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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적, 비과학적 의학
   
  '21세기의 약사'
  글쓴이 : kopsa     날짜 : 99-10-23 14:39     조회 : 4788    
약사들의 나아갈 방향을 제시한 글이다.
1996년 1월 1일 대한약사회의 <약사공론>
에 게재되었다.

'21세기의 약사'

  이제 5년 후면 21세기에 접어든다.  '21세기의 약사'를 미래학자식 역사적 접근
법으로 그려야 한다면 단지 약학자에 불과한 필자로서 불가능하다고 생각했으나
현재 약사가 당면한 문제를 볼 때 직관적 통찰로도 미래학자적 예언은 사실상 공
허할 뿐이라고 생각했다. 필자가 약학의 길로 들어선 지난 30년 전과 비교하여 현
재 약사는 축소된 직능, 돈 만능의 경쟁, 무너진 신뢰 외에  달라진 것이 없다. 이
것은 지난 날 미래예측이 부족해서 초래된 결과가 아니라 기형적 사회현상에 대
응 못한 무능력,  자긍심을 스스로 팽개친 약사 스스로 자초한 결과이다.  그렇다
고 현재상태로 남아 있을 수 없는 약사에게 필요한 것은 신뢰받는 직업인, 서비스
의 대가를 받는 직업인으로 돌려놓기 위한 방안이며 이 글은 회복된 약사 상을
'21세기의 약사'로 설정하여 도달방법을 피력하는 형식이 될 것이다. 

1. 가장 신뢰받는 직업인

  외국의 약사들은 지금도 몇째 안 되는 신뢰받는 전문인, 직업인으로  꼽히고 있
다. 필요할 때 도움을 주는 사람을 고맙게 여기고 그 도움이 진실된 것인 이상 마
음 속 신뢰가 생길 수밖에 없다. 이러한 축복된 위치에 있는 약사라는 직업이 어
째서 한국에서는 불신을 받는 직업이 되었는가. 기어코 21세기가 시작될 때까지는
신뢰받는 약사로 변해있어야 한다. 
  신뢰를 얻기 위한 불변의 가치가 있다. 그것은 약사의 목표가 아니라 환자의 목
표달성을 위하여 노력하는 것이다.  환자의 목표란 올바른 약을 투여 받아 건강을
회복하고 일상 친절한 건강 상담자를 만나는 것이다. 약사는 이 목표를 절대적인
것으로 생각할 뿐 아니라 그저 값싼 약을 찾는 환자에게도  무엇이 자신의 목표
가 되어야 할지 알려 줄 책임이 있다. 
  이 때 약사가 신뢰받는 상담자가 되고,  올바른 약을 투여하는 능력은 천성적인
것이 아니다. 친절한 상담자란 목소리 하나도 환자를 위한 것이고, 환자에게 무엇
을 물어야 하는지 방법을 아는 사람이다.  이미 약사의 직능이 단순히 약을 조제,
분배하는 수준을 넘어 환자에게 효능성과 안전성의 예측성까지 정확히 알려주어
야 환자의 목표를 달성시킬 수 있다는 시대에 와 있다.  이것은 약사의 직능이 단
순한 약조제 기술인으로 머물러서는 안되며 고도의 약전문인의 역할을 수행하여
야 한다는 것이다. 약사는 적극적으로 자신을 향상하지 않고는 이들 역할을 수행
할 수 없다.
  환자의 신뢰를 받기 위해서는 약국이 외형적으로 신뢰감을 주는 곳이어야 한
다.  깨끗하고, 밝고,  안온한 곳,  이런 곳은 약사 자신에게도 온 시간을 보내는
내 약국이 이런 곳이라는 자존심을 만족시켜 주는 곳이다.  그런데 마치 잡화점처
럼 약상자를 벌려놓고  약사의 숭고한 상징인 가운하나 걸치지 않고 환자를 대하
는 약사에게서 안타까움을 느낀다.  바로 대형약국을 찾는 이유 중에는  약가가
저렴해서가 아니라 상대적으로 그 환경이 신뢰받게 보이기 때문도 있다.
  약사는 좀 더 적극적으로 이웃주민을 찾아 건강상담자의 역할을 할 때 신뢰를
쌓을 수 있다. 또한  일부 편견에 의하여 좀 더 실추된 대중의 신뢰를 만회하기
위해 대다수의 약사가  환자의 목표, 국민건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헌신하고
있음을 조직적으로 알릴  필요가 있다. 이것은 약사회에 맡겨진 책임이다. 최근의
한약분쟁과 관련하여 '우리의 주장 식' 광고에 뿌린 돈의 반을 헌신하여 봉사하는
약사를 알리는데 할당하였다면 하는 생각을 한다. 논리주장의 홍수 속에 사는 우
리에게 반복논리가 무슨 의미가 있었을 것인가.

2. 서비스의 대가를 받는 약사

  앞에서 약사가 단순한 약조제의 기술인으로 머물러 있는 한 환자의 목표달성
이 어렵다는 말을 하였다. 이것은 또한 약사의 미래와도 관련된 것이다. 약사의
미래는 사회에서 얼마나 고도의 약전문인으로 인정받는 가에 달려있기 때문이다. 
또한 약사가 전문 서비스에 대한 적절한 대가를 받을 수 없으면 약사의 미래는
없다. 21세기에 접어드는 때까지 약사는 일반인과 다름없이 하루 10시간 정도 일
하고 질적인 생활을 영위할 서비스의 대가를 받는 그런 직업이 되어야 한다.
  이제 한약조제권을 박탈당하고, 일부 일반의약품이 슈퍼마켓으로 넘어간다는 마
당에 이 무슨 상상에 그칠 발상을 할 수 있는가 생각할 사람도 있을 것이나  한
약조제권 문제에 관한 한 필자는 전화위복의 기회라고 본다.  이 확신은 바로 약
사가 현대의약 교육을 받은, 과학의 가치를 믿는 주체라는 점에서 분명한 것이다. 
  전통문화와 과학을 혼동한 정부의 정책 결정자, 대중, 언론이 합심하여 이루어
낸 것이 과학이 있기 전 의약인 한약 강조정책이다. 역사를 거꾸로 돌려 11개 한
의학과를 허가하여 업권다툼을 유발시켰고 결국 약사는 패배하여 한약조제권을
빼앗겼다. 이 때 약사는 단지 피해자일 뿐이라고  믿는 사람도 있을 것이나 필자
는 한약이 과학이 아니라는 사실을 은폐한 가운데 자격유무 시비를 벌린 약사의
잘못도 크다고 생각한다. 
  이제 한약, 생약의 과학화가 약사에게 맡겨진 과제이다.  안전성, 효능성의 균
형, 예측성이 규명된 과학적 생약제제가 현재의 한약보다 못할 리 없을 뿐더러 절
대적으로 우수하다.  더욱이 대중의 과학인식이 급속도로 높아지는 마당에 옛사람
의 추상적, 경험적 기록이 신뢰를 잃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본다.  마찬가지
로 일부 일반의약품의 슈퍼마켓 판매 문제도  약사의 주무기인 과학성논리만이
유일한 접근법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약사뿐 아니라 세계의 모든 약사는 수익을 보장할 경영과 직능확대에 노
력하고 있다.  드럭스토어 형 약국이 아니라도 많은 유럽의 약국은 화장품을 취급
하고 있으며 처방, 조제가 엄격히 구분된 미국에서조차 일부 약사들이 한약유사약
과 일부 약의 처방권을 갖는다든지,  임상시험용 검체 채취권 등을 갖는 것이 예
이다.  미국에서 시도된 약사영역 확대는 환자의 목표달성에 도움이 된다고 인정
됐기 때문에 반대이해를 물리칠 수 있었을 것이다.   
  약사의 수익보장과 관련하여 화장품 및 과학적으로 규명된 건강식품 등의 취급
은 현 상태로 고려의 대상이 될 수 있다.  이보다 더 근본적으로 앞으로 닥칠 의
약분업과 관련하여 의사조제를 제한하고, 약사처방을 가급적 고수할 정책논리를
찾는 것이 약사직능과 관련된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 점에서 책임 있는 약
사회에 약사의 미래가 달려있다. 또한 단기 미래 예측에조차 불감증이 만연한 것
이 현실이나 획기적인 발상과 연구로 새로운 약사영역을 찾는 일에도 착수할 필
요가 있다.
  한국의 약사들은 아침부터 밤까지 약국을 지켜야 하는, 관습적 약국경영에서 탈
피하지 못하고 묵묵 순종한다.  약사회는  스스로 알아 동업약국으로 전환이 가능
할 것 아니냐고 할 것이나  이보다 더 중요한 약사문제가 없는 한 약사회는 가능
한 모든 방법을 강구하는 적극적 기능을 수행해야 할 것이다.  또한 필자는 단지
관리하에 두어도 되는 드링크, 영양제류 등 일반의약품을 약사가 직접 손으로 다
루는 한 전문직능인으로의 약사의 위상을 지킬 수 없다고 본다.  21세기가 시작될
때는 미국이나 유럽의 드럭스토어 형 약국을 수용하는 체제가 자연스럽게 도입될
가능성이 있다.   
 
3. 전문지식을 갖춘 약사

  약사수급정책은 약사직능에 직접 영향을 미친다. 개국으로 몰리는 약사를 분산
시킬 방법은 없을 것인가.  21세기에 접어들며 밝은 청신호가 들어왔다.  신약개
발을 시작으로  중소기업 수준을 벗어나지 못한 제약기업이 대기업으로 변신할
가능성을 보인 것이다. 만일 세계 수준의 제약기업이 된다면 학술. 개발, 생산, 연
구분야의 약사 수요도 획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다.
  마케팅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20여년 전만 하여도 약학대학을 나와 제약기업의
영업분야에서 일한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세월이 흐른 지금 약사는 희소하고  대
부분이 인문. 사회. 체육분야의 전공자가 마케팅을 담당하고 있다.  비과학 전공자
가 약을 배워 의사, 약사와 대화하는 현실은 약이 그저 다른 유행상품과 다름없다
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이 책임은 주로 제약 경영자에 있다.  환자를 위한 약이 궁극적으로 기업에 이
윤을 가져다준다는 사실을 도외시하고 약을 단순한 유행상품으로 본 몰 인식에
기인한 것이었다. 도서실 하나 없이도 상위랭킹 기업이 될 수 있는 것이 한국의
현실이었으나 이제 신약개발 시대의 도래와 더불어 제약기업의 과학성이 기업의
사활을 좌우할 요소라는 것이 드러나면 제약의 모든 분야에 약사의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물론 오케스트라로 비유되는 제약에는 각기 특수한 악기가 필요하나 약의 전
문인으로 교육받은 약사가 대학원과정에서 특수분야의 전문인이 되면 가장 선호
되는 직능인이 될 것이 분명하다. 그렇다고 이런 전망만 가지고 그대로 앉아있으
면 될 것인가.  약사회는 학생, 젊은 약사가 장래방향을 설계하는데 도움이 될 
프로그램을 적극 개발 운영해야 할 것이다. 

4. 한 목소리 내는 약사회

  약사회의 제일의 목표가 약사의 의견을 수렴 반영하는 것임에 틀림없으나 그렇
다고 약사회가 개개 약사의 목소리를 전부 반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은 아니다.
이 상식적인 말을 하는 이유는 약사회의 의견이 단일 의견으로 터져나와야 한다
는 것을 절실하게 느끼기 때문이다.  21세기의 약사회는 한 목소리를 내는 단체여
야 한다.
  내부의 불협화음이 노출되는 단체는 외부로 큰 힘을 행사하기에 미숙할 뿐이다. 
약사회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이유는 한국의 정치행태식 의식에 오염되었기 때
문이다. 정치행태란 국민을 위한 목표를 외면한 채 권력유지, 확보를 유일한 목표
로 한 낮은 정치가 의식에서 비롯된 것이다. 주객이 전도된 이런 단체 치고 영원
한 불만족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다.  약사회가 거듭 태어나 환자의 목표를 달성하
기 위한 약사직능의 구심점이 될 때 자연스럽게 한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 있다. 
  어떤 단체의 기관지건 읽어보면 즉시 그 단체의 얼굴을 그려낼 수 있다.  온 지
면을 동원하여 주어진 이슈에 대하여 끊임없이 자신의 주장에 목청을 높이는 단
체지가 있는 가하면  회원을 잔잔하게 연결시키는 기능을 우선으로 하는 신문도
있다.  중요한 이슈가 있건, 없건  회원을 결속시키는 영속적인 힘은 높은 수준의
회원 향상방법을 제시하는 데서 나올 수 있다.  이제 21세기에 약사공론도 현재
상태로 머무를 수 없다.

5. 약사를 향상시키는 약사회

  약사는 주위의 약학 전문서적, 경영 서적 등등 책을 읽고 주위의 동료와 대화
속에 자신을 끊임없이 향상시킨다.  이 노력여하에 따라 직능행사에 차이가 벌어
진다. 이와 더불어 21세기의 약사는 집중교육 프로그램을 통하여 능률적으로 자신
을 향상시킬 기회를 가져야 한다. 이 교육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것은 약사회의 몫
이다.  약사 평생교육 프로그램, 약국 경영 프로그램, 약대생 프로그램, 여성약사
프로그램, 직장약사 프로그램, 대중교육 프로그램 등등은 또한 약사가 약사회의
틀 속에 자연스럽게 하나가 되도록 하는 것이다.
  그 동안 평생교육 프로그램 등 없었던 것은 아니나 그 목표도가 지나치게 낮은
것이었다. 약사 보수교육이 단합대회를 탈피했다 하더라도 아직 교양강좌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미국은 이런 프로그램을 통해 임상약학을 약대 교과과정에
도입하도록 유도했다지 않은가.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설하여 흥미분야에 맞추어
선택토록 하는 등 약사 개개인의 필요성에 맞춘 융통성 있는 프로그램을 운영하
는 한 차원 높은 적극성이 필요하다.
 
6. 고도의 정책기능을 갖춘 약사회

  한약분쟁과 관련하여 약사회의 정책능력이 시험되었다. 약사반경에서는 약사회
의 정책이 통일된 것이며 이 정책이 실현되지 못한 이유를 다른 곳에서 찾고 있
으나 필자는 약사회의 정책에 큰 허점이 있었다고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약의
과학성을 포함한 국민건강 목표달성 기조가 강조되지 못했을 뿐 더러 과학, 사회,
경제 등의 모든 면을 포괄한 전문가에 의한 정책결정 과정을 거치지 않은 졸속적
인 것이었다. 이제  21세기의 약사회는 예견된 문제를 심도 깊게 연구하는 고도의
정책기능을 가진 단체여야 한다. 
  누구나 아는 것이지만 아무리 국민건강을 위한 방안이라 해도 우선 순위, 방법
등에서 이해 집단간에 의견을 달리할 수 있으며 로비를 통해 자신의 방향대로 설
득이 필요하다.  그 동안 로비가 반대급부적 인간관계, 뇌물과 동일한 의미로 통
했으나 21세기는 심도 깊은 정책논리가 주체가 되어 법 테두리에서 지혜를 동원
하는 시대가 될 것이다.  이것은 약사회의 정책기능이 더욱 중요하리라는 것을 예
언하는 것이다.

7. 역동적인 리더십을 가진 약사회

  21세기는 애국, 지역화, 파벌화에서 탈피하여 합리성, 국제화, 공익우선의 향상
된 의식이 정착될 것이다. 그렇다면 약사반경을 풍미하는 파벌적 요소는 청산돼야
한다.  이 파벌은 자신이 자리잡은 생명을 빼앗는 것을 모른 채 무한정 자라는 암
세포와 같다. 이제 약사회는 새로운 가치관, 지식과 지혜, 실행능력을 갖춘 역동적
리더십 속에 새로 태어나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