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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비과학적 의학
   
  비아그라, 신약 개발의 과학을 살펴본다
  글쓴이 : kopsa     날짜 : 99-11-22 11:53     조회 : 6343    
신약개발이 어떻게 이뤄지나? 이 글은 <과학동아 1999년 11월 호>를 위해 쓴
본래 원고입니다. 실제 책에는 어렵다는 이유로 인하여 약간 다르게 편집되어
있습니다. 

비아그라, 신약 개발의 과학을 살펴본다

  비아그라, 비아그라... 발기부전증 치료제 비아그라로 떠들썩하다. 이때 '비아그
라'는 제품 그대로의, 제약회사 화이자의 등록 상품명이다.  비아그라 정제 안에
는 약효 성분인 '실데나필'이 들어 있다. 또한 이 성분은 화이자에서 신약개발
목적으로 합성하여 시험한 많은 화합물 중의 하나인데, 비아그라 성분에는
'UK-92,480'이 붙었다. 신약은 모두 이런 여러 가지 이름을 갖는다. 

1. 메커니즘에 기초한 아이디어

  지금으로부터 20년전만 해도 발기부전을 심리적인 요인에 돌려 약으로 치료할
수 있다고 믿지 않았다. 그러던 것이 1980년대 초 약의 가능성을 보여준 사람이
영국 의사 자일즈 브린들리이다. 그는 미국 비뇨기학회 강연에서 음경에 혈관
이완제, 정확히 말해 혈관을 구성하는 평활근 이완제를 주사하여 발기부전을 치
료할 가능성을 말했다. 반신반의하는 수백 명의 청중 앞에서 그는 20분전에 고
혈압치료제 페녹시벤자민을 주사했다고 말하고는 바지를 내려 발기한 음경을 보
고 주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임을 말해 주는 브린들리의 일화는 비아그라의 개
발 결정에도 영향을 미쳤다.       
  흔히 놀래거나 화가 났을 때 "혈압이 오른다"라고 말한다. 부신 선에서 정상
이상의 아드레날린이 분비되어 심장을 촉진하고 혈관을 수축시킨 때문이다. 심
장에서 뿜어내는 피가 증가한 상태에서 혈관 구멍이 좁아지니 혈압이 높아질 수
밖에 없다. 페녹시벤자민은 아드레날린(노르아드레날린 포함)의 작용을 차단하는
고혈압치료제이다. 다시 말해서 혈관 이완제를 음경에 직접 주사하여 혈류량을
증가시켜 발기시킬 수 있다는 아이디어는 학문적으로 정당한 가설이다. 그럼에
도 사실로 그런지는 실험해서 보여주어야 할 것이 아닌가? 거의 모든 신약 개발
은 이러한 메커니즘적 가설로부터 출발한다.

2.  현대약 200년의 역사, 메커니즘적 방향
 
  이러한 메커니즘에 기초한 약의 이해는 19세기로 들어서며 유기화학, 생리학,
병리학, 약리학 등의 성립과 그후 발전의 결과이다. 우선 화학적 측면에서, 이때 
최초로 약초로부터 순수한 약효성분이 분리되었다. 1805년 프리드리히 제르튀르
너에 의한 아편에서 모르핀의 분리가 최초이다. 이것은 엄청난 사건이다. 바로
순수한 성분이 있었기 때문에 화학적 정체의 파악과 정량적 약작용 시험이 가능
하게 된 것이다.
  19세기 100년간 비록 한계적이나마 약 성분의 구조결정과 합성이 가능하게 되
었다.  특히 19세기 중반까지 확립된 약 성분의 화학구조와 약작용이 서로 관련
되었으며 구조를 변형시켜 좀 더 안전하고 효능성이 큰 약이 될 수 있다는 개념
은  신약개발의 근간이 되었다. 이에 바탕 하여 20세기로 넘어오며 부작용이 심
했던 살리실산의 구조를 바꾼 아스피린이 나왔으며 앞서 페녹시벤자민은 1950년
대 아드레날린의 구조를 바꾸어 그 작용을 차단하는 물질을 만드는 연구의 산물
이다.
  200년전만 해도 생명은 눈에 보이는 해부학적 구조가 무엇인지 모르는 생기에
의해 운영되는 것으로 여겨졌다. 그러던 것이 19세기 상반기  클로드 베르나르
는 인체의 여러 기관이 독립적이 아니라 긴밀한 연관성을 가진다는 연구결과를
내었다. 그후 꾸준한 연구발전에 힘입어 100년 뒤에는 생명이 신경계, 효소, 호
르몬 등등이 개입된 그물처럼 연결된 총체적인 항상성 기구라는 윤곽이 드러났
다. 이것이 교란되었을 때에 질병으로 나타난다. 교란의 부위에 대한 개념도 18
세기 기관병변설, 조직병변설에 이어 19세기에는 루돌프 피르호에 의해 세포 단
위로 좁혀졌다. 
  1920년대 이러한 질병의 원인, 약 작용의 목표부위, 그리고 약리 메커니즘에
기초한 약 개발 양상은 쿠케이 첸의 에페드린 개발에 나와 있다.  그는 마황에
서 에페드린을 분리하여 시험해 본 결과 이 성분의 작용이 아드레날린과 유사함
을 발견했다. 당시 아드레날린의 심장과 혈관에 미치는 작용은 알려져 있었다.
또한 아드레날린은 기관지 평활근에도 작용하여 이완시킨다. 에페드린이 아드레
날린과 다른 점이 있다면 경구로 복용했을 때에도 효과가 나타나며 중추흥분 효
과를 지녔다는 것이다. 첸은 에페드린을 저혈압에 혈압을 높일 목적으로 그리고
천식에 기관지 확장 목적으로 사용할 약 허가를 얻어내었다. 

3. 선택적 작용 구조 디자인이 생명

  에페드린이 인체내의 천연 아드레날린과 유사한 약 작용을 나타내는 이유는
구조상 유사성으로 설명된다.  그러나 작은 구조차이로 인해 혈관, 심장, 기관지,
중추 등 작용부위로의 이행 정도 그리고 그곳에서의 효과의 정도에서 차이가 난
다. 그렇다면 구조를 최적화 시켜 기관지만 이완시키는 물질을 얻을 수도 있을 
것이 아닌가. 이 방향의 많은 연구가 이뤄져 테르부탈린 등 여러 천식치료제가
나왔다.  또한 아드레날린이 작용하는 부위(수용체라고 부른다)를 점거하면서도
효과를 나타내지 않는다면 결과적으로 아드레날린의 작용을 차단하여 고혈압치
료제가 될 수 있다. 이런 연구로 발견된 많은 약 가운데 하나가 앞서 말한 페녹
시벤자민이다. 
  약을 자세히 살펴보면 전부가 인체내의 성분이거나 그 성분의 구조와 유사한
것들이다. 그러나 인체내의 성분은 아드레날린의 경우와 같이 다양한 생리작용
에 참여하며 인체 전체의 조절 메커니즘의 일부가 된다. 여기에 생명의 신비가
있다.  그러나 어떤 경우건 약은 인체내의 성분 농도보다 많은 양을 사용하므로
부작용의 가능성이 있으며 특히 선택성의 확보가 중요하다.
  선택성이 부족한 에페드린의 경우를 보면, 기관지 이완 효과는 천식환자에 유
용하지만 불행히도 혈관을 수축시키므로 고혈압환자에게는 위험하다. 또한 혈관
을 수축시켜 비충혈을 제거할 수 있으나 마찬가지로 고혈압 환자는 조심해야 한
다.  또한 에페드린은 중추로 침투하여 각성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불면증을
초래한다.
  이렇게 보면 신약개발 학자들의 제일의 관심사가 선택적 작용 구조의 디자인
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럼에도 완전한 선택성은 불가능하므로 정도의 차이
가 있으나 항상 부작용은 약과 함께 한다. 부작용은 운명적이다. 또한 이 이야기
에서 우리는 만병통치약이란 있을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된다. 인체의 여러 생리
작용을 동시에 강화하거나 차단할 수 있는 물질은 사실상 한가지 효과를 제외하
고는 전부가 부작용이 되기 때문이다. 그런 약이란 있을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만병통치로 보이는 약이 있다면 그것은 가장 부작용이 큰 해악이 되는 약이다.

4. 비아그라의 발기 부작용 원인
 
  1980년대 화이자의 영국 샌드위치 연구소에서는 세포내의 시클릭구아노신모노
인산(cGMP)을 증가시키는 물질에 관심이 컸다. 세포 내에서 칼슘의 감소를 가
져 오는 이 물질은  어떤 세포에서의 작용인지에 따라 생리적 반응이 다르게 나
타난다. 콩팥에서는 평활근의 이완과 나트륨의 방출을 촉진, 이뇨효과를 가져온
다.  칼슘의 감소가 만일 혈액응고를 일으키는 혈소판에서 일어나면 혈소판을
비활성화시켜 혈액응고를 저하시킨다. 혈관에서 일어난다면 혈관을 이완시켜 혈
압의 저하를 가져올 것이다. 이들은 처음에 이 모든 부위에 작용하는 cGMP의
농도를 높일 물질을 찾아 고혈압치료제로 개발하겠다는 아이디어를 가졌다.   
  어떻게 cGMP의 농도를 높일 수 있을까? 생체 내에서 cGMP를 분해시키는 포
스포디에스테라제(PDE)라고 불리는 효소의 작용을 차단하면 가능할 것이다. 그
러나 PDE는 인체의 여러 부위에서 다양한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이들을
동시에 모두 억제시킨다면 엄청난 부작용이 나타날 것이 뻔하다. 당시 이 효소
는 5개의 아형이 알려져 있었는데 이들은 앞서 말한 목표부위에 존재하는 것으
로 추정된 PDE5 만을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물질을 찾는 방향으로 연구의 가닥
을 잡았다. 처음에는 고혈압 치료제가 목적이었으나 점차 심장 관상동맥을 확장
시키는 협심증 치료제로 방향이 잡혀갔다. 그 결과 1989년 UK-92,480이 나왔는
데 이 물질의 3차원 구조는 cGMP를 닮은 것이다. 
  임상시험의 첫단계 (제 1상 임상시험)인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시험에서
약을 복용한 자원자의 여러 생리지표는 이 약이 협심증 치료제로 오래 전에 개
발된 니트로글리세린에 비해 훨씬 작용이 약하리라는 결과를 나타내었다. 후에
밝혀진 것이나, 심근에는 PDE5가 그리 존재하지 않기 때문이다. 여하튼 이 밝지
못한 전망 가운데 1992년 내약성, 다시 말해서 최대 용량을 투여하여 부작용 등
증상을 관찰하는 실험에서 8시간마다 50밀리그램을 10일간 복용한 사람에서 다
른 부작용과 함께 성기가 발기된다는 보고가 들어왔다. 당시 이 보고는 그저 관
찰이었을 뿐 별로 흥분할 일도 못되었다.
  독자도 알다시피 이 약이 기대했던 심장에 뿐만 아니라 성기부위로 이행하여
그곳에 풍부하다고 밝혀진 PDE5를 억제한 때문이었다. 화이자는 이미 페녹시벤
자민과 관련된 브린들리 등의 이야기를 알고 있었다. 특히 1991년 나온 일산화
질소(NO)의 발기 메커니즘에 주목하였다. 성적자극에 의해 신경이나 내피세포에
서 방출된 NO는 궁극적으로 cGMP의 생성과 칼슘의 제거 그리고 성기 스펀지
조직과 주위 동맥의 평활근을 이완시킨다. 그 결과 발기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cGMP의 분해를 막는 UK-92,480은 발기부전 치료제가 될 가능성이 있
는 것이다.

5. 임상시험만이 약을 말해 준다

  UK-92,480을 협심증 치료제 임상후보물질로 선정하기까지 이들은 PDE5를 얼
마나 선택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억제하는 지를 포함한 많은 시험관내 실험,
동물실험을 거쳤을 것이다. 특히 동물실험은 임상시험전에 안전성 여부를 판단
하는데 중요하다. 그리고 이 임상 1상 시험에 성공하면 다음 단계인 협심증 환
자를 대상으로 한 2상, 3상 시험에 들어갈 예정이었다.
  그런데 임상 1상 시험에서 이미 전(前)임상 결과와는 다르게 협심증 치료제로
의 개발이 어렵다는 결과와 동시에 성기 발기 등 부작용이 보고된 것이다. 이것
은 임상시험이 아니고는 알아낼 수 없는 것들이다. 이런 내용을 보아도 약의 안
전성과 효능성은 임상시험 결과만이 말해 준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화이자는 처음 부작용이 보고된 1992년에서 1994년까지 발기부전 치료제의 개
발 타당성 검토에 시간을 보냈는데 여러모로 아직 불확실한 점이 많았기 때문이
었다. 그러던 것이 1994년 5월에 발기부전증 환자 12명을 대상으로 하루에 한
차례 약을  투여한 결과 10명에 효과를 발견하고는 비뇨기과 학회에 보고하여
의사들의 반응을 살폈다. 놀라움과 함께 긍정적인 분위기를 파악하고는 철저한
임상시험을 거쳐 1998년 3월 27일 식품의약청(FDA)의 신약허가를 얻었다. 
 
6. 신약 개발과 부작용

  흥미롭게도 비아그라는 이미 전(前)임상, 임상 1상 시험을 필했기 때문에 적응
증만 발기부전증으로 바꾸어 임상시험을 완료했다는 사실을 발견한다. 신약개발
의 경제성 측면에서 이보다 운이 좋은 경우는 드물다. 실제 임상 시험에서 부작
용이 발견되어 약으로 개발을 포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가운데 제약회사
는 그 동안의 노력이 헛수고가 되지 않도록 필사적인 노력을 한다. 부작용의 원
인을 규명하여 새로운 물질을 합성, 약으로 연결시킨 항궤양제 시메티딘의 경우
도 있다.  또한 유사구조의 임상후보물질을 여럿 정렬시켜 그 중 한 개만이라도
성공시키려고 노력하는 것이 신약 개발양상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사실은 안전성, 효능성은 엄격한 과학적 실험을 거쳐
나온 결과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비아그라가 발기부전증 환자의 50%에서만
효과가 있다고 하는 것은 임상시험에서 나타난 대로다. 신약개발에서 만일 누군
가 영리목적으로 자료를 부풀릴 경우에 발생할 문제는 심각하다. 1950년대 개발
된 진정수면제 탈리도마이드가 그런 예이다. 미국에서는 여성과학자 프랜시스
켈시가 실험이 엉성했다는 것을 발견하고 약으로 허가하지 않았으나 유럽과 일
본 등지에서 무려 1만 명의 기형아를 출산케 한 것이 탈리도마이드 사건이다.
생명을 다루는 의약과학에서 특히 과학자의 윤리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비아그라를 복용한 환자에서 사망자까지 생겼다는 보도가 무성하다. 우리나라
에서도 약국에서 이 약을 팔 때는 심순환계질환이 없다는 의사의 진단서가 필수
적이라고 한다. 이것은 특히 고혈압이나 협심증 치료제를 복용중인 환자의 경우
비아그라를 복용하면 복합적인 혈압저하의 위험성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일시
적인 시각 장애는 이 약이 망막으로 이행하여 그곳의 PDE에 작용한 때문이다.
비아그라가 선택성에서 아직 개선의 여지가 있음을 알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