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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성서와 함께, 영성의 과학화 신과학 운동의 현상과 교훈
  글쓴이 : kopsa     날짜 : 04-03-04 07:38     조회 : 5280    
(2008년 1월 14일 확인)

성서와 함께, 영성의 과학화 신과학 운동의 현상과 교훈

가톨릭 잡지 '성서와 함께' 336호(2004/3)에 신과학 주제로 아래와 같은 3가지 글이 실렸습니다. 어떤 취지로 이번 특집을 마련했는지, 곽노순 목사의 글은 성경을 신과학 식으로 해석하는 것 같은데, 독자들이 판단할 여지를 두는 것이 가톨릭의 특징이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여하튼 신과학의 양상을 영성을 중심으로 있는 그대로 소개하였습니다.

*영성의 과학화, 신과학 운동의 현상과 교훈
강건일(전 숙명여대 교수. 과학평론가)
*신과학을 이해하려면 
김용정(동국대 명예교수. 계간 과학사상 편집인)
*불말과 불의 전차
곽노순(목사. 후기기독교 신학 연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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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성의 과학화 신과학 운동의 현상과 교훈 

생물 종이 변이의 축적을 통해 다른 종으로 변하며 어떤 새로운 종이 될지는 변이체가 환경에 적응하여 얼마나 많이 자손을 남기는지에 의해 결정된다는 생물학 이론이 진화론이다. 이러한 자연 선택을 메커니즘으로 한 진화론은 150년 전 다윈과 월리스에 의해 처음 제시됐다. 월리스도 거의 8년간 말레이 군도를 여행하며 12만개 이상의 표본을 수집하며 연구하는 과정에서 같은 결론에 도달했다. 그러나 인간에 관한 한 월리스는 다윈과 견해를 달리했다. 다윈은 인간과 동물의 정신적 차이는 정도의 차이이지 종류의 차이가 아니라고 하며 인간을 동물 진화의 연장선상에 놓았다. 그러나 월리스는 자연 선택만으로는 도덕, 예술, 수학 등 인간의 높은 정신적 능력을 설명할 수 없다고 보았다.

월리스를 불러오는 이유는 그가 신과학의 주제가 되는 뉴에이지 영성을 말한 최초의 인물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의 인간 진화에 대한 견해는 기독교의 교리와 유사하나 다윈과 마찬가지로 기독교의 신과 윤리에 혐오감을 가진 인물이었다는 점에서 기독교적인 것은 아니다. 그가 인간의 자연 선택적 진화를 거부한 배경에 관해서는 자연 선택의 적자 생존이 그의 사회적 이상과 부합될 수 없었거나 죽은 후에도 살아남는 영적 존재를 믿어서라는 분석이 나와 있다. 그는 생명을 지배하는 물질적 요소의 복합만으로 의식이 나타나는 약간의 경향도 만들 수 없다고 하며 영적 존재를 상상했는데 영성에 해당한다. 그가 이 영성을 물질적으로 확인하려고 했다는 것에도 뉴에이지 신과학의 색채가 나타나 있다.

당시 월리스 뿐만 아니라 유명 심령 연구 학자들이 찾았던 곳은 종교로 유행하던 강령회장이었다. 이들은 과학의 물질주의에 대한 환멸과 특히 진화론의 충격에서 헤어나기 위해 인간이 지닌 영성을 확인하고자 한 것이다. 그곳에서는 테이블이 공중으로 날고, 죽은 자로부터의 메시지를 전달받고, 죽은 자의 영이 물질화되어 나타나기도 했다. 월리스는 이 주제에 관해 100편에 가까운 글을 쓰며 이전에 믿기 어렵다고 생각되던 것이 사실일지 모른다고 확신시켜 주었다고 표현하였다. 다른 심령 연구 학자들도 마찬가지였으며 1920년대 한 노벨상 수상자는 진정한 물질적 심령 현상이 존재한다고 결론을 내리기도 했다. 

그후 이 방면 연구는 좀 더 과학의 형식을 갖춘 초심리학으로 발전하였다. 이들은 육체적 5감을 초월한 정신적 지각 능력과 육체를 초월한 정신적 힘의 존재를 연구 주제로 삼았으나 육체적 장벽을 꿰뚫는다는 점에서 인간 본성의 영적 양상을 파악하기 위한 성격이었다. 초심리학적 연구를 뒷받침할 과학 이론도 나왔다. 양자론에 의하면 미세 양자의 세계에서는 측정되는 객체가 측정하는 주체에 대해 독립적이 아니며 주체는 객체를 절대적으로 결정할 수 없다. 또한 이 세계가 거미줄처럼 연결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외부 대상에 대해 인간 정신은 육체에 구속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정신과 뇌의 관계에서 주류 뇌 과학은 정신을 뇌 신경세포의 발화로 간주하는 가설에서 출발한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를 포함한 유명 과학자 가운데도 정신은 뇌 과정으로 설명할 수 없는 독립적인 것이라거나, 뇌 안에는 정신의 지시를 받는 메커니즘이 있다거나, 정신은 본래부터 있었다는 등의 정신 육체 이원론의 지지자가 있다. 또한 정신적 영적 영역의 소외가 인간 생명을 쪼개고 쪼개서 분자적으로 파악하는 환원론적 과학적 방법론의 문제이며 인간 생명을 정신을 포함한 그 자체 총체적으로 그리고 환경 및 사회와의 상호작용을 아울러 파악할 수 있는 전일론적 과학으로의 전환을 주장하는 이들도 있다.   

1980년대 하반기 뉴에이지 기운이 우리에게 전해지며 이들 유명 과학자와 관련 뉴에이지 작가의 저작물이 뉴에이지 과학 또는 신과학으로 소개되었다. 뉴에이지는 과학 문명의 물질주의와 인간성 상실, 환경 파괴, 핵전쟁의 공포 등에서 탈피한 새로운 것을 추구하는 기운이다. 뉴에이지 저작물에는 동양 문화를 소개한 것이 많다. 동양 세계의 우주는 기계적 조각으로 구성된 죽어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가 살아 움직였다. 인간의 정신은 우주의 정신과 연결돼 있으며 물질 세계를 통제할 수 있음을 보여주었다. 인간이 자연의 부분이라는 사실은 생태 철학에 계시나 다름없었다. 물질 세계에서 잊혀졌던 초월적 정신, 깨달음의 세계를 명상 수련에 의해 달성할 수 있다는 것은 새로운 자기 발견이었다. 이때 육체를 초월한 정신적 능력도 발휘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 모두를 신과학이라고 하며 과학적 용어로 표현했으나 뉴에이지가 물질 문명 속에서 잊혀졌던 인간의 본 모습을 찾는 순수 종교적 철학적 운동이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과학적 주장이 과학으로 부정되면 그 안의 철학도 지탱할 수 없기 때문이다. 심령 연구 내지 초심리학의 과학성은 처음부터 비판을 받았는데 이 양상은 1988년 미과학학술원 보고서가 지난 130년간의 연구를 검토한 결과 초심리학적 현상의 존재에 대한 과학적인 정당성을 발견하지 못한다고 결론지은 것과 같다. 양자론이나 뇌과학적 전개도 마찬가지다. 신과학 주장 속에서 이들은 엄밀한 과학이 아니라 아직 증명돼야 할 많은 가설을 포함시켰기 때문에 과학이 아닌 철학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전일론적 과학이라는 것도 가설 설정을 넓게 하여 톱-다운 방식으로 접근한다는 말일 뿐 어떤 경우에나 현재의 과학적 방법론을 적용해야 할 것임은 물론이다.   
   
대중 반경에서 신과학은 온갖 신비주의에 과학의 색채를 입히는 심각한 문제를 가져왔다. 우리 주위를 간단히 보아도 감각기관이 없는 식물이 음악과 심지어 우리의 마음에 반응한다거나 무생물에 과거의 기억이 남아 있다거나 물의 결정 모양이 마음에 따라 다른 모양으로 나타난다는 식의 이야기는 원시 물활론과 마술에 과학의 옷을 입힌 것이다. 수련에 의해 눈을 가리고도 글을 읽는 초능력이 생긴다거나 기를 전달하여 병을 치료한다는 기 치료는 전형적인 마술이다. 과거와 미래를 넘나드는 전생 회상이나 예언은 점술의 원형이다. 이들 모두에서 인간의 육체를 떠난 정신 내지 신비적인 힘과 자연 내지 우주와의 연결을 발견한다. 이것은 동서양을 막론하고 전통 세계의 믿음이었기 때문에 신과학이 지향하는 방향이 전통 세계로의 회귀에 다름아니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우리는 어디에서 와서 어디로 가는 것일까? 신과학 운동은 이 영원의 의문에 대한 자각이 아닐까 생각한다. 이는 본래 종교 내지 철학이지 과학의 영역은 아니었다. 그런데 진화론이 나타나 생명이 없는 물질에서 생명이 생겨나 인간을 포함한 생명체로 진화했으며 인간의 영혼도 동물과 다름없는 물질적 현상의 연장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이것은 어디까지나 과학의 정해진 규칙을 적용한 결과이다. 과학은 방법론에서 초자연주의에 반대되는 자연주의를 토대로 한 탐구이다. 감각적으로 경험할 수 있고 측정할 수 있는 물질적인 것을 다룬다. 영적 영역을 유물론적 과학으로 접근할 수 있는지는 확실히 말할 수 없으나 어설픈 과학으로 정당화할 때 그 안의 종교나 철학만큼 어눌한 모습을 띠는 것도 없겠다.

지난 500년간 우리는 사실적 증거와 오류가 없는 추리라는 이성적 과학적 방법으로써 우주, 자연, 생명에 대한 이해를 높여 왔다. 또한 이 방법을 기술에 접목하여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구의 식량, 에너지, 보건 문제를 해결해 왔다. 그러나 과학기술은 부와 권력을 낳는 속성을 가졌기 때문에 물질문명 이라고 이름한 온갖 문제를 초래하였다. 이 부작용은 합리성, 객관성, 정직성 등 과학의 가치를 회복함으로써 교정될 수 있는 부분이 있다. 또한 인간의 목적, 의미, 가치를 다루는 종교와 철학의 역할이 더 없이 중요할 것이다. 인류가 정신적 물질적으로 성숙한 삶을 영위할 수 있는 방향을 신과학은 과학과 종교 내지 철학의 독립적 협동이 아니라 제3의 혼성체로 꾸며 제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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