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티즘/미스터리

'풍수(風水), 양택과 음택'   글쓴이 : kopsa     날짜 : 99-11-16 12:57     조회 : 6131     풍수(風水), 양택과 음택   국사책(고등학교 교사용 지도서)에는 풍수지리설은 "산세, 수세를 살펴 도읍, 주택, 궁궐, 능묘 등을 선정하는 일종의 상지학(相地學)으로서 그 선정한 지역의 쇠왕, 순역에 따라 국가나 인간의 길흉화복이 영향을 받는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라고 기술되어 있다. '국가와 인간의 길흉화복'이라는 미래 예언적인 요소를 떨쳐버릴 수 없는 것이 풍수라고 생각된다. 1. 풍수, 양택   풍수의 역사가 적힌 외국 책을 찾아보니, 기록상으로 보아 기원전 2세기 중 국에서 시작되었다고 적혀있다. 여러 가지 사상이 복합되었다. 첫째로 우주 (cosmos)의 전일적 본질을 강조하며 자연의 패턴을 중시하는 도교사상(Taoism) 이 가미되었다. 이때 인간은 소우주(microcosm)로서 도(道), 즉 우주를 반영한다. 둘째로 자연의 패턴에 따라 점치는 방법이 가미되었다. 셋째로 점성술, 수비학, 기타 중국에서 사물의 올바른 장소를 결정하는 방법이 가미되었다. 이것은 중국 인이 항상 위치(장소)에 관심을 두는 것과 관련된 것이다.   기원 300년경에 풍수는 두 갈래로 갈라졌는데, 그 하나는 자연경관에 기초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점성술적 인자, 역경의 궤, 오행 그리고 다른 요소를 고려한 것이다. 11세기 풍수에는 좀 더 형이상학적인 세밀한 구별이 가미되었다. 여하 튼, 전자에 속한 풍수를 말하는 이가 최창조 전서울대 교수인 것 같다. 그러나 실제 풍수가들은 두 갈래를 모두 복합한 것처럼 보인다.  '   '풍수인테리어 개척 이성준씨' 기사(조선일보 1998년 5월 18일)를 보아도 그렇 다. 이성준씨는 명당이라고 알려진 곳을 찾아보고 후손들의 현재 생활을 역추적 하여 풍수에 대한 지혜를 얻었는데, 음택(묘지의 풍수)이 30%이하, 양택(집의 풍 수)이 80%이상의 효험이 나타난다는 결론을 얻었다고 한다. 아마도 음택 풍수사 는 다른 말을 할 것 같지만.  또한 요즈음 양택 풍수사의 활동이 활발한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풍수인테리어는 가족의 사주, 풍수의 원칙, 집의 형태 등을 다각적으로 고려, 바람직한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그는 "풍수란 유별난 것이 아니라 모든 사람이 좋다고 생각하는 상식선 상의 판단이다"라고 하는 좋 은 아이디어를 가졌으나 풍수의 미신적 색채를 버리지 못했음을 알 수 있다.  사실상 풍수는 상식과 미신의 복합체이다. 시사민주(1998년 11월 4일)의 주택에 관한 다음과 같은 내용을 보아도 알 수 있다. .   "주택의 대 길상지는...즉, 북쪽에는 산이나 높은 언덕이 있고 동쪽(왼쪽)에는 물이 흐르는 내가 있고 서쪽 (오른쪽)에는 크고 긴 도로가 나 있어야 하며, 남쪽 에는 맑은 물이 고이는 연못이 있거나 또는 평지로 확 트여야 하는 것이다. 집 이 앉을 자리(또는 앉은자리)는 네모가 반듯하고 고르면 길상지형이고, 요철이 심하면 흉상지형이라고 본다."   여기까지는 필자가 보기에도 과학적으로 따져볼 필요가 없는 상식선의 지혜라 고 생각하고 싶다. 풍수의 정의만 해도 그렇다. "건강하고 번창하기 위해서는 대 지와 조화를 이뤄야 하며 만물에 존재하며 대지와 자연을 통하여 흐르는 기의 혜택을 받아야 한다. 또한 음과 양의 기가 조화를 이뤄야한다.  기의 흐름과 음 양의 조화는 경관의 모양, 물과 식물의 존재 여부, 기후조건 그리고 건물과 그 안 구조물의  위치와 모양에 의해 영향을 받는다." 어디에도 지나친 잘못이라고 말하고 싶은 구석이 없어 보인다.   그러나 계속하여 기사를 읽으면 놀라움을 발견한다. 여러 형식화된 기술이 다 그런 것이지만 특히 눈에 들어오는 다음과 같은 내용이 있다. "집터가 요철이 심 하면 도난 사건이 자주 발생한다, 또한 가정불화와 재난이 많고 급사하는 경우 도 있다. 집터의 왼쪽이 넓고 오른쪽이 좁으면 자손에게 액이 있다. 집터의 북동 쪽에 결함이 있으면 불구자가 나며 자손에게 장애가 많다. 집터의 북서쪽에 낮 은 산이 있으면 귀머거리가 나며 부인은 혈액형. 당뇨병이 생기고 유산을 많이 한다. 집을 물이 흐르는 방향에 지으면 재산이 소모되어 점차 망한다."   이 기사는 이런 내용들을 그대로 사실인 것처럼 적었으나 실제로는 풍수가 얼 마나 흉악한 미신인지 알려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실제 풍수가들이 그렇게  하 고 있다는 다른 증거도 있다. 1998년 11월 6일 KBS(2)의 '미스터리 추적'에서는 양택풍수에 관한 내용을 다루었다. 방송안내에는 "여러분이 살고 있는 집터에도 명당과 흉터가 있다. 집안구조를 잘 못씀으로 화를 당하기도 하고 구조를 바꿈 으로써 아들을 얻기도 한다는데..과연 집터와 집 구조는 우리 인간의 삶에 직접 적인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인지...."라고 되어 있다. 그리고 실제 방영된 내용을 보니 그렇다는 것이다.   추적이 아니라 미신 홍보 프로그램이었다. 어떻게 좋은 풍수 나쁜 풍수를 가 려내는지를 살펴보니, 방향을 알기 위해 나침반을 사용하고 주위 경관을 살피는 경험적 상식적인 접근을 하는 것 같다. 하늘의 양기, 땅의 음기는 그대로도 알 수 있는 것 같으나, 프로그램에서 풍수가들은 앨-로드(L-rod)를 사용하고 있었 다. 이 도구로 수맥뿐만 아니라 음양의 기운과 흐름도 헤아릴 수 있는 모양이다.    여하튼, 이런 것을 공영방송이라는 KBS에서 내 보내고 있다니 이해할 수 없 는 일이다. 문제 제기의 결과 방송위원회에서는 이 프로그램에 대하여 시청자 사과 명령을 내렸는데, 방송에서 충실히 사과방송을 내 보내는 것을 발견하였다. 1999년 들어 방송가이드라인이 채택되어 이런 프로그램이 감소되었으나 방송 기 획자, PD, 그리고 작가의 과학에 대한 이해가 없이는 근본적인 치유가 불가능하 다고 생각된다.  지금도 초정상에 대한 프로그램은 변함없이 방송을 타고 있다.   2. 음택   묘소와 관련된 음택에서 "조상의 묘소를 잘 써야 후손이 번창한다"는 믿음은 풍수 그 자체를 구성하는 믿음이다. 문화일보(1999년 6월 10일)에는  '묘자리 액 땜기도 무속인 1억 가로채'가 올랐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무속인)는 지난해 9월 서울 중랑구 중화동 자신이 세 들어 살던 집에서 주인 이 모씨에게 '남편의 묘 자리가 나빠 액운이 끼었다'고 속여 액땜 기도 비로 ..모두 1억4천여만원 상당의 금품을 가로챈 혐의."  이와 같이 "묘자리가 나빠 액운이 끼었다"는 것이 흔한 음택의 요소이다.   정치인들의 조상 묘소에 이어 충무공 묘소, 조선조 왕릉의 묘소 훼손 사건이 일어났다. 식칼과 쇠말뚝을 꼽았다는 것이다. 실제 누가 무엇 때문에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해석이 분분하다. 앞서 말한 대로 가장 일반적인 해석이 무덤과 관 련된 후손에게 저주를 목적으로 한 흑마술적 해석이다.   그러나 다른 해석도 있었다. 풍수학자 최창조 전 서울대 교수는"지역 무속에 따라 무당이 힘있는 사람의 기운을 빌려 난치병을 고치거나 액운을 퇴치하기 위 해"라고 하여 병치료 목적으로 해석하였다(조선일보 1999년 4월 22일). 그후 검 거된 한 무속인은 자신의 병치료를 목적으로 하였다고 진술하였고, 조선일보는 최창조의 예측이 정확했다고 자랑스럽게 다시 보도하였다.   이와 함께  여러 신문은 다투어 미신풍조를 한탄하는 글을 올렸다. 그 중에  동아일보(1999년 4월 26일)의 '뿌리깊은 풍수맹신'을 쓴 정종수 문화재 학예연구 관의 글은 제목과는 달리 풍수설이 과학적이고 자연친화적인 학문이라는 점을 무시해서 안 된다는 측면에 비중을 둔 글로 보인다.  그의 글 자체는 풍수가 무 엇인지 말해줄 역사적 내용을 담고 있다.   그 중 한가지, "세종 때는 한 지관이 경복궁이 명당자리가 아니라는 설을 제기 해 조정을 벌집 쑤셔놓은 듯 법석을 떨자 신하들은 물론 세종까지 직접 나서서 시시비비를 가릴 정도였다"는 내용이 있다. 이 때 이들의 명당자리 논쟁은 자연 친화적인 학문보다는 풍수의 예언적 원리를 대상으로 한 것이 아닐까?  이런 미 신과 떼어낼 수 없는 '비정상적인 사이비 무당의 광란'을 가져온 풍수사상에서  어떻게 자연친화적인 요소만을 떼어낼 수 있을 것인지 답을 듣고 싶다.   경향신문(1999년 4월 30일)에 실린 '풍수지리학자 최창조씨 인터뷰'에도 정통 풍수와 미신을 애써 구분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묘소 훼손사건을 미신이라고 하 며 '세기말에 경제위기까지 겹쳐 불안감이 만연된 상황에서 나타난 일종의 사회 병리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이것은 미신을 말할 때에 사용되는 정형화된 논리이 다. 그는 어떻게 풍수에 내재된 미신과 상식 또는 과학을 구분할 것인지 해결책 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김열규 인제대 교수는 세계일보 (1999년 4월 26일, 하이테크시대의 미신문화) 의 시론에서 "결국 오늘의 우리 사회는 하이테크 문화와 원시적 속신문화 또는 미신문화가 공존하는 기형사회가 됐다"고 하며 이어 다음과 같이 말했다.   "비유적으로 말한다면 컴퓨터로 점괘 풀이하는 사회가 곧 우리 사회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을 것 같다. 이것이 바로 양아무개 무당의 미신행위의 모태라면 과 언이 될까. 말하기 심히 거북하지만, 만약 풍수설에 의한 무덤자리 보기가 양아 무개의 무덤행위에 대하여 간접적인 영향을 끼쳤다면 비난만 받아야 할까. ...만 들어서 덕보고자 하는 이가 있다면 그걸 해쳐서 덕보고자 하는 인간도 생겨날 수 있기 때문이다."   김열규 교수도 "풍수설이 미신이라고 단언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하여 애써 풍수설을 미신이라고 규정하지 않으려고 했다. 여하튼 그가  무덤 훼손이 특별 한 것이 아닌 우리사회에 만연된 미신풍조의 한가지 유형에 불과하다고 한 점에 서 비교적 정확한 진단인 것 같다. 풍수건 점술이건 미신인 점에서 유독 무덤훼 손만이 특별한 것은 아니다.   또한 그의 컴퓨터로 점괘풀이 한다는 대목은 과학시대의 미신을 나타내고 있 다. 실제 과학시대의 미신에는, 컴퓨터 점괘풀이와는 유가 다른 무서운 것도 형 성되어있다.  필자는 <신과학은 없다>에서 정신과학회 이의원 이사 등이 조선 일보(1996년 8월 25일)에 쓴, 수맥이 지나가는 조상의 시신에서 방사되는 전자기 파가 후손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 내용을 분석한 적이 있다. 그 글에는 손자 3 명이 겪는 다리불구와 관련된 불행이 묘지 속 조상의 하반신 쪽으로 수맥이 흘 러 훼손된 때문이라고 적혀있다.    그 글에 이의원 등은 "인간은 선대로부터 동일한 인체 전자기장을 유전 받는 다. 이 때문에 수맥파가 조상의 시신을 계속 자극하면 동일한 전자기장을 가진 후손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생각한다"고 적었다. 이때 필자는 물었 다. 과연 인간은 선대로부터 동일한 인체 전자기장을 유전 받는지? 수맥파가 조 상의 시신을 계속 자극하면 그러한 전자기장이 나오는지? 그것이 무덤을 뚫고 나와 멀리 떨어진 후손들에게 감응되는지? 그것이 불구로 나타나는지? 이들의 말이 감응 마술적 미신에 과학의 껍질을 씌우려는 시도라고 하였다. 이것이야  말로 과학시대 미신의 무서운 양상이다.  3. 참조 1) 강건일, 신과학은 없다. 지성사, 1998. 2) Rosemary Ellen Guiley, Harper's Encyclopedia of Mystical & Paranormal    Experience, Castle Books, Edison, New Jersey, 19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