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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겨레신문, 한방 불임치료 정상영기자 답변에 대해
  글쓴이 : 이병철     날짜 : 02-03-09 18:00     조회 : 4752    
한겨레신문, 한방 불임치료 정상영기자 답변에 대해

(2002년 3월 7일 전지운님이 게시한 '한겨레신문, 기혈균형 맞추다보니
어느새 임신?' 을 참조하십시오) 

정상영 기자의 답변의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 잘 파악하기가 어렵습니다.
수많은 사람에게 영향을 줄 수 있는 주요 신문의 기사작성에는, 특히 사람
의 질병이나 건강과 관련된 기사라면, 최소한 과학적 비평 능력과 이에 대
한 기본 인식이 있어야 할 것입니다. 누가 용을 보았다고 해서 그대로 용
이 존재한다고 하면 안되듯이 말입니다.

어쨋든 저의 지식 한도 내에서 강 원장 인용 글에 대해 몇 가지 지적합니
다. 아래는 정기자 답변 내용 중의 일부입니다.

.................................................................
강 원장은 "지난해 4월 홍씨를 검진한 결과 좌우 턱관절의 균형이 맞지 않
아 뇌혈관 순환이 고르지 못했고, 체열 촬영에서는 전신의 순환이 불규칙
해 아랫배가 차고, 손발이 찬 상태였다”면서 “특히 심한 스트레스 때문
에 가슴 주변에 기가 뭉쳐져 있었다”고 하였다 합니다.

뇌혈관 순환이 고르지 못하다는 건, 뇌혈류가 정상 범주에서 벗어나 저하
또는 상승이 반복적으로 나타난다는 걸 뜻하는 것 같습니다.

뇌혈관 순환의 생리을 먼저 말씀드리겠습니다. 뇌혈류는 뇌혈관의 직경과
뇌혈관의 저항, 또 혈압에 의해 결정되는 뇌관류압에 의해 결정됩니다. 물
론 그외 혈액 점도 등의 여러 인자가 일부 관여할 수 있지만요. 정상적으
로 뇌혈관은 자율조절기능(autoregulation)이 있어 앞서 말한 주요 인자가
변해도 뇌기능에 필요한 일정양의 혈류는 어느 정도 유지가 됩니다. 만약
어떠한 원인에 의해 전체적 뇌순환 장애가 발생하면 먼저 의식장애가 발생
합니다. 졸도 또는 실신하는 원인이 바로 이것입니다. 또 만약 국소적 뇌순
환장애가 생기면 국소적 신체마비가 옵니다. 이게 바로 뇌졸중이지요. (전
문적 의학교과서가 아니라 일반인이 보는 가정백과사전에도 나오는 사실입
니다)

예를 들고 있는 불임여성은 뇌 순환 장애가 나타나는 증상은 없었기 때문
에 정상적 일상생활은 가능하였을 것입니다. 즉 뇌 순환 장애가 있다고 의
심할 아무런 근거가 전혀 없어 보입니다.

의학에서 아니, 병원에서, 뇌혈류을 검사하는 방법은 수도 없이 많습니다.
뇌혈관 조영술, 자기공명 혈관조영술, 전산화 단층촬영을 통한 뇌혈관 영
상, 단일양자방출 단층촬영, 양성자방출 단층촬영, 경두개 초음파 등등 많
이 있습니다.

턱관절 이상에 의해 뇌 순환 장애가 발생한다는 건 결코 있을 수 없습니
다. 그러한 근거는 전세계의 의학문헌(medline search)을 뒤져도 나오지 않
습니다. 무슨 근거로 그렇게 얘기하는지 도대체 알 수가 없습니다. 아무런
근거가 없으면 그 건 전문가의 의견이라 할 수 없습니다.

턱관절에 이상이 생기면 동측 측두부에 두통이 초래될 수 있습니다. 이를
Costen 증후군이라고 합니다. 이건 국제 표준질병 분류표에도 등재되어 있
습니다. 이 증후군과 불임이 관련 있다는 근거 역시 없습니다.

또한, "체열촬영에서는 전신의 순환이 불규칙해 아랫배가 차고, 손발이 찬
상태였다”는데 대하여,

체열촬영은 아직까지 인정된 검사 방법이 결코 아닙니다. 단지 몇몇 질환
에서의 진단적 가치에 대해 연구용으로 인정할 뿐이라고 미국신경과학회
임상치료지침(American association of Neurology practice guideline)에 나
와 있습니다

체열촬영은 신체에서 발생하는 체표 열기를 적외선 카메라로 촬영하여 색
체로 신체 부위를 나타낸 것이라고 하는 것이라 쉽게 생각하면 됩니다. 체
표온도가 높으면 붉은 색으로 낮은 곳은 푸른색으로 나타납니다. 강원장이
전신순환이 불규칙하다는 건 체열촬영에서 전신의 색채가 일률적이지 못하
다는 걸 의미하는 듯 합니다.

정상인도 불규칙하게 나옵니다. 체표온도는 말초혈관의 확장 또는 수축, 즉
혈류양에 의해 결정됩니다. 정상인의 체표온도는 상황(주위온도,습도, 감정
상태, 운동상태 등등)에 따라 수시로 변합니다. 물론 이러한 조건을 충분히
보정한다고 해도 같은 사람을 여러 차례 반복 측정해 보면 측정 때마다 변
화무쌍할 수 있습니다.

즉 어떤 질환이나 증상을 정상이냐 비정상이냐 판별하는데는 그 감수성이
나 특이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의료검사기기로서의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씀드리지만 몇몇 극소수의 질환, 예를 들어 Reflex
sympathetic dystrophy같은 질환에서만은 인정을 할 수도 있고 연구 결과
도 많이 있습니다.

하지만 불임환자에서 이런 검사가 효용성이 있다는 건 어디에도 그 근거를
찾아볼 수도 없고 그 이치도 맞지 않습니다. 이러한 종류의 기기들은 무수
히 많습니다. 기기의 물리적 원리는 있으되 의료에 직접적 응용은 해서는
안 되는 기기들 입니다. 그러나 사이비 의료에서 많이 이용됩니다. 무지한
사람들을 쉽게 현혹시키기 때문입니다.

국가의 의료보험재정이 어려워 현실적으로 진짜 필요한 최신진단방법들이
보험에 적용을 받지 못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이러한 현실에서 이러한
검사방법들은 질병치료에 아무런 도움도 주지 못하면서 지금도 어디에선가
국민들의 주머니를 비우고 있을 것입니다.

불임치료에 있어서 우리 나라 의료수준은 상당하다 할 수 있습니다. 세계
불임학회에 제출되는 국내 논문의 수준을 보면 쉽게 알 수 있습니다. 기사
속의 예가 되는 불임환자가 어느 정도의 정상적 진료를 받아 보았는지 알
수는 없습니다.

정기자 답변에 의하면 “분명히 많은 치료사례가 있어서 선택한 것이라는
걸 알아 달라”라고 하였습니다. 이 말 자체에 근본적인, 즉 일반화의 성급
한 오류(hasty generalization)가 있습니다.

옛날 오래 전에 시집온 며느리가 애기를 가지지 못하면 깊은 산 속에 들어
가 오랫동안 기도를 드리게 했습니다. 그리고는 애기를 가질 수 있었다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현상은 의학적으로 충분히 설명
을 할 수 있고 가능성도 있습니다. 이런 예들은 허준 시절부터 지금까지로
따지면 정기자가 그 곳에서 본 사례보다 훨씬 많을 것입니다. 하지만 방법
이 너무나, 정말 너무나, 비효율적이고 비인간적이지 않습니까?

극단적인 예가 되겠지만 매독 치료제가 발견되기 전까지 아주 옛날에는 열
치료법이 있었습니다. 매독균은 열에 약하기 때문입니다. 그 옛날 매독 환
자 치료방법으로 말라리아에 걸리게 하는 방법도 있었습니다.

만약 정기자가 그 꽃마을 한방병원 강명자 원장의 치험례들에서 정말 효과
가 있을지도 모르겠다는 인상을 받았다면, 그 다음 단계로 일반적 불임클
리닉에서의 불임치료율과 그곳에서의 불임치료율을 비교분석 해보아야 합
니다. 분명 일반적 불임클리닉의 성적이 뛰어 날 것입니다. 그것이 기사화
하기 전에 필히 확인해 보아야 할 기본 단계입니다.

병원의 불임클리닉에서 시행하는, 의학적 근거에 근간을 둔, 처치나 검사는
전세계의 수많은 과학자들과 의학자들이 진정한 효과가 있다고 누구에게나
인정받게 될 때까지 정말 엄청난 노력과 희생, 오랜 기간과 연구비용을 들
여 이룩해 낸 것입니다.

매일 아침 신문에 난 기사를 읽을 때 대다수 사람들은 신문에 나와 있는
내용을 믿습니다. 그 내용은 동네 수다쟁이 아주머니의 입을 통해 흘러 나
온게 아니라 일반적 독자들보다 분별력과 판단력이 뛰어난 기자라는 전문
인들에 의해 작성된 거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기자들은 존경받습니
다.
 
의료나 건강과 관련된 기사는 정신적으로나 육체적으로 나약한 환자들에게
정말 어둠 속의 등대와 같을 것입니다. 정말 한겨레신문의 “클리닉 현
장”이 환자에게 진정으로 유익한 정보를 주기 위함이라면 이와 같은 기사
는 결코 나와서는 안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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