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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과학/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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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거짓과학 가려내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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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쓴이 : kopsa
날짜 : 99-10-21 04:48
조회 : 5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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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과학 가려내기'
과학처럼 보이지만 실제는 과학이 아닌 것이 의사(擬似)과학이다. 의사과학은
거짓과학이다. 참과학과 거짓과학을 어떻게 가려낼 수 있을까? 생각보다는 어렵
지 않다. 과학이라고 말해 줄 객관적인 증거가 있는지 확인해 보면 된다. 과거에
연구된 그런 증거가 없다면 스스로 과학적 방법으로 검증해 보면 알 수 있다.
실험 과학적 방법이란 조심스럽게 관찰하여 자료를 모아 일반화에 의해 가설
을 제시하는 방법이다. 물체의 낙하속도는 무게와 어떤 관련이 있을까? 이때 높
은 곳에서 여러 무게의 물체를 떨어뜨려 낙하시간을 측정, 일반화를 할 수 있다.
이와는 달리 작업가설을 먼저 낸 다음에, 다시 말해서 물체의 낙하속도가 무게
와 관련 없으리라는 가설을 입증하기 위해서 무거운 물체와 가벼운 물체 두 가
지로 실험해 볼 수도 있다. 이와 같이 얻은 가설이 부정되지 않고 또한 폭넓게
적용될 때에 이론이라고 부른다.
오늘날 과학자들은 17세기 탄생한 이런 과학적 방법을 참(眞)을 찾아내는 방
법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절대적 참에 도달하는 것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사실도
알고 있다. 감각에 의존하는 인간의 관찰이 얼마나 부정확할지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알 수 있다. 측정기기만 해도 그 자체 필연적인 오차를 내포하고 있다.
이보다 더욱 참에서 멀어지게 하는 것은 과학적 방법 전 과정에 개입되는 실험
자의 주관적 믿음이다.
이 믿음은 인간이 진화과정에서 익힌 생존을 위한 본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광대한 우주와 가혹한 자연 그리고 살벌한 경쟁 속에서 인간은 종교적 믿음과
개인과 동족 보호 등의 가치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되었다. 이것은 과학적 증거와
는 무관한 인간의 본성이다. 이 가운데 개인적, 사회적 가치를 배제해야 하는 과
학적 참의 추구가 얼마나 어려울 것인지 상상할 수 있다. 동시에 과학이라고 하
여 철저한 이성적 인간상에만 가치를 두는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지나치지
않고 과학적인 양 말하지 않는다면 미신적 믿음조차도 인간적인 것이라는 의미
이다.
16세기 서양에서 시작된 과학혁명은 본성적 믿음과 상상적 믿음(미신) 그리고
상식의 혼합체에서 과학을 가려내는 작업이었다. 대우주와 소우주(인체)에서 신
의 목적성과 만유생명력을 제거하여 본래 모습을 찾는 과정이었다. 그래서 코페
르니쿠스에서 뉴턴에 이르기까지 신의 목적성이 개입된 지구중심설이 뒤집히고
자연의 물리법칙에 의해 지배되는 우주의 참모습이 제시되었다. 원시시대이래
인간은 우주에 널리 퍼져 있는 어떤 힘이 인체에까지 스며들어 생명을 운영한다
고 믿었다. 하비는 혈액순환설을 내어 갈렌이 믿었던 이러한 만유생명력, 구체적
으로 프네우마를 제거하여 인체 운영을 물리적 법칙으로 파악하는 기틀을 마련
하였다.
이와 같이 과학은 우주, 자연, 생명의 물질적 기초 위에 성립되었다. 생명의
물질적 해석이 쉽게 받아들여진 것은 아니다. 하비 이후 300년간 생기론자와 기
계론자와의 치열한 갈등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그러나 결국 과학의 역사는 생기
론자의 패배를 기록하였다. 의식과 정신에 관한 한 물질이외의 어떤 초과학적
기능을 상정하고 싶겠지만 이들도 물질적 뇌신경작용으로 해석되고 있다. 더욱
이 이미 400년전 과학에 의해 타파된 기(氣)와 같은 만유생명력 개념으로의 회
귀란 참된 과학일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 우리는 신문, 방송, 책을 통해 '신과학'이라는 이름이
붙은 여러 내용에 접하고 있다. 피라미드 파워의 현장답사와 눈 가리고 글을 읽
는 장면에는 어린 초등학생까지 등장하였다. 이 외에도 신과학이라고 소개되고
있는 이야기는 많다. 그것은 1988년 소립자연구로 노벨 물리학상을 공동 수상한
미국의 레온 레더만이 1996년 '과학을 구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글에서 '쓰레기
과학'이라고 부른 '점성술사, 신비주의자, 심령술사, 투시력자, 점술가, 예언자, 피
라미드 추종자, 수맥찾기사, 영성주의자, 이스라엘의 마술사(유리 겔러), 신앙치
료사, UFO 증인, ESP(초감각적 지각)마술사 등의 영역에 속한 것들'이다.
레더만은 미국 과학교육의 제도적 문제를 언급하는 가운데 이들 '초과학'을 열
거하며, 대중의 흥미에 영합하는 매스컴과 일부 돈을 탐하는 과학자 내지 작가
들에 의해 거짓과학이 사회에 만연된 문제를 지적하며 어린 학생들에게 참과학
이 무엇인지 교육할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 '신과학', '기과학',
'정신과학' 등의 이름으로 불리는 이들 주제들은 실제는 거짓과학인 것이다. 어
째서 그러한지 조금만 생각해 보아도 분명해진다.
피라미드 파워는 미국에서 1970년대 유행되던 것이다. 피라미드 모양의 구조
물 안에는 무엇인가 신비스런 에너지가 충만하여 여러 과학적으로 설명할 수 없
는 현상이 일어난다는 것이다. 이것은 피라미드와 관련된 신비로움에서 유래한
믿음이나 뉴에이지 작가에 의해 과학인양 각색되어 유행을 부채질했다. 뉴에이
지 작가는 항상 그럴듯한 과학적 내용으로 이야기를 꾸미지만 그것은 참과학이
아닌 일화적인 것이거나 재현성이 없는 거짓된 것들이다. 그럼에도 독자는 이런
책 내용을 과학적인 것으로 받아들여 스스로 호기심과 기대를 충족시킨다. 책
의 저자는 그 반대급부로 엄청난 돈을 번다.
우리 나라에도 번역 소개된 식물도 감정을 갖고 있다는 '식물의 신비스런 생
활'이 그런 것이다. 그 책의 저자 톰프킨스는 1971년 '대피라미드의 비밀'에서 피
라미드 모형 안의 면도날이 녹슬지 않고 음식이 상하지 않는다는 이야기를 과학
인양 적어 넣었다. 또한 우리 나라에도 번역된 100마리째 원숭이 이야기가 나오
는 '생명의 조류'의 저자 웟슨은 1973년 '초자연'이라는 책에 죽은 고양이를 피라
미드 안에서 오래 보존할 수 있다고 적었다. 이외 다른 뉴에이지 작가의 책들도
있다.
이러한 거짓과학을 계몽하기 위한 과학자들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예
를 들어 1973년 알터는 피라미드와 식품의 탈수에 관한 논문을 그리고 사이몬스
는 면도날과 꽃을 대상으로 실험한 논문을 발표하여 피라미드 파워가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런데도 25년이 지난 지금 우리 나라 과학자 중
에는 피라미드 파워가 과학인양 말하는 사람이 있다. 그리고는 우유 부패실험에
서 재현성이 없는 결과가 나오자 태양의 흑점 등 우리가 알지 못하는 어떤 변수
가 작용하기 때문일지 모른다고 결론을 내렸다. 그는 어째서 재현성이 없는, 다
시 말해서 피라미드 파워를 입증할 결과를 얻어내지 못하고도 어떤 변수라는 말
을 달았을까?
그것은 피라미드 파워가 작동한다는 믿음 때문이다. 그는 이 믿음이 사실임을
보여주려고 실험을 한 것이며 결과가 다르게 나타나자 변명을 댄 것이다. 이것
은 믿음을 배제한 객관적인 실험을 생명으로 하는 과학자의 방식이 아니다. 흔
히 초능력자를 자처하는 사람들도 유사한 변명을 한다. 실패했을 때에는 오늘은
능력이 나타나지 않았다거나 주위에 능력을 의심하는 사람이 있어 방해받았다는
등의 변명을 늘어놓는다. 그러나 속임수를 막을 수 있는 통제된 실험에서 초능
력을 발휘할 수 없으면 그런 능력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참과학적 결
론이다.
통제된 과학적 실험이 어떤 것인지 간단히 살펴보자. 눈가린채 손가락으로
글을 읽을 수 있는지 보기 위해서는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글을 읽을 수 없도록
눈 높이 위에 글자가 적힌 종이를 올려놓고 시험하면 된다. 어째서 눈높이 위일
까? 이런 식 초능력이 대부분 코틈으로 글을 읽는 속임수라고 밝혀졌기 때문이
다. 투시력에 의해 글을 읽는다면 불투명한 봉투에 글자가 적힌 종이를 넣고 봉
하여 읽게 해보면 된다. 물론 어느 누구도 사전에 글자를 알아 소녀에게 전달하
지 못하게 통제해야 한다.
필자는 이들 소녀를 직접 시험해보지 않아 초능력의 존재여부를 확실히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동안 신문, 방송에 보도된 내용으로 보아 제대로 된 실험
이 아니라는 것은 분명하다. 과학적으로 통제된 실험에 의해 재현성이 있게 초
능력이 입증된다면 이런 초능력 현상이 신과학이라고 말하며 메커니즘을 연구할
수도 있겠으나 그렇지 않은 상태에서 신과학 운운하는 것은 과학자의 태도가 아
니다.
초감각적 지각, 염력, 영, 예언 등은 원시시대이래 인간의 바람과 믿음일 뿐
참과학으로 입증된 예는 역사적으로 없었다. 이런 사실을 알고 있는 레더만은
뉴에이지와 더불어 유행하는 온갖 거짓과학을 참과학으로 잘못 이해하는 학생들
을 일깨워줄 과학교육의 중요성을 피력한 것이다. 튼튼한 과학적 기초 위에 선
과학적 상상이야말로 창의적인 연구에 중요하다. 이것은 단지 머리 속에서 그려
내는 허황된 상상과는 구별된다. 어린 학생들이 신과학에 현혹되지 않기를 바란
다. ( 한국우주정보소년단 지도교사를 위한 Program Report(98년 10월)에
게재한 원고입니다. 어린 학생 지도에 적합토록 평이하게 쓴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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