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적, 비과학적 의학

경향신문의 좋은 의약 기사, 획기적 치료제 및 금가루 효과   글쓴이 : kopsa     날짜 : 01-05-02 17:25     조회 : 4946     경향신문의 좋은 의약 기사, 획기적 치료제 및 금가루 효과  본 동호회 회원이신 경향신문 강용혁 기자가 강건일 박사 등 전문가의 의 견을 인용하여 기사로 작성한 글이 둘이 있습니다. 이들 기사를 아래 첨부 합니다. 의사과학적 의약에 대한 비판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  첫 번째 기사는 2000년 10월 20일 "획기적 치료제 믿어도 될까"입니다. 간 단한(기사에는 이 표현은 없습니다) 동물 실험 결과로 획기적 치료제인양 광고하는 경향을 비판한 글입니다. 강박사는 과격한 표현을 삼가려고 노력 하는데, 실제 기사를 읽어보니 조금 과격한 어투가 보입니다. 특히 두 번째 글 2001년 5월 1일의 "금가루는 만병통치 명약?"은 좋은 기 사라고 생각됩니다. 얼마나 노력하여 이런 기사를 작성하는지, 노력의 결과 얼마나 좋은 기사가 나오는지 알 수 있습니다. 강기자에게 경의를 표합니 다.    ──────────────────────────────  제 목 : ‘획기적 치료제’믿어도 될까  뉴스제공시각 : 2000/10/20 17:29                               출처 : 경향신문  --------------------------------------------------   연일 획기적 치료제가 새로 개발됐다는 소식이 끊이지  않는다.  그러 나 동물실험 결과를 서둘러 과대 포장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동물실험은 쥐 등을 대상으로 실험실 환경에서 이뤄진 결과다. 동물실 험결과가 인체에 그대로 적용될 확률은 지극히 낮다. 극히  낮은  확률이 지만 신물질의 개발 가능성을 향한 과학자들의 끊임없는 도전과 희망으로 이해해야 한다. 쥐에게 나타난 반응이 당장 인체에도 그대로  적용되리라 믿는 것은 성급하고 어리석은 행동이다. 약초나 식품에 소량 들어 있는 성 분을 추출해 투여한 결과를 실제 약초나 식품을 그대로 먹었을 때  나타나 는  효과로 보기는 어렵다. 또 실제 약초나 식품에는 한가지 성분만 있는 것이 아니다. 특정 효과를 내는 성분과 그것을 억제하는 성분이 동시에 들 어 있는 경우도 있다. 이런 경우 각각 성분을 추출해 쥐에 투여하면  정반 대의 결론이 동시에 나올 수도 있다.   동물실험 결과는 ‘A가 심장병에 좋다’는 한가지 목표를 전제로 진행 된 결과다.   우리 국민은 특정 음식에 조금만 유효한 성분이 들어 있다는 소식을 들 어도 성급하게 그것을 과식하는 경향이 있다. 그나마 쉽게  흥분하고 쉽게 잊는 국민성 때문에 폐해가 덜한 지도 모르겠다.   이런 풍토는 과학자의 도덕성과 언론의 전문성 결여도  한몫을 했다. 과학자들은 사기업이나 연구소에 속해 있으면 연구비 확보 등 현실적인 문 제에 부딪치면서 중간결과물을 내놓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에  시달리게  된 다. 결과를 서둘러 발표하고 과대 포장하려는 유혹에 빠진다. 과학자의 기 본정신을 망각한 비양심적인 행태다. 또 언론은 섣불리 동물실험 결과를 소개하면 서 검증도 없이 무차별적으로 전달해 폐단을 일으킨 사례가 적지 않다.    /도움말/강건일 의사과학연구소장 (전 숙대약대 교수)/    ──────────────────────────  제 목 : 금가루는 만병통치 명약?  뉴스제공시각 : 2001/05/01 16:55                             출처 : 경향신문  -----------------------------------------   최근 ‘금(金)가루 술’이 유행하고 있다. 금을 가루로  만들어 먹는 것 은 비단 어제 오늘의 일은 아니다. 피부에 좋다고 선전되는 금가루를  넣 은 화장품, 금박으로 싼 김밥, 금가루를 뿌린 생선회나 케이크, 금가루를 입힌 콘돔과 팬티도 등장했다. 심지어 IMF 때 서민들이 금 모으기를 하던 와중에도 일부 호텔이나 커피숍에선 금가루 커피나 수프를  팔아 ‘반사회 적 행동’으로 비난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엔 서민도 즐겨마시는 술에 금가루를 탄 제품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한 회사의 제품은 불과 4개월 만에 2백만병이나 팔렸는가 하면 제2, 제3의 금가루술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금가루  마케팅’이라는  신 조어까지  생기는 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다. 이같은 현상은  “금 이 몸에 좋다”는 선전이 일반인에게도 먹혀들고 있기 때문으로  보인다. 제조업체도 신경안정·해독·피부정화·류머티즘·순환기 질환 등에  효과 가 있다고 선전하고 있다.   －금도 중금속인데 몸에 해롭지는 않을까－   동의보감에 금은 신(神)이나 혼백(魂魄)을 안정시켜 간질이나 소아의 경 기 등에 주로 사용한다고 나와 있다. 금처럼 광물성  약재는 무겁고 가라 앉는 성질이 있어 정신이 위로 흩어지는 현상을 안정시킬 수  있다고 보는 것이다. 구급약인 우황청심환에 금박을 얇게 입혀 약으로 사용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과학적으로는 어떨까. 전문가마다 약간의 견해 차이는  있다. 서울대 약  대 김영중 교수(생약학)는 “한방에서 사용되긴  했지만 약리학적으로 증 명된 것은 전혀 없다”며 “오히려 중금속인 만큼 중독이 문제가 될 것” 이라고 경고했다. 또 “금은 고가의 금속이라 그동안 약리학적효능을  제 대로 연구하기 어려웠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금은 서양에서도 이미 오래 전부터 치료용으로 사용돼왔다. 경 희대 약대 노영수 교수(약화학)는 “이미 19세기 후반부터  결핵균 증식을 억제하기 위해 금가루를 먹었고, 1920년대에는 류머티즘 치료제로 사용했 다”고 밝혔다.   현재도 마찬가지다. 금은 민간요법 수준이 아닌 의사  처방을 받는 전 문 의약품으로 사용되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에서는 다양한 주사제나  알약 형태로 개발된 금 합성물을 3~6개월씩 비교적 장기간  처방하고 있 다. 국내에서도 오래 전부터 사용하고 있다. 한양대 의대 유대현 교수(류마 티스 내과)는 “류머티즘을 치료하는 신약들이 많지만 이런 신약으로도 듣 지 않는 경우 2차 선택 약물로 금주사제를 선택한다”고 밝혔다.  그는 그 러나 “금주사제가 류머티즘의 일반적인 치료법은 결코  아니다”라며 “심각한 부작용이 있어 가급적 최후의 방법으로만 사용한다”고 강조했 다.   －약효에 대한 지나친 기대는 금물－   과학적으로 금은 류머티즘 치료제로서 효능은 인정되지만  그 외 정신 안정 기능 등은 아직 입증되지 않고 있다. 또 금이 류머티즘에 효과가 있 다고는 하지만 금가루를 직접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 금 합성물을 주사제로 사용하고 있다. 의사과학연구소 강건일 소장은 “약으로 쓰는 금 합성물은 ‘C(탄소)-S(황)-Au(금)’ 형태로 분자구조를 연결시켜 체내에  잘  흡수 되도록 만든 물질”이라면서 “그냥 금가루는 체내에서  흡수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즉, 금가루를 술이나 각종 음식에 첨가해 먹는다고 금 성분이 몸에 흡수될 확률은 극히 낮다는 것이다. 서울대 천연물연구소 신국한 교수는 “금은 수은이나 납과 달리 인체에 축적돼 심각한 중독성을  유발하지는 않는다”며 “위장 흡수율이 낮아 체외 배출이 비교적 잘 된 다”고 밝혔다. 경희대 약대 육창수 교수(생약학)도 “수은이나 카드뮴, 납 등은 ppm단위의 극미량도 중독이나 발암 가능성이 있지만 금은 이와는  차원이  다르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극미량은 몰라도 과용할 경우엔 심각한  부작용이 염려된다는 주장도 있다. 성균관대 약대 이병무 교수(독성학)는 “임신부 기형은 물론 모유성분 이상, 피부염·구순염·신장암 등을 유발할 수 있고, 알레르기나 혈관 질환이 있을 때 과용하면 치명적일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가끔 벗과 기분 좋게 기울이는 금가루술 한 두  잔으로는  심각 한부작용까지 걱정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물론  약 효에 대한 지나친 기대감도 금물이다.   무엇이든 욕심이 지나치면 화를 부르는 법이다. 몸에  좋다는 이유로 금가루를 양념처럼 각종 요리에 넣어 먹었다는 로마 황제나, 죽으면 금부 처로 환생하리라고 믿어 금가루를 조석으로 먹었다는 중국 황제의 사례는 타산지석으로 삼을 필요가 있다.   /강용혁기자 doctork@kyunghya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