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컬티즘/미스터리

역술 열풍의 정체, 조셉 니담의 평가   글쓴이 : kopsa     날짜 : 01-01-10 23:46     조회 : 6526     (2008년 1월 21일 확인) 역술 열풍의 정체, 조셉 니담의 평가 누가 역술을 말하는가? 그 중에 누가 역술에 과학성이 있다고 말하는가? 우리 사회의 역술 열풍의 실상과 역술의 정체를  '신과학은 없다'에 썼던 내용에 몇가지 보충하여  정리해 본다. 1. 역술을 칭송하는 책의 예   '사주명리학'을 발간한 일현 스님은 "역학은 도학의 일종으로 연구연륜이 짧고 인품이 부족하면 제대로 배우기 힘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선무당이 사람잡는 식으로 역학 기본이론만 겨우 배운 사람들이 25년간 역학을 공부한 제가 무안할 정도로 돈벌이에만 혈안이 된 것을 보면 안타깝습니다"라고 말하며 "역술인들에게 자식의 적성 분야를 찾는데 도움을 청하지 않고 어느 학교에 붙겠느냐 떨어지겠느냐는 등 눈앞에 보이는 답을 찾는 데만 급급한 실정"이라고 하였다 (문화일보 96년 9월 7일). 역시 역술로 인간의 적성을 찾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국회의정 연수원 서우선 연수부장은 내게 꼭 알맞는 직업찾기, 내게 꼭 알맞는 짝찾기, 내게 꼭 알맞는 이름찾기의 3권으로 된 '여성을 위한 주역'을 펴내었다(문화일보 97년 5월 15일). 그는 "사주 팔자를 잘못 타고나서 불행하다는 말은 옳지 않습니다. 자신의 사주팔자가 아닌 엉뚱한 길을 가기 때문에 일이 꼬이게 된 것입니다"라고 말하며 운명결정론에서 탈피하도록 조언했다고 한다. 그러나 사주팔자의 길을 가야하고 나아가 잘못되었으면 직업을 바꾸고, 배필을 바꾸고, 이름을 바꾸어야 한다는 내용이 운명 결정론과 어떤 차이가 있을까. 역술이 과학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나는 역술을 이렇게 본다'는 책을 지어낸 수원대, 방송대에 출강한다는 오종림 중문학 박사는 "역술은 자연의 운동에서 경험적으로 귀납한 음양오행이라는 운동규칙을 사람에게 적용시켜 현재나 출생당시의 일정공간에서의 운동상태를 파악하고 이로써 사람의 미래에 대한 운명을 예측하는 기술이다"라고 정의한 후에 "역술이 자연의 운동에 따른 생성과 변화 그리고 소멸이 축적된 산물인 만큼 역술에 내재된 과학성을 주시해야 한다"고 강조하였다 (중앙일보 97년 2월 28일). 다른 신문(조선일보 97년 3월 4일)은 아예 "역술은 과학입니다"라는 제목으로 오 박사의 책을 소개하였는데 그가 "음양오행의 원리를 연구해서 인간이 파악하려는 것은 궁극적으로 만물의 어떤 주기성이며 현대 중국에서는 이러한 주기성을 파악하기 위한 음양오행의 연구는 예측학이라는 이름으로 계속되고 있으며 중국학자들은 지진발생의 주기에 관해 음양오행을 바탕으로 연구를 벌이고 있으며 일부 화학원소의 주기배열이 주역 팔괘와 유사점이 있다거나 태양이나 일부 행성의 공전 모습도 팔괘의 배열과 공통점을 가진다는 등 과학자들이 제기하는 견해로 보아 이것들은 역술에 내재된 과학적인 성격을 드러내는 사례들이다"라고 말한 것으로 나와 있다. 이 말이 옳은지 가려야 할 필요가 있다. 2. 역술을 칭송하는 교육계의 예   이 가운데 대전 한밭여상의 교사는 충남대 교육학과에서 '사주로 본 직업적성과 적성검사와의 관계'로 석사학위를 받았다(중앙일보 97년 4월 7일). 연구 제목으로는 탈이 없겠으나 아마도 그가 관계성을 발견하였기 때문에 학생들의 사주를 본 다음에 성격이나 적성을 비롯, 부족한 점을 알려주어 학생상담에 인기를 얻고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을 것이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그 교사의 연구에 문제가 없었는지 따져 볼 필요가 있다.  신문에 난 기사가 역술이 신빙성이 있으며 또한 과학이라는 내용 일색이며 학생상담에도 이용되고 있다니 학생들이 역술을 믿을 수밖에 없다. 그래서 '현대인과 점'을 주제로 한 논술고사의 실제 문제 (한국일보 95년 1월 20일)에서 최우수작은 "점술은 자연현상을 잘 관찰해서 예측성을 찾고 그것으로 미래를 예상하는 것이다.....그러나 현대과학문명이 발달함에 따라 점술은 부인되고....과학적 근거를 바탕으로 하는 점술을 비과학적으로 오인하고 점을 보는 것을 미신적 행동으로 몰아붙인다"고 하였다. 내용을 고려하지 않은 문장의 기교만으로 최우수작을 선정한 예이다. 대전대학교에서 도교대학원 설립신청서를 문교부에 제출했다는 기사도 있다(문화일보 96년 6월 14일). 학술적인 대학원인 줄 알았더니 사주팔자와 관상보기 등의 실습도 병행하며 따로 1년 교육기간으로 실시되는 단기 과정에서는 사주팔자, 수상학, 해몽 및 잡점 등 술수도 가르친다고 한다. 기사에 의하면 동양고대철학 사상의 권위자라는 대전대 철학과 임균택 교수는 "우리의 전통사상인 주역은 인류사상의 핵으로 결코 미신이 아니다"라고 하며 "체계확립을 통한 인재육성으로 자격증 시대가 열려야만 부적 등 변칙적인 사술이 근절되……"라고 하였으니 놀라울 뿐이다. 이 설립신청서는 반려됐다고 하나, 그후에도 공주대 정종호 정치학 교수는 유사한 주장을 했다(중앙일보 97년 12월 22일). 유리 겔러의 초능력을 믿기도 하는 그는 "지방대학의 특성화, 동양적 학문의 주체성, 연구의 새로운 가치관 정립 등에 기준을 두고 역리학, 점성학, 풍수지리, 관상학, 성명학, 초능력학, 심령학 등을 다룰 학과 설립을 주장하게 되었다"라고 한다. 그는 이런 내용을 1998년 4월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한국정신과학학회 '98 춘계학술회의에서 발표하기도 했다. 3.  역술의 열풍 이유 이렇게 역술을 긍정적으로 보도해 주는 신문은 또한 무속인, 역술인이 되어 점집을 개업하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해 주고 있다(동아일보 97년 1월 3일). 한국경제(2000년 10월 2일, 점술왕국 송병창 사장..n세대 여성에 어필)는 이제 기업형으로 변모한 점술업을 벤처기업처럼 보도하기도 했다. 12명 역술인의 합동 점술왕국인 이곳의 월 매출은 2600만원이라고 한다.  이렇게 하여 한국의 무속인 역술인은 합쳐 80만 명이 된다고 한다(한겨레신문 96년 2월 1일). 좀더 정확해 보이는 자료에 의하면 한국 역술인 협회에 가입된 회원 수는 3만여 명이며 대한 경신협회 소속 무속인의 수는 10만 명이다(한국일보 97년 1월 10일). 언론은 한편으론 오늘날 우리 나라의 미신풍조가 도를 넘었다고 적고 있다. 사회의 혼란상이 그 이유라느니, 건전한 가치관을 가져야 한다느니 하는 논리는 의례적인 것이며 반복할 필요가 없다. 조선일보(95년 11월 12일)는 "정치나 경제는 물론 과학이나 종교 등 우리 사회의 제도나 권위가 전부 불신의 대상이 되고 위태로운 상태에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고 사설에 적었으며 한겨레신문(96년 2월 1일)은 '과학의 독선을 벗자'라는 제목으로 과학의 특성이 연구에 몰두하여 세상이 어떻게 돌아가는지 모르는 행위를 극찬하는 풍토도 문제이며 전문적 지식인이 과학의 대중화에 기여하지 않는 오만함도 문제다"라고 적었다. 우리 나라에서 미신풍조가 도를 넘은 이유가 사회가 혼란스럽거나, 과학의 권위손상이나, 과학자의 오만함 때문인가? 정치, 경제, 사회의 어려움과 혼란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과학은 지금도 제일의 가치로 믿어지고 있다. 권위가 손상되었다고 볼 수 없다. 물론 많은 과학자가 대중 과학에 참여한다면 더할 나위가 없겠지만 지금도 방송, 신문, 잡지에 또는 책을 써서 대중에게 과학을 해설하는 많은 전문인이 있다. 어째서 역술의 열풍이 불고 있는가? 사실은 신문, 방송, 그리고 일부  사회 지식인 때문이다. 앞서 열거한 것과 같이 바로 이들이 역술의 가치를 널리 알리고 있다. 이 가운데 역술인도 미신과 관련되었다는 부끄럼보다는 어엿한 직업인으로 대접받고 그렇게 행동한다. 마찬가지로 운명, 운수를 알고 싶은 모든 이들이 거부감이 없이 이들을 찾아 모여든다. 필자가 신문, 방송, 사회 일부 지식인을 비판하는 이유를 이해하기 바란다. 4. 역술을 해설하면 "중국에서는 거북껍질을 불에 구워 갈라진 모양을 보고 길흉화복을 예측했는데 이를 복(卜)이라고 했고 음양오행의 괘호로 미래를 살피는 것을 점(占)이라고 불렀다. 현재는 용어의 혼동이 심하고 대개 점이라고 부를 때는 '신이 내린' 경험이 있거나 '신을 부를 수 있는' 점쟁이의 신점을 뜻하는 것으로 변했다. 대신 주역을 바탕으로 음양오행과 괘호를 따지는 전통 점복술은 통틀어 역술이라고 불러도 큰 무리가 없다. ( '점술' 점이란, 한국일보 1997년 1월 10일) 역술의 근간이 되는 주역을 서양에서는 역경(易經, I Ching, Book of Changes)이라고 부른다. 역경의 기본이 되는 괘(卦)는 양효(陽爻)와 음효로 이뤄져 있다. 3개의 효로 구성된 괘를 소성괘(小成卦)라고 하며 소성괘가 상하로 두 개씩, 다시 말해서 육효(六爻)로 구성된 괘를 대성괘(大成卦)라고 한다. 처음 복희씨가 만든 8괘는 소성괘이며 역경을 구성하는 64괘는 대성괘이다. 복희씨가 기원전 2852에 살았던 인물이라고 하나 가상적 인물이고 보는 것이 정확하다. 여하튼 복희씨는 건(乾), 곤(坤), 진(震), 손(巽), 감(坎), 이(離), 간(艮), 태(兌)의 8개의 괘를 만들었는데 이것은 각각 우주의 8개의 성분인 천(heaven), 지(earth), 뇌(thunder), 풍(wood- wind), 수(water), 화(fire), 산(mountain), 택(marsh-lake)을 나타낸 것이다. 개개의 괘는 다시 인상(人象), 물상, 계절, 맛, 색깔 등등의 괘상(卦象)과 관련성이 있다는 점에서 5행(五行)의 원리와 유사하다. 64괘로 발전시킨 사람이 기원전 1143년경 주나라의 문왕이다. 일설에 효사(爻辭)를 쓴 사람은 그의 아들인 주공이라고도 하며 문왕이 괘사와 효사를 모두 지었다는 설이 있다. 역경은 노자(604∼531 B.C.)가 '도덕경'에 넣었으며 공자(c. 551∼479? B.C.)는 만년에 역경에 감명 받아 10익(十翼)을 지었다고 한다. 공자가 사망하고 수 세기간 역경은 해석에 변화를 겪게 되었다. 기원전 213년 진시황은 역경의 공자의 해설을 포함한 여러 책을 불태우도록 명령했다. 그러나 일부 남아 전해져 내려오며 일부 보완, 수정된 것이 오늘날의 역경이다. 위에 언급한 괘사, 효사, 10익은 괘의 해설적 의미를 갖는 것으로 구체적인 설명은 필자의 지식 밖이다. 괘를 결정하기 위해 식물 줄기나 동전을 던지는 등 여러 방법을 쓴다. 괘는 미래사가 정해진 법칙에 의한 것임을 나타내지만 보통 괘는 결정적인 해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음양 에너지와 조화를 이루기 위해 무엇이 최선인지를 말해 준다고 한다. 예를 들어 적절한 때인지, 다른 시간을 택했을 때 어떤 결과가 나올지를 알려준다. 역경에서 유래된 또는 역경과 연관되어 발전된 음양오행은 또한 역술의 근간이 되는 원리이다. 태어난 해, 달, 날, 시를 음양오행 원리에 대입하여 사주팔자, 이름을 짓는 방법 등이 많이 사용되고 있으나 자세한 원리는 필자의 지식 밖이다. 다음에  역경(또는 역술)이 어째서 과학일 수 없는지를 니담(Joseph Needham)의 '중국의 과학과 문명'(Science and Civilization in China)을 인용하여 나타내 보려고 한다. 5. 조셉 니담의 역술 평가 니담은 중국의 5행설과 음양설이 아리스토텔레스의 4원소설에 비견하는 의미를 가지며 이 때문에 서양에서 4원소설이 파기된 17세기까지는 중국의 이런 이론이 서양에 비해 "한치도 뒤짐이 없었다"고 말하였다. 그러나 점치는데 사용된 많은 재료를 축적하여 부호와 그 설명으로 굳어진 체계인 역경은 "호의적으로만 판단할 수는 없다"고 하였다. 역경의 각 부호란 추상적인 의미 이상의 "사색의 필요성을 생략하여 버렸다"는 것이 그 이유이다. 또한 니담은 여러 고대 중국의 발명이 역경에서 유래하였다는 데 대하여 "누군가가 특정한 발명에 대하여 개념의 저장고에서 이유를 찾을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며, 이 주장은 역경의 위신을 더욱 높이기 위한 것임에 틀림없다"고 하였다. 그는 역경을 서양에 번역 소개한 레그(James Legge)의 말을 적절히 다음과 같이 인용하였다. "중국의 학자나 신사들은 흔히 다음과 같이 말한다. '전기, 광, 열 및 그 밖의 부분의 유럽물리학의 모든 진리는 8개의 3효 가운데 있다'라고...'우리는 그것을 서양의 책에서 배우지 않으면 안 되었지만, 그 뒤에 역을 보니 그것들은... 공자가 이미 알고 있었음을 알았다'라고. 이와 같이 표현된 허망한 가정은 사실상 어린이 장난 같은 것이다. 모든 철학을 동원하여 지금껏 몽상된 일체를 포함하는 것으로서의 역이라고 하는 환상을 잊어버리게 될 때까지...진정한 과학의 길에 대한 방해물이 된 것이다." 니담은 이와 같이 "역경의 굳어 버린 부호의 체계는 그 출발점부터 불리한 조건이다"라고 보았으며 다음에, 이것이 어째서 중국에서 육성되었으며 놀랄만한 장수와 영속성을 보인 이유를 고찰하였다. 니담은 역경의 체계가 중국 관료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으며 그 접목에 의해 그렇게 될 수밖에 없었다고 파악하였다. 그 한가지 예로 관제(官制)와 괘와의 관련성이 해설된, 한(漢)의 학자들이 완성한 주례(周禮)를 들었다. 니담은 또한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von Leibniz)와 화이트헤드(Alfred North Whitehead)가 자연에 적용한 유기체론이 십중팔구 아시아에 있어 관료사회의 자연에 대한 반영에서 유래했을 것이나 이와 같은 명상은 어디까지나 역경의 위치를 조금이라도 정당하게 만드는 것은 아니며 중국의 과학적 사고에 끼친 악영향을 경감하는 것도 아님을 이해할 것이다"라고 말하였다. 이상의 니담의 말을 통해서 분명한 것은 오행이론과 음양이론은 고대 서양의 과학과 필적하는 것이지만 역경은 이러한 고대과학의 색채조차 없는 철학을 동원한 몽상이며 이것은 과학적 사고를 저해했을 뿐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분명한 것은 서양의 4원소설과 마찬가지로 오행이론과 음양이론은 현대과학의 과학개념으로 지지받을 수 없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과학이 아닌 것이다. 하물며 역경일 경우는 말할 필요조차 없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