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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학/철학
   
  공중에 떠도는 과거의 흔적
  글쓴이 : kopsa     날짜 : 00-11-24 06:22     조회 : 7331    
공중에 떠도는 과거의 흔적

2000년 11월 24일 디지털타임스에 실린 글입니다.
"신과학 바로알기"의 내용입니다. 정리해서 간단히 표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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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건일 박사의 신과학 산책> 공중에 떠도는 과거의 흔적
 
무작위적인 유전자 돌연변이와 변이체의 자연선택에 기초한 다윈의 진화론
은 목적도 방향도 없는 인간의 미래를 암시한다. 이와 달리 다윈론에 의해
밀려난 용불용설로 알려진 라마르크론에는 희망이 있다. 높은 가지에 걸린
잎을 뜯어먹기 위한 의지가 진화에 반영돼 기린의 목이 길어졌다는 이론에
는 의지와 노력에 의해 점차 목적에 접근한다는 희망이 담겨 있는 것이다.
그래서 만일 획득형질의 유전을 증명할 수 있다면 사회의 향상을 위한 개
인적 노력과 고통이 보상받고, 우리의 후대는 처음부터 다시 시작할 필요
가 없다는 확신을 가질 수 있다.

1920년대 초 이런 바람을 가졌던 빈 대학의 생물학자이며 사회주의자인 파
울 카머러는 획득형질의 유전을 입증했다고 발표했다. 물에서 교미하는 수
컷 두꺼비의 앞다리에는 미끄러운 암컷을 단단히 잡기에 용이한 진한 색깔
의 패드가 있다. 카머러는 그런 패드가 없는 육지에서 교미하는 두꺼비를
물에서 교미시킨 결과 패드가 나타나 3세대에 걸쳐 유전되는 것을 확인했
다고 발표한 것이다. 하지만 곧 그 패드가 잉크를 주사해 만들어낸 가짜로
판명되자 그는 권총자살로 생을 마감했다.

카머러와 같은 때 하버드 대학의 심리학자 윌리엄 맥두걸도 획득형질의 유
전을 주장했다. 그는 보상과 처벌 방법으로 쥐에게 미로를 헤어 나오는 기
술을 가르친 다음, 이들 쥐를 교미시켜 다음 세대의 쥐를 얻어 미로훈련을
시킬 때에 이전 세대보다 학습이 빠르고, 마찬가지로 얻은 그 다음 세대의
쥐는 더욱 빨리 학습능력을 획득한다는 결과를 얻었다고 발표했다.

이것은 유전자적 유전이 정착되기 전인 1920년대의 사건들이었다. 그런데
케임브리지대학 생화학 박사 출신인 뉴에이지 작가 루퍼트 셸드레이크는
1988년 <과거의 존재>에 맥두걸의 결과가 재현된 것처럼 그려놓았다. 그
는 이를 과학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형태장(morphic field)이
라는 가상의 매개물을 설정했다. 미로를 헤어나오는 기술을 습득한 쥐의
패턴이 시공을 초월한 형태장으로 남아 다음 세대의 쥐가 이를 통해 과거
의 기억을 갖게 된다는 것이다.

셸드레이크는 형태장을 사실이라고 설득하기 위해 "금세기를 보아도 자전
거 타기, 타이프 치는 기술이 점차 쉬워졌다"는 등 여러 상상적 자료를 제
시했으나 이보다 그의 본론적 주장을 살피는 것이 중요하다. 그는 "우리는
조만간 많은 옛 사고습관을 포기하고 새로운 것을 채택해야 한다"고 말한
다. 서로 사랑하고 자연을 아끼는 습관을 키운다고 할 때, 이 습관은 형태
장을 통해 즉시 전세계인에게 전해질 뿐 아니라 후손의 마음에 보태질 것
이 아닌가.

이러한 신과학적 전망은 매력적이지만 그 자체가 과학은 아니다. 신과학을
바람의 과학 또는 믿음의 과학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전망, 바람, 믿음이 먼
저 설정돼 근거가 되는 과학을 찾기 때문이다. 이들 중에는 과학적으로 확
립된 증거를 갖추지 않고 주장되는 것들도 있다. 과학자라고 바람과 믿음
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지만 과학 그 자체는 주관적 가치를 엄격히 배
제한 객관적 탐구이어야 하며 이 때문에 보편적 참(眞)으로 존중받는다.

(강건일 전 숙명여대 교수 dir@kops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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