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학/철학

신과학 주장, 라이프니츠의 단자론   글쓴이 : kopsa     날짜 : 00-03-04 21:50     조회 : 9945     신과학 주장, 라이프니츠의 단자론     현대인간의 믿음에는 일정한 특징이 있다. 자연과학적 방법론에서 비롯된 인 과론, 정량성, 객관성, 증명성, 합리성, 예측성 등에 대한 믿음이 그것이다. 이것 을 현대인간의 사고를 지배하는 큰 틀, 즉 과학적 세계관이라고 부른다. 정치적, 경제적, 사회적 믿음을 보아도 주관성보다는 객관성, 정성적 감각적 이해보다는 정량적 이지적 이해, 어떠한 논쟁에도 증거와 예측성을 기초로 한 합리적 해결 을 중시한다. 또한 더불어 살기 위해 어떤 도덕, 철학, 종교보다도 합리성을 중 시한다. 1. 신과학적 세계관   그런데 최근에 우리의 지식사회에 이러한 과학적 세계관에 도전하는 새로운 풍조가 나타나고 있다. '신과학' 이라고 부르는 것이 그것이다. 과학에 도전하는 신과학은 항상 전형적인 논리를 구사한다. 현대 문명사회의 문제가 환원적, 인과 론적, 기계론적 과학적 방법론에서 비롯되었다는 것이다. '과학사상'(제27호, 1998 년 11월 25일)에 실린 김용정 교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확장된 과학'의 '들어가는 말'에서도 다음과 같은 과학의 환원론을 비판하는 글을 발견한다.       "몇몇 유기적 전일주의 과학의 패러다임을 주장하는 과학자들의 참뜻이 무엇 인가를, 본인이 알고 있는 한도 내에서 서술하고자 한다. 인류역사에서 오늘날만 큼 생명의 존엄성이 심각한 문제로 부각된 시대는 일찍이 없었다. ......일반적으 로 분자생물학자들은 물리학자들이 물질을 원자로 환원하여 파악하는 것처럼 생 물을 분자로 환원하여 인식하고 있다. 그런데 이런 시점에서 미국에서는 사람의 손에 죽은 살인사건이 ...전체적으로 연간 약 2만 2000건에 이르고 있다.....암으로 죽은 사람은 매년 약 50만 명이나 되며 이중 90퍼센트가 환경의 영향에 의해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 서문의 글은 대단히 무서운 내용을 담고 있다. 살인사건, 환경오염에 의한 인간의 죽음이 과학과 그 사상 탓이라는 것이다. 그래서 유기적 전일론적 신과 학 패러다임을 열어 생명을 조각 내지 않고 온 생명으로 이해하며, 인간과 인간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관계를 주체, 객체의 관계가 아니라 한 그물 속의 한 몸 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말한다. 우리 모두에 이런 신과학 사상이 스며든다면 생 명의 존엄성과 인간성이 회복되고 환경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고 말한다.    이런 신과학 전망을 흥분 속에 기대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그러나 바람 또 는 철학이 그대로 신과학이라고 부르건 어떻게 부르건 과학이 될 수는 없다. 더 욱이 그대로 현재 우리가 믿는 과학을 대체할 수는 없다. 이런 양상을 이해하기 위해 김교수가 말하는 신과학이 무엇인지 '유기적 전일론적 신과학'을 과학과 대 비시켜 분석할 필요성을 발견한다.   전일론(holism)이란 전체가 부분의 합보다 크다는 사상이다. 부분으로 쪼개서 분석하는 환원론(reductionism)으로 전체를 알 수 없으며 사물을 전체로서, 시스 템적으로 이해해야 한다고 신과학은 주장한다. 이때 과학으로 환원된 부분적 법 칙으로 전체를 알 수 없다면 무엇인가 과학으로 잡을 수 없는 것이 전체 속에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 된다. 신과학의 주장 속에 이것은 생기론(vitalism)과 연관 되어 있다.   이와 같이 전일론과 생기론은 함께 하는 개념이며, 생기론은 또한 원자론 (atomism)과 반대의 개념이다. 데모크리투스(Democritus, c. 460-c. 370 BC)와 그 학파는 원자의 성질과 조합에 따라 이 세계의 모든 것의 성질과 질이 결정된 다고 본 원자론자(atomist)이다. 원자론자는 모든 생명체의 작용도 생명체를 구 성하는 원자의 상호반응의 결과라고 믿었다. 이것은 시계가 그 부속품들의 상호 작용에 의해 작동되는 것과 동일하기 때문에 원자론자는 전형적인 기계론자 (mechanist)이다.    데모크리투스의 반대편에는 "생명현상에는 특징적인 (비물질적) 생기력의 존 재가 필수적이다"라고 주장한 생기론자(vitalist)인 아리스토텔레스(Aristotle, 384-322 BC)와 그 학파가 있었다. 나아가 아리스토텔레스는 "생기력의 존재는 완전한 생명체의 출현(emergence)을 가져온다"고 한 '완전한 생명체'라는 목적을 설정한 목적론자(teleologist)이기도 하다.   이렇게 이해한다면 신과학은 과학의 환원론, 기계론, 비목적론에 대한 전일론, 생기론, 목적론적 사상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이것은 새삼스런 것이 아닌 과학 이 있기 전 고대인의 믿음이었다. 이런 믿음을 생명의 존중, 환경문제의 해결이 니 하여 말하지만 신과학이란 근본적으로 반모던 세계관 지향이다. 이들이 강조 하는 전통사상, 초정상 현상에서 신과학의 색채는 좀 더 분명히 드러난다. 김용 정 교수의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서의 확장된 과학'의 다음과 같은 대목으로 좀 더 살펴보자.      "...데카르트는 라이프니츠와 동일한 합리주의 철학자요, 수학자임에도 불구하 고 .... 기계론만 취하고 목적론을 버렸다는 것이다........라이프니츠의 엔텔레케이 아의 철학에서 본 것처럼 현대의 과학은 전반적으로 기계론과 목적론을 통합하 는 새로운 유기적 전일주의의 방향으로 나가고 있다는 것에 주목해야 할 것이 다. 왜냐하면 오늘날 지구세계가 당면하고 있는 큰 문제들, 예를 들어 환경오염 의 문제, 도덕적 가치의 몰락문제....등 수많은 문제들이 세계종말의 위기적 요소 들로 드러나고 있고, 그 원인은 목적론을 배제한 기계론적 자연관에 연유한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현대과학이 김교수의 말대로 기계론과 목적론을 통합한 유기적 전일주의적 방향으로 나가고 있는 것일까? 신과학자의 목적이 이런 것이라고 보아야 할 것 이다. 라이프니츠(Gottfried wilhelm Leibniz, 1646-93)는 비물질적 생기론적 단 자론을 내어 '신이 정해 놓은 조화(pre-established harmony by God)'라는 목적 론을 설정한 철학자이다. 김교수가 말하는 기계론과 목적론의 통합에 라이프니 츠의 단자론의 역할이란 다름 아닌 목적론적 생기론의 도입 주장이며, 라이프니 츠를 인용하건 어떻게 하건 신과학의 추구 목표는 동일하다.      2. 합리론자, 과학자 라이프니츠         라이프니츠는 이성이 경험보다도 확실한 진리에 이르는 지침이 된다고 믿은 데카르트(Rene' Descartes, 1596-1650)의 뒤를 이은 최대의 합리론자(rationalist) 이다. 라이프니츠의 이성론은 그보다 후대의 경험론자(empiricist) 흄(David Hume, 1711-76)과 비교하여 적절하게 이해될 수 있다.   논리학에서는 '2+2=4'와 같은 논리적 필연적 명제와 "시저가 루비콘 강을 건넜 다"와 같은 우연적 명제를 구분한다. 필연적이라 함은 이를 부정하는 것이 허위 임에 틀림없기 때문이며 우연적 명제는 이것이 실제로 참일 수 있으나 그 반대 가 필연적으로 허위라고는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우연명제의 참 또는 그릇됨은 사실상 논리적 문제가 아니라 역사적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느냐에 따라 결정된 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라이프니츠는 우연명제는 올바르게 바라보는 순간 즉시 필 연적이 된다고 믿어 필연적 명제와 우연적 명제  사이의 구분을 허물어 버렸다. "시저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는 명제는  '신이 정해 놓은 것이므로' 다른 실재 (reality)가 있을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험론자 흄에게 '2+2=4' 는 아무 새 로운 것도 없는, 용어의 정의에 따라 결정된 결과일 뿐이며 불필요하다. 그에게 는 "시저가 루비콘 강을 건넜다"가 가장 중요하며, 그는 이성이 아닌 관찰에 의 존하는 이런 진술로부터 진정한 지식이 나온다고 믿었다.   라이프니츠가 올바르게 바라보는 순간 우연적 명제가 필연적이 된다고 본 것 은  단자론의 '신이 정해 놓은 조화'에 의해 예정된, 정해진 것이라고 믿었기 때 문이다. 신은 미래에 일어날 어떤 일도 상세하게 바르게 알고 있음에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것은 라이프니츠의 종교적 신앙임과 동시에 철학이다.   아인슈타인은 자신의 스승 중에 라이프니츠를 놓았다. 1946년 'E = mc2' 이 라는 제목이 붙은 에세이는 "질량과 에너지의 등가성 법칙을 이해하기 위해서 우리는 상대성 물리학 이전에 높은 위치를 차지하였던 서로 독립적인 두 개의 보존법칙으로 돌아가야 한다. 에너지보존과 질량보존 법칙이 그것이다. 이중에서 에너지보존은 17세기 라이프니츠에 의해 나와 19세기에 역학법칙의 당연한 결론 으로 개발된 것이다" 라고 시작되었다.    아인슈타인은 운동에너지와 위치에너지의 합(mgh + 1/2mv2), 즉 역학적 에너 지의 보존이 라이프니츠에 의해 먼저 나왔음을 말한 것이다. 실제 라이프니츠는 낙체의 무게에 높이를 곱한 양(w x h)이 감소함에 따라, 거리에 비례하여 증가 하는 것이 낙하 속도가 아니라 생명력(vis viva,  mv2)임을 증명하였다. 아인슈 타인은 이 에세이에서 역학적 에너지보존이 열에너지 보존을 삼켰듯이 이제 에 너지보존은 질량보존까지를 삼켜 커다란 에너지보존이 성립되었다고 전개하였 다.   라이프니츠의 '신이 정해 놓은 조화' 철학은 과학혁명기 과학자들이 우주의 조 화로운 운영을 믿어, 우주의 법칙을 찾으려고 한  믿음의 뿌리가 된 것이다.  현 대 과학자도 이 믿음을 견지하고 있다. 믿음 자체가 과학은 아니지만 과학자의 탐구정신에 불을 붙여 과학을 밀고 나가는 것 또한 이 믿음이다.   아인슈타인도 과학자로서의 라이프니츠를 존경했을 뿐만 아니라 우주의 질서 와 이 질서와 조화를 이룬 인간 이성 또는 정신의 힘에 의해 인간은 영원히 진 리의 추구로 나아갈 수 있다는 신념을 라이프니츠를 인용하여 피력하기도 했다. 그는 지금 신과학자가 주장하는 과학의 종말이란 있을 수 없다고 한 것이다.    이렇게 라이프니츠가 서로 상반된 신과학자, 아인슈타인에 의해 인용되는 것은 아이러니이다.              3. 라이프니츠의 단자론       17세기 라이프니츠의 시대에 원자론적 견해는 과학자들 사이에 널리 믿어졌던 것이다. 그후도 마찬가지나 20세기에 들어올 때에도 원자의 실체에 대한 논란이 계속된 것으로 보아 17세기에 원자란 아직 상상적 존재였다. 이 때 라이프니츠 가 원자 대신에 무한의, 단순하고, 나눌 수 없는, 비물질적, 상호 독립적인 단자 (monad)로 구성된 세계를 상상한 것은 이상하지 않다. 그는 사망하기 2년 전인 1714년  '단자론(The Monadology)'을 내었다. 메이슨(Stephen Finney Mason) 의 '과학의 역사(A History of the Sciences)'에 단자에 관해 다음과 같이 기술되 어 있다.      "단자는 생명력의 비물질적 중심이다.....자율적 존재이며 상호간에 물리적 작용 을 미치지 않는다. 그러나 단자는 조물주로부터 유래한 유일한 것이며, 이 조물 주에 의해 작용의 조화가 예정된 것이므로, 맹목적인 여러 존재물의 자기결정으 로 인한 혼란된 상태를 만들지 않는다. ...단자는 여러 가지인데......서열에도 완성 도에도 순차적으로 차이가 있는 자율적인 존재들이 연속적인 연쇄를 이루고 있 다....각 단자는 제 각기의 완성도에 따라 정해지는 범위 내에서 소우주 또는 소 세계이며, 자기 자신 속에 우주의 전체를 반영하고 있다."      라이프니츠가 비물질적 단자의 연속체적 세계를 상상한 생기론자인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그의 생기론에는 '신이 정해 놓은 조화'라는 목적론이 내포되었다. 그는 단자는 원자와는 달리 상호 인과론적으로 반응하지는 않지만 '신이 정해 놓은 조화'에 의해 예측성은 만족한다고 하였다. 비인과론적 세계, 그 세계의 과 거, 현재, 미래가 이미 정해져 있다는 개념이 단자론이라는 것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라이프니츠가 신과학에서 특히 인용되는 이유는 이러한 단자의 특징 때문이 다. 신과학의 중요 개념이 된 원형(archetype), 동시성(synchronicity)을 창안한 융(Carl Jung)은 그 아이디어를 라이프니츠로부터 얻었다. 신과학자 보옴(David Bohm)의 홀로그래픽 세계는 우주에 퍼져 있는 소우주적 단자 세계와 유사하다. 라이프니츠의 단자론은 과학이 아닌 형이상학, 철학일 뿐이지만 양자철학자들은 이런 단자세계의 정당화를 위해 노력한다.    따라서 이들의 양자론적 주장이 과학적 근거를 가진 것인지 분석할 필요성이 있다. 이들이 이렇게 하여 주장하는 비인과론적 세계란 과학에 정면으로 배치될 뿐만 아니라 온갖 원시 마술을 정당화하려는 발상이기 때문이다. 신과학 비평 반경의 물리학자들이 양자론 해석에 관심을 기울이는 이유를 이해할 필요가 있 다. 이에 관해서는 후에 게시하려고 한다.   김용정 교수는 앞서 인용한 같은 글에서 라이프니츠 형이상학의 목표가 "당시 의 현상론자의 목적론적 철학과 질료론자의 기계론적 철학의 화해와 통일에 두 고 있었다"고 했다. 이것이 김용정 교수가 말하는 기계론에 목적론의 도입인 듯 하나 실제 라이프니츠 단자론은 기독교 신앙과 과학적 추론 사이에 갈등을 없앨 목적으로 제시된 것이다. 다시 말해서 결정론적 원자적 견해에는 신이 개입될 여지가 없었다. 이때 라이프니츠는 어떻게든 신의 목적성을 개입시키고자 원했 던 것이다.    라이프니츠의 이런 신앙적 의도는 1710년 "모든 가능한 세계 가운데 어떤 것 도 나머지 것보다 나은 것이 없다면 신은 하나도 창조하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한 말에도 나타난다. 우리의 세계가 가능한 모든 세계 가운데 최선의 것이라고 말한 것이다. 이 때문에 라이프니츠는 프랑스 원자론자 볼테르(Voltaire, 1694-1778)의 공격을 받았다. 볼테르는 캉디드(Candide)에서 라이프니츠를 팡글 로스(Pangloss)박사로 풍자하여, 리스본 지진으로부터 성병에 이르는 재난과 불 구를 합리화할 수도 있는 바보 지식인으로 만들었다. 어떻게 이런 세계가 최상 의 세계이겠느냐는 말이었다.    4. 참조 1) '신과학 바로알기'의 내용을 요약한 것입니다. 2) Timothy Ferris, ed., The World Treasury of Physics, Astronomy and        Mathematics, Little, Brown and Company, Boston, 1991. 3) Michael Macrone, Eureka, What Archimedes Really Meant, Harper          Perennial, New York, 19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