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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비과학적 의학
   
  위험성 커뮤니케이션, 광우병 프리온 사례
  글쓴이 : kopsa     날짜 : 08-05-06 05:42     조회 : 3490    
아래 ‘위험성 커뮤니케이션, 광우병 프리온 사례’는  2006년 <흥미있고 진지한 과학이야기> 224-229쪽의 글입니다. 처음에 잡지 칼럼으로 썼던 것을 2002년 <과학의 상보성 원리>에 넣었고 그 후 새로운 진전을 보완하여 <흥미있고 진지한...>에 포함시켰습니다. 최근 미국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논란 들, 이 책의 글은 2년간의 공백이 있어 최근의 중요 내용은 따라잡지 못했습니다.

언뜻 신문을 보니 예를 들어 인간광우병(vCJD)은 피를 통해 전염되지 않는다는 주장도 있고 한국인이 유전적으로 vCJD에 취약하다는 논란도 있습니다. 사실은 이런 문제를 포함한 광우병의 제반 문제는 정부 연구소 등 과학자의 최신 자료 정리와 평가 분석이 있고 이를 기초로 논의가 진행돼야 하는데  그런 것이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안전하다는 주장뿐이니 누가 믿겠습니까? 위험성을, 잠재적 위험성까지 있는 그대로 알려주는 것이 ‘위험성 커뮤니케이션’의 핵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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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성 커뮤니케이션, 광우병 프리온 사례
 
노벨상 수상자 루이스 알바레스의 "물리학에는 민주주의가 없다“는 말이 알려져 있다. 알바레스는 과학에서의 권위자를 옹호하는 입장에서, 만일 물리학 이론 중 어떤 것이 맞는지를 투표로 결정한다고 하면 페르미와 일반인이 같은 표를 행사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다는 의미로 이 말을 한 것이다. 일반적으로 이 말은 과학이 무엇인지는 정치가나 일반인이 아니라 실제 과학자가 잘 아는 문제인 만큼 과학자의 결정에 맡기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뜻도 될 것이다.
 
그러나 어떻게 보면 이것은 상아탑 속 학자의 이상론일 따름이다. 과학은 사회의 울안에서 구성원과 함께 숨 쉬며 존재한다. 더욱이 과학을 이뤄지게 하는 연구비는 복잡한 과학을 알 리가 없는, 그러면서도 나름대로 견해를 갖고 있는 일반 국민의 주머니에서 나온다. 이들이 과학적 관심사에 자신이 믿는 바를 반영하고 싶은 것은 당연하다.

과학자들은 적극적으로 국민 곁으로 다가가 과학이 무엇인지,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과학이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이해할 수 있는 평이한 말로 알려주어야 한다. 이것이 로얼드 호프만이 말한 과학자의 교육과 민주주의에 대한 책임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과학적 문제에 국민의 판단을 돕고 과학의 가치를 널리 알려 과학 불신의 시대에 과학의 입지를 지킬 수 있는 길이기도 하다.
 
오늘만큼 과학이 불신을 받는 시대도 없다. 인간을 굶주림과 질병에서 헤어나게 하던 살충제 등 화학 물질은 생태계를 파괴하는 물질로 낙인 찍혔다. 이를 극복하기 위한 유전 공학도 유전자 조작 식품, 인간 복제와 함께 프랑켄슈타인을 연상시킨다. 추위를 막아 주고 산업의 원동력이던 화석 에너지는 지구 전체에 재앙을 몰고 올 온난화의 주범이 됐다. 핵에너지, 핵 폐기물 장소도 끔찍한 재해를 가져올 공포의 대상이다. 이것이 과학의 모습이란 말인가. 

이러한 왜곡된 과학 이미지 형성에 일정 부분 언론의 책임을 부정할 수 없다. 혜택을 적극적으로 강조한 화학, 생명 산업체에 근원적 잘못이 있지만 이에 맞선 언론이 국민의 관심을 끌기 위해 일부 과학적 근거를 무시하면서까지 위험을 부각시킨 때문이다. 이 때 국민에게 혜택과 위험을 바로 알려 스스로 결정하도록 도와주지 않은 과학자의 책임은 물론 크다. 국가적으로 과학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을 영국의 광우병을 사례로 위험성 커뮤니케이션의 점에서 살펴본다.
 
1957년 미 국립보건원(NIH)의 대니얼 가이듀섹은 파푸아 뉴기니 원주민들의 전염성 신경병인 쿠루가 진행이 느린 바이러스, 즉 슬로 바이러스에 의해 발생하며 이 병이 쿠루로 사망한 자의 뇌를 먹는 의식에 의해 확산된다고 보고했다. 그 후 슬로 바이러스는 양의 스크래피, 소의 광우병(BSE), 인간의 크로이츠펠트-야콥병(CJD) 등 뇌가 스펀지처럼 구멍이 나는 전염성 해면양 뇌병증(TSEs)의 원인 병원체로 알려지게 되었다. 가이듀섹은 이 공로로 1976년 노벨 의학상을 공동 수상했다.
 
그런데 1982년 캘리포니아 대학(샌프란시스코)의 스탠리 프루지너는 스크래피 등 TSE의 감염 인자가 핵산을 함유한 바이러스가 아니라 단백질성 감염 입자(프리온)라는 논문을 발표하였다. 그 후 프루지너는 프리온이 뇌 등 동물의 조직에 존재하는 정상 프리온 단백질(PrP)을 자신의 형태로 바꾸어 증식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그는 또한 프리온 병이 PrP 유전자의 돌연변이에 의해 생겨 유전될 수 있다는 사실도 입증했는데, 이와 같은 감염성, 유전성 질병은 이제까지 의학에 없었다.
 
프루지너가 이 업적으로 1997년 노벨 의학상을 받던 때 영국인은 큰 충격에 휩싸여 있었다. 1996년 3월 광우병 프리온에서 유래한 변종 크로이츠펠트-야콥병(vCJD) 환자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이들은 1980년대 중반부터 나타난 BSE의 인간 전염 가능성을 무시했다. 1988년 정부의 공무원이 가능성을 제시했음에도 불구하고 그 후 8년간 모두가 위험성이 없다고 주장했다. 감염 소고기 식용의 위험을 전혀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그간에 영국 정부는 1988년 가축에 대한 식육을 금지시키고 1989년 소의 뇌와 내장 등 하치 식용을 금지시켰지만 이 조처에 대한 감시가 엄격히 지켜지지 못했고 그 이전의 감염 소의 식용을 고려하건대  수백만의 영국인이 BSE 프리온을 섭취했을 것이라고 추산되었다. 그렇다면 최악의 경우 앞으로 수십만 명이 사망할지도 모른다는 공포를 가질 수밖에 없었다.

2000년 10월 영국에서 광우병 필립스 보고서가 발표되었다. 이를 다룬  과학계 뉴스는 BSE의 인간 전염성 오판의 배경에 모아져 있었다. 이들은 BSE가 소의 사료에 혼합된 양고기의 스크래피 인자에서 시작됐다고 보았으며 인간이 스크래피에 감염되지 않는 이상 BSE의 인간 전염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았다. 그런데 실제 BSE가 거의 확실히 한  마리의 소에서 돌연변이에 의해 나타났거나 다른 종으로부터 전이된 때문에 이런 문제가 생겼다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영국 정부에서는 vCJD 환자가 발생하기까지 BSE의 인간 전염 가능성을 인정하지 않으려고 한 것이다. 그 이전에 이미 BSE 프리온을 다른 포유류의 뇌에 주사하면 전염된다는 사실, TSE가 고양이, 동물원의 동물에까지 나타나는 데도, 이것이 육식 사료에 기인한다는 것을 알고도, 이것이 종간 장벽을 돌파하는 문제를 나타나는데도 BSE의 인간 전염 가능성을 소고기 산업에 미칠 영향만을 고려하여 위험성이 없다고 강조했다는 것이다.

조사 보고서가 발표되자 언론은 정부의 비밀주의 문화에 초점을 맞추거나, 좁혀 정부 과학자들이 과학의 공개성을 외면한 문제를 비판하기도 했지만 ‘위험성 커뮤니케이션’ 문제의 지적이 적절하다. 위험성 커뮤니케이션이 제대로 되었다면 영국이 광우병 파동으로 입은 막대한 정신적 물질적 손실의 상당 부분을 감소시킬 수 있었을 것이다.

위험성 커뮤니케이션의 두 가지 필수적인 요소는 전달자에 대한 신뢰성과 위험성에 대한 지각이다. 위험성 지각은 가치 체계가 개입돼 있기 때문에 대중과 전문가 사이에 일치되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학자들은 국민이 느끼는 위험성(risk)은 실제 위험성(hazard)에 감정적 반응(outrage)이 합해진 것이라고 말한다. 실제 위험성이 왜곡돼서는 안 될 뿐만 아니라 국민은 위험성의 정체와 확률적 가능성을 정확히 알거나, 경우에 따라서는 신뢰감만으로도 감정적 반응을 누그러뜨릴 수 있다. 모든 것을 있는 그대로 국민에게 공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것이다.

영국 과학계와 언론도 자신이 국민에게 위험성의 존재와 불확실성의 상태를 정확히 전달하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가장 치명적인 ‘위험성이 없다’(No Risk)는 메시지를 전달하기에 급급했다는 잘못을 인정하고 ‘위험성 커뮤니케이션’ 능력의 결핍을 반성하며 “모두가 배우는 길밖에 없다”고 말하였고 행동으로 보여주고 있다.

처음부터 프루지너가 제시한 스크래피 양에 존재할지도 모르는 BSE 프리온의 가능성은 누가 그 가능성을 말해도 강력한 적대적인 반응을 받았다. 양 고기 산업에 미칠 영향 때문이다. 그러나 지금 영국 정부에서는 양에 들어 있을지도 모르는 BSE 프리온의 문제를 공개하고 있다. 2005년에는 양과 유사한 염소에서 BSE 프리온이 검출됐다는 것이 공식적으로 확인됐다. 그리고 영국 식품 표준국은 양에 BSE 프리온이 혼재한다면 이론상 얼마나한 위험성이 있는지 연구한 보고서까지 발표하고 만약의 위험성을 고려하여 지라 등 일정 부분을 제거한 양고기 식용 안을 만들고 있다. 이렇게 함으로써 이들은 위험성 커뮤니케이션이 예측한 대로 국민의 동요가 없음을 확인하고 있다.

2004년까지 영국에서는 142명이 vCJD로 사망했다. 그러나 아직 얼마나 많은 사람이 이 병으로 사망할지를 예측하기는 어렵다. 이를 확인하기 위한 연구에서 12,674개의 맹장과 편도 시료를 분석하여 그 중 3개에서  vCJD의 원인 프리온을 발견했다. 이것을 영국인의 인구 전체로 외삽시키면 3,800명의 영국인이 이 병을 갖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보면 아직 정확히 얼마나 vCJD로 사망할지 알 수 없다. 그리고 2003년 vCJD가  수혈로도 발생한 것으로 확인됐기 때문에 문제는 복잡하다.
 
영국 등 국가가 광우병 프리온에 대처하는 위험성 커뮤니케이션의 수준을 보면 과연 우리나라에 광우병이 발생할 경우에 어떤 일이 생길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2001년 소위 광우병 파동이 일어났을 때 우리 과학자의 태도는 어떠했는가. 우리 과학자는 국민의 과학 이해를 돕는 일에 큰 관심이 없다. 공개적 비판을 생명으로 삼아야 하는 이들은 정부의 대책에 침묵하기만 한다. 그런데 정부에서 쏟아 낸 보도 자료는 용어, 지식, 논리성 모두에 결함이 있는, 국민을 향한 정부의 입장이라고 하기에는 정리가 부족하다. 그러면서도 안전성 강조 일색이다. 이러한 상태에서 야기될 국민의 감정적 반응과 국가적 혼란은 불 보듯 뻔하다. (참고 자료 생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