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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학/철학
   
  21세기의 과학 과제, 과학정신의 회복
  글쓴이 : kopsa     날짜 : 99-11-29 18:52     조회 : 3692    
1999년 11월 23일 < 순천대 신문 > 에 게재한 글입니다.
신문에는 제목이 '신과학의 미래는 보편적인 과학윤리의
합의와 교육이 해결'이라고 되어 있으나 본래 제목은
'21세기의 과학 과제, 과학정신의 회복'입니다.
 
21세기의 과학 과제, 과학정신의 회복

  과학은 '실세계에 대한 최상의 그림'이라고 정의한다. 이 때 '실세계'란
인간, 자연, 우주를 포함한 세계를, '최상의 그림'은 현재 상태로 최상이며,
앞으로 좀 더 정확하고, 분명한 그림이 나올 수 있음을 암시한다. 

1. 진정으로 인간이 원하는 것은?

  새로운 세기의 문턱에서 '21세기의 과학'이 유행이다. 어떤 그림일지, 인
간에게 어떤 혜택이 올지를 복합한 여러 예측이 나오고 있다. 인간의 유전
자 및 두뇌 기능 연구에 의해 질병으로 고통받지 않는 그리고  모두가 총
명해 지는 세상이 온다. 뜰의 작물, 가축도 유전자라 불리는 무슨 조작을
하여 생산량을 높여 식량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가끔 거시적 우주와 미시적 물질의 본질에 관한 주제도 발견한다. 하지
만 컴퓨터, 정보통신이야 말로 가장 인기 있는 듯 하다. 컴퓨터 기술 발달
로 무엇을 기대할 것인가? 필자는 그 예측성 하나만이라도 제대로 되어 자
연 재해 등 불확실성 속에 사는 인간에게 도움이 되었으면 하나 다들 그런
것은 아니다. 리모컨 류의 편리함 내지 물론, 중요하지만 전세계의 정보를
손 조작 하나로 눈앞에 펼쳐 주는 그리고 세계인이 얼굴을 맞대고 이야기
를 나누는 정보통신 혁명으로 이해한다. 
  또 무슨 '21세기의 과학'이 있겠지만, 잠시 숨을 돌려 생각해 보자. 시대
를 초월한 하나의 영원한 질문이 있지 않은가? 진정으로 인간이 원하는 것
은 무엇인가? 물질적 수준에서 배고프지 않고, 추위에 떨지 않고, 병으로
지나치게 고통받지 않기를 바라지 않는가? 정신적 수준에서 가족, 이웃과
화목하고 직업에 보람을 갖는 그런 삶이 아니겠는가? 그런데  여타의 것은
다 그만 두고라도 바로 이것을 '21세기의 과학'은 가져다 줄 것인가? 

2. 400년 과학이 가져다 준 것은?

  상대론적 인식론자가 어떻게 말하건 과학은, 논리 실증주의적 과학적 방
법의 바탕 위에 이뤄진 400년 역사의, 현재 우리가 과학이라고 부르는 것
이다. 과학혁명은 중세기 신이나 마술에의 의존에서 탈피하여 이 세계를
바르게 이해하며 그 운영 원리를 활용하여 인간 스스로 운명을 개척하고자
한 의지의 출발이었다.
  과학기술이 아니었다면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구의 식량, 에너지, 보건 문
제 해결과 향상이 가능했겠는가? 과학적 방법론에서 비롯된 인과성, 정량
성, 객관성, 증명성, 합리성, 예측성을 중시하는 사상이, 다시 말해서 과학
정신이 인간에 스며들지 않았다면 인간을 인간답게 한 오늘날의 사회가 가
능했겠는가?
  그러나 과학은 성립 초기부터 물질적 과학의 세계에서 인간의 영혼, 신
이 안주할 곳이 없다, 아름다운 무지개 시를 스펙트럼으로 환원해 버렸다
는 등 인간의 영혼, 감정의 제외에 대한 반발에 부딪쳤다. 역동하는 총체적
생명으로의 인간, 아름다움을 느끼고 신에게 경배하는 인간의 모습을 과학
이 앗아갔다는 지적이다.
  또한 과학은 극단적으로 '사악(邪惡)한 과학'이라고까지 불리게 한 문제
를 초래했는데, 그것은 부(富)의 생산이라는 과학기술의 속성과 관련된 것
이다. 개인적 국가적 빈부격차와 새로운 권력의 창출, 탐욕적 환경 파괴,
대량 살상무기 개발과 같은 문제는 과학이 과학 이전과 비교하여  인간의
삶에 얼마만한 도움을 주었는지 의문을 갖게 하기에 충분하다.   
       
3. 그러나 다시 과학을 정리해서 이해하면

  그래서 과학 종말론자, 문명 순환론자가 나타났다. 이들은 이제 새로운
패러다임의 과학을 열기 위해 인간 생명, 인간과 인간, 인간과 자연을 잘게
나누기를 그치고 총체적으로, 한 몸으로 이해하는 원리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제 객관성을 떨쳐 버리고 주관성의 가치를 되찾아 성스러움, 아
름다움, 자비로움을 느끼는 인간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말한다. 이러한 정신
내지 의지가 후대에 계승되는 증거를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필자가 최근 <신과학 바로알기>에서 분석한 것처럼 객관성의 종
말 주장은 과학을 송두리째 비정당화하려는 시도이며 전일론적, 생기론적,
목적론적 새로운 과학이란 진정한 과학일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전통 마술
세계로의 회귀를 부추기는 환상적 바람의 역설이라고 분명히 말할 수 있
다.
  이 모든 반(反)과학 주장은 과학의 본질에 대한, 다시 말해서 과학이 무
엇을 성공적으로 행하는지, 그리고 무엇을 할 수 없는지에 관한 무지에서
비롯되었을 뿐만 아니라 과학이 인간에게 혜택을 주나, 필연적으로 따르는 
부작용을 감수하고 최소화해야 한다는 상보성 원칙에 대한 이해가 결핍되
어 나온 것이다.
  과학이 정신적, 영적 인간 본성을 도외시한 것은 아니다. 이들은 과학의
본질 외적인 가치일 뿐이다. 환경 문제는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간 생존 과
정의 필연적 부산물이며 문제를 발견하고, 최소화하고, 해결하고자 노력하
는 주체 또한 과학자이다. 우리는 이제 100억 명에 도달할 인구의 생존문
제, 파생적인 환경문제의 해결이 다름 아닌 현재 그대로의 과학기술의 몫
이라는 사실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또한 현상적 국가적 사회적 불평등, 소외된 인간, 범죄, 환경 문제의 내
면에는 물질추구의 인간의 탐욕이 깊게 자리잡고 있다. 이것을 영적 가치
의 회복으로, 아니면 객관적, 합리적, 비평적 과학정신으로 극복할 것인지
에 관한 논의가 가능할 것이나 둘 다가 해결책이 되지 못할 바 없다. 특히
직관적 감정에 의존하는 다수 합의라는 어설픈 민주원칙이 가져온 불합리
한 제도적 문제는 정치인들의 과학정신의 회복에 의해서만 극복이 가능할
것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세기에 과학의 인간 복리를 극대화하기 위해 과학을 부
정하는, 온갖 반(反) 과학 사상의  허구성을 폭로함과 동시에 이제 까지 과
학교육에서 도외시되었던 과학 정신 교육이 절실히 요구된다고 본다. 또한
과학자, 아니 모든 인간이 객관적, 주관적 이원적 세계에 사는 이상 보편적
과학자의 윤리, 인간 윤리의 합의와 교육이 필요하다. 영원한 인간 주제인
윤리를 우리는 까맣게 잊고 있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