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학/철학

과학과 신과학   글쓴이 : kopsa     날짜 : 99-10-21 04:54     조회 : 5572     '과학과 신과학'   '과학'은 실세계에 대한 관찰결과와 해석이 가장 완전히 포함되어 있는, 현재 의 인간이 그려낼 수 있는 최상의 그림이다. 그러나 과학이 완전하다는 의미가 아니며 그 자체 계속 보완, 수정하여 완전을 지향하는 발전적 기능을 갖고 있다. 이러한 과학의 핵심은 독특한 탐구방법, 다시 말해서 객관적인 관찰에서 나온 자료를 일반화하거나 엄격한 논리와 수학을 적용하여 법칙을 유도하는 '과학적 방법'에 있다.    17세기 베이컨, 데카르트와 더불어 '과학적 방법'의 탄생에 기여한 갈릴레이는 '뉴사이언스(신과학)'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이것은 이전 아리스토텔레스류(類)의 경험적 내용과 사변적 해석으로 구성된 그리고 중세 신의 목적성이 개입된 지식 체계와는 확연히 다른 진정한 '신과학'을 의미하였다.   오늘날 유행하는 '신과학'은 이와는 상당히 다르다. 1985년 대우재단의 지원을 받은 11명의 학자가 '뉴에이지 사상'을 이해하기 위한 '신과학연구회'를 결성했을 때에 '뉴에이지 사이언스(새 시대 과학)'를 '신과학'이라고 이름 붙였다고 이들의 토의 내용을 담은 <신과학운동>에 적혀있다. 그러나 이들이 다룬 카프라, 봄, 프 리고진, 스페리 등등의 학자는 각자의 전일론적 과학론을 전개했을 뿐이며, '새 시대 과학'이란 출판사 광고류의 것으로 보인다.    앞서 열거한 몇몇 높은 수준의 학자들이 전개한 전일론적 세계관 자체도 '신 과학연구회'에서도 평했듯이 철학, 제안에 불과하며 아직 확립된 과학은 아니다. 좋게 말하여, 이들이 제시한 가설이 일부라도 과학적 방법으로 증명된다면 그 분야의 새로운 방향을 개척할 수 있을 것이나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 전혀 모른 다. 하물며 대다수 '뉴에이지 작가'의 주장은 허황된 '초과학'에 해당된 것이기 때 문에  '신과학'이라는 용어에는 심각한 오류가 있다.   그 많은 '뉴에이지 작가'의 믿음을 한 가지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대체적으로 이들은 과학이 환원적, 물질적 탐구라는 사실을 비평하고 있다. 환원론이란 기계 론과 함께 하는 용어로, 세부적인 내용을 알아내어 전체를 이해한다는 의미이다. '뉴에이지 작가'는 전일론적 접근을 강조하여 나누어 분석하기보다는 시스템적으 로 파악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또한 이들은 특히 생명에서 소외되었던 영적, 정 신적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앞서 말한 대로, 시스템적 파악이라면 그 아이디어를 가설로 하여 과학적 방 법으로 증명하여 과학 지식체계에 포함시키면 된다. 또한 정신과 육체의 상호관 련성은 이미 학문적으로 성립되었기 때문에 새삼스런 것은 아니다. 다만 이들이 육체와 분리된 별개의 영이나 정신을 찾아내겠다면 그것은 가망성이 없어 보인 다. 과학의 영역에서 정신적 현상이란 육체적, 물질적 뇌신경 작용으로 해석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증명되지 않은 가설 내지 믿음에 불과한 내용에 '신과학'이 라는 이름을 붙였다면 터무니없는 과장일 뿐이다. 학문의 세계에서 말할 것이 아닌 광고류의 것이라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뉴에이지 작가'는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하여 자신이 제시한 가 설의 장점과 한계를 분명히 하기보다는 과학을 공격함으로써 그 논리만으로 자 신의 믿음을 증명된 듯이 말하는 경향이 크다. 대표적인 예로, 이들은 흔히 데카 르트-뉴턴 패러다임 운운하며 과학이 자연을 단지 기계적인 파악의 대상으로 보 았기 때문에 환경파괴가 자행되었으며 그 해결책을 전일론적 과학론에서 찾아야 한다고 말한다. 이들이 말하는 과학론의 과학성을 거론할 필요도 없이, 과연 환 경파괴가 이들이 말하는 기계론적 과학의 탓인가?      지구의 인구는 1850년 10억에서 1950년 25억, 1987년 50억으로 증가하였고 2000년에는 70억 명이 될 것이다. 이러한 폭발적으로 증가한 인구의 식량, 에너 지, 보건 문제를 해결한 것은 과학이었다.  과학이 아니었다면 생존을 위한 환경 파괴가 어떤 지경에 이르렀을지 상상할 수 있으며 앞으로의 환경문제 해결도 과 학에 달려있음이 분명하다. 또한 일부 환경파괴에 기여한 인간의 탐욕적 본성과 관련하여 그 해결책으로 객관성, 합리성, 정직성, 인간을 위한 과학의 가치를 사 회적 가치로 정착시킬 필요가 있다. 이러한 과학과 과학의 가치를 이해하지 못 한 과학 환경파괴론은 허구적일 주장일 뿐이다.          나아가 이런 주장은 극단적 페미니즘 논리와도 맞물려 있다. 이들은 뉴턴의 '프린키피아'를 강간교범이라고 부르며 과학이 그런 것 같이 여성을 남성의 밑에 둔 계층적 사고가 자연을 강간하여 환경문제를 야기했다고 주장한다. 또한 과학 이 사고와 느낌을 그리고 이성과 감정을 분리시켰으며 환경으로부터 영을 배제 하여 그 결과가 환경파괴로 나타났으며 지구를 모성으로 대하는 여성적 감정을 적용하라고 주장한다. 그러나 노벨상 수상자 허시바흐가 말한 대로 과학의 목적 은 자연에게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연을 주인으로 섬겨 이성적, 과학적 탐구 를 통해 그녀의 법칙을 발견하는 것이다.    위에 일부 논점이 나와 있으나, '뉴에이지 작가'는 과학이 인간 생명의 정신적, 영적 요소를 배제하여 인간성의 황폐와 지구상 모든 문제가 야기되었다고 주장 한다. 이 가운데 전일론적 생명 관을 주장하며 이들이 고대의학을 찬양하여 나 타난 결과는 단순치 않다. 고대의학은 그 체계가 영기(靈氣)를 포함한 기와 같은 만유생명력 원리로 구성되어 전일론적인 것으로 보일 뿐이며, 근본적으로 초자 연주의, 신비주의에 입각한 의학이다. 단순한 경험과 머리로 그려낸 이런 의학이 효능성, 안전성의 점에서 예측성을 만족시킬 리가 없다. 그럼에도 '뉴에이지'와 더불어 과학에 의해 소멸되었던 대체의학 풍조가 조성된 것이다.   또한 이들은 정신적 세계를 강조하며 '초감각적 지각(ESP)'과    '염력(PK)' 을 광고하고 종교적 영역이어야 할 '영적 세계'에 과학적인 색깔을 입힌다. 이미 100년 전에 과학적 탐구가 시작되어 부정적이라는 판단이 내려진 이들 '사이 (psi)' 주제가 '뉴에이지'와 더불어 부활되어 미신풍조가 깊어 가는 사회현상을 예의 주시할 필요가 있다.    1970년대 서양에서 이런 '뉴에이지'의 등장 배경으로 흔히 말하는 것이 있다. 물질문명의 비인간화 가운데 상실된 자아를 되찾기 위해 직관과 감정에 의해 드 러난 어떤 세계를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또한 핵전쟁과 환경파괴의 위협 에 처한 인간이 환원적, 물질적 과학의 탈피에서 해법을 발견하여 페미니즘 운 동 등과 더불어 운동적 성격을 갖게 되었다는 것이다. 여기에 덧붙여 동양의 이 민자로부터 발견한 초자연주의적, 신비주의적 세계에서 '뉴에이지'가 토양을 얻 었다는 분석도 근거가 있다.   결론적으로, '뉴에이지'는 과학이 소멸시킨, 과학을 초월한 세계를 지향하는 반 과학적 내지 초과학적 믿음이며, 문명순환과 과학의 종말을 주장하며 과학이 있 기 전의 세계로 돌아가겠다는 반문명적 운동인 것을 알 수 있다. 특히 전통적인 것과 연결된 이 운동이 민족전통을 강조하는 정치와 결탁됐을 때에 막강한 힘을 발휘하리라 예측된다.  세이건이 말한대로 '뉴에이지'란 21세기의 새로운 패러다 임이 될 '새 시대 과학(신과학)'이 아니라 과학과 이성에서 벗어난, 비이성과 미 신의 시대를 부추길 위험스런 풍조이다. (<시조> 1998년 10월 호에 게재한 원고 입니다. 과학과 신과학을 가려달라는 원고청탁을 받고 쓴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