손톱 또는 발톱 조각 등 무엇이든지 넣든지, 그 인물을 닮도록 형상화하여 이런 짓을 저질렀다.   부두인형은 기원전 12세기 람세스 3세의 통치하에 있던 이집트에서도 발견되 는, 역사가 오랜 미신이다. 그리스인과 로마인도 이에 익숙하였으며 그리스의 테 오크리투스(Theocritus)가 인형 형상을 놓고 마술적 의식을 행하여 적을 죽였다 고 알려져 있다. 중세기의 예로는 1558년 포르타(Baptista Porta)가 < 자연마술  (Magiae Naturalis) >에 기술한 '마술 바늘(magic needle)'에 관한 내용이 있다.    포르타는 두 개의 바늘을 동일한 하나의 철조각을 처리하여 만들어 그것을 자 기화 시켜 나침반 바늘처럼 회전 축 위에 위치시켰을 때 두 개의 나침반이 서로  아무리 멀리 떨어져도 같은 방향을 가리킬 것이라고 적었다.  프랑스 리슐리외 추기경(Cardinal Richelieu of France)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적혀 있다.   유사한 것끼리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상상적 유추가 바로 마술적 믿음, 미신 의 근본이다. 둘 사이를 연결하는 끈은 마술적 힘이다.  같은 혈육, 다시 말해서 조상과 후손 사이에는 서로 연결되었으며 조상 묘소를 잘 모시도록 경계하였건 어떻게 하였건 조상 시신의 잘 못 모심은 후손의 불행으로 나타난다는 상상적 믿음은 자연스럽다. 그러나 이것은 믿음일 뿐 과학이 아닌 미신이다. 그런데 두 연결사이에 작용하는 힘은 감응 마술적 힘임에도 불구하고 성교수는 거짓 과학 의 옷을 입혀 동기감응, 전자기파, 공명 등등의 용어로 과학처럼 말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4. 참고 1) 강건일, 신과학은 없다, 지성사, 1998. 2) James Randi, The Supernatural A-Z, Brockhampton Press, London, 19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