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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상과학과 의사과학을 구분할 수 있는 잣대
  글쓴이 : 이응신     날짜 : 03-03-06 08:14     조회 : 5033    
정상과학과 의사과학을 구분할 수 있는 잣대 

전에 '정상과학과 신과학의 구조'라는 이름으로 글을 올렸습니다.
글에서 가장 중요한 핵심은 현상을 판단하기 위한 '잣대'였습니다. 일부는
설명하였으나 자세한 언급이 없어서 부연설명해서 올리겠습니다.

자연과학이란 '인간이 자연을 바라보는 지식체계'라고 정의하였고, 현재 신
과학에서 정상과학이라고 부르는 자연과학은 인간의 인식범위 내에서 유한
한 영역을 근사적인 방법으로 설명을 하려고 시도한다고 했습니다. 즉, 인
간은 자연의 진면목 일부분을 인간의 이성으로 설명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좀 더 알기 쉬운 예를 들자면, 진짜 집을 보면서 '레고'라는 장남감의 부품
으로 집 모양을 흉내낸다는 말이 더 어울릴 지도 모릅니다. 레고의 부품
수를 더 증가시킴으로써 더욱 진짜 집 모양에 근접한 모형을 만들 수 있습
니다. 그러나 아무리 진짜 집을 흉내내더라도 확실하게 부품이 모형 집의
어디에 어떻게 꼽아 넣어야 함을 모르거나 무시하면 집이 만들어지지 않습
니다. 자연과학도 이와 거의 유사합니다.

레고의 각 부품이 확실하게 알려지고 꼽아 넣는 순서가 일정해야 모형 집
이 만들어집니다. 그렇다면 자연과학에서 레고의 부품역할을 하는 것이 무
엇일까라고 묻는다면 각종 알려진 현상이나 실험데이터들이라고 할 수 있
습니다. 집을 짓는 순서는 논리적인 전개과정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여기
에는 물론 반론이나 다른 적당한 비유가 있을 수 있습니다.

이번에는 자연과학의 영역에서 엄밀한 잣대로 무엇을 사용하는가를 검토해
봅시다. 자연과학에서는 방법론적인 측면에서 '인과관계'라는 개념을 사용
합니다. 자연현상에는 서로 앞뒤관계가 있고 인간이 이것을 논리적으로 이
해하려면 인과관계라는 개념을 사용합니다. 인과관계는 자연의 본질적인
성질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기 위한 하나의 강력한 잣대입니다.
지금까지 인간이 자연을 해석하는데 필요한 잣대 중 가장 뛰어나고 성공을
거둔 개념이 인과관계입니다.

자연현상의 인과관계를 논리적으로 이해하는 학문이 바로 자연과학입니다.
만약 논리적으로 이해를 하지 못하면 인과관계를 확인할 방법이 없습니다.
이때는 그냥 단순한 '상관관계'만 존재한다는 말을 할 수 있으며 주로 공
학이나 기술영역에 속하는 현상들입니다. 즉, 원인이 결과로 이어진다는 전
과정을 인간이 논리적으로 이해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말입니다. 이런 측
면은 논리세계를 다루는 수학을 공부해 보면 어렵지 않게 알 수 있습니다.

다음에 중요한 잣대로 '물리량'을 예로 들 수 있습니다. 현대의 자연과학은
거의 다 양적인 인과관계를 따지는 분야로 자리잡았습니다. 양적으로 인과
관계를 증명하지 못하면 인정을 하지 않습니다. 신과학에서 주장하는 내용
들의 결정적인 맹점은 물리량들의 인과관계를 밝히지 못하는 점입니다. 그
냥 '어떤 현상이 있고 현대과학으로 설명하지 못한다', '이것은 기가 존재
해야만 설명할 수 있다' 등 그냥 정성적인 측면으로만 주장하는 경우가 대
부분입니다.

이런 주장의 맹점은 어떤 현상에 대한 명확한 물리량들을 제시하지 못하
고, 정량적인 인과관계를 증명하지 못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기(氣)가
존재함으로써 나타나는 자연현상이 있다면 자연현상은 분명히 물리량의 양
적 관계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최종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에 해
당하는 기가 어떻게 양적으로 인과관계가 이루고 있는가를 증명해야 합니
다. 그렇지 못하면 그냥 맹목적인 주장에 불과합니다.

기를 불어넣어 책상 면에 있는 담배나 쇠로 만든 원통을 굴린다고 주장하
거나, 가만히 눈감고 서 있는 사람들에게 기를 쏘아 뒤로 넘어지게 한다는
주장을 할 수 있습니다. 이런 주장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고 담배가 굴러가
는 현상을 일으키는 원인이 진짜로 기였다면, 기의 어떤 정량적인 측면이
담배가 책상 위에서 마찰을 이겨낼 정도의 힘으로 작용하여 굴리는가를 밝
혀야 합니다. 사람이 뒤로 넘어질 정도라면 엄청난 효과를 내는 결과입니
다. 이런 결과를 일으키는 기의 작용을 양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그렇지 않
으면 뒤로 넘어지는 행위에 기가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주장을 할 수 없습
니다. 사람들이 눈치채지 못하도록 입김으로 불어 담배를 굴리는 지, 서있
는 사람들이 신호에 맞추어 자발적으로 뒤로 나가 떨어졌는지 알 수 없습
니다.

현대과학에서 물리량들은 SI단위계로 확정되어 있습니다. SI단위계는 수백
년간 내려온 전통과 근대로 접어들면서 전문 과학자나 기술자들이 지금도
계속 개량을 거듭하여 확정한 단위계입니다. 7개의 기본단위와 2개의 보조
단위를 기본으로 하여 물리법칙이나 화학법칙에 따라 이런 기본단위를 조
합하여 유도단위를 만들어 냅니다. SI단위계에서 제시하는 기본단위나 유
도단위로 표시할 수 없는 양들은 일단 물리량들이 아니라고 보면 틀림없습
니다. 따라서 SI단위계로 표현하는 물리량들이 아니라면 정상과학 영역으
로 절대로 들어올 수 없다고 보면 확실합니다.

그러므로 신과학에서는 자신들의 입맛에 맞는 과학적인 방법만 빌려와서
과학적인 측면이 있다는 주장을 할 게 아니라 SI단위계로 표현되는 물리량
들의 인과관계를 정량적으로 밝혀야 합니다.

물리량의 측정문제, 존재문제, 인식문제 등은 인식론이나 과학철학, 과학사
등에서 아직도 논란을 일으키고 있고, 모든 과학자가 받아들이지는 않습니
다. 그러나 물리량은 절대다수(거의 대부분)의 과학자들이 인정하고 사용하
는 잣대임에는 틀림없기 때문에 '의사과학'과 '정상과학'을 구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