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의 글은 미술가로서의 저의 생각을 적은 것입니다. 예술과 스켑틱스에 관한 저의 입장에 대한 글이기도 하기 때문에 올립니다.(artians.com에 올렸던 글입니다) 조만간 가이아 가설에 대한 글로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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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하, 이렇게 낄때, 안낄때 다 껴도 될지 모르겠네요(^^) 하지만 <마음 것 떠들기> 456번에서도 밝힌 것처럼 이러한 논의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것은 네테즌의 윤리(?)에 어긋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무식하지만 용감한 실천을 감행합니다. 저의 무지함을 밝히는 이유는 어디까지나 배움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라는 점을 양지하시고 너무 무례하게 보지 말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예술 작품은 어디에서 나올까요? 사실 저도 매우 궁금한 질문입니다. 하지만 이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예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이 먼저 선행되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예술은 무엇일까요? 이 질문도 난해하기는 마찬가지네요(ㅜㅜ)
저는 저에게 가장 영양을 주었던 예술이 무엇인가를 곰곰이 생각해 봅니다. 그 가운데 비록 미술과는 거리가 있는 장르이지만 '구전설화'가 있습니다. 외할머니께서 들려주신 '외증조부(外曾祖父) 이야기'가 바로 그것입니다.
저희 외증조부님은 신비로운 분이셨습니다. 그 분은 세상 이곳 저곳을 여행하시길 좋아하시는 분이셨다고 합니다. 외증조부님이 살아 계실 당시에는 시대 상황이 혼란스러웠다고 합니다. 그리고 당시에는 그런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백성들을 구원해줄 미륵이 온다거나 새로운 세상이 열릴 것이라는 예언들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그런 시기였죠. 이런 시기에 외증조부님은 외조부님의 엄지손가락을 잘라버리셨다고 합니다. 다음에 올 세상은 너무나 혼탁하고 어려운 세상이니 글을 아는 사람이 살아가기 어려운 세상이다. 그러니 차라리 초야에 묻혀 소박한 삶을 살길 바라는 자식에 대한 배려에서 그러셨다고 합니다. 그리고 앞으로 닥쳐올 환란에 대비해서 사는 곳을 옮겨 새롭게 정착하고 그곳에 땅굴을 파서 대피할 곳을 마련하라고 예언 섞인 유언을 남기셨다고 합니다.
그래서 제가 외갓집이라고 추억하고 있는 그곳에 이사를 오셨고 외조부님의 가족들은 그곳에서 일제시대와 6.25를 보내셨죠. 물론 그 땅굴은 6.25때 훌륭한 대피소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땅굴과 얽힌 일화들을 통해서 인민군이 영화에서처럼 나쁜 짓만 한 것이 아니라 때론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기도 했다는 생소한 이야기도 들었지요. 그 땅굴은 여러 사촌들의 증언(?)에 의해서 저에게는 매우 사실성을 갖게 되었죠. 그리고 저희 외조부님은 외증조부님의 뜻과는 달리 매우 학식이 높은 분이셨다고 합니다. 공교롭게도 외갓집에 불이 나는 바람에 외조부님의 유품들이 모두 유실되어 볼 수는 없지만 굉장한 분이셨다고 합니다.
저는 외조부님의 얼굴도 모릅니다. 제가 태어난 후 저희 집에 들리셔서 제 얼굴을 보시고 외갓집으로 귀가하신 몇 일 후 돌아가셨죠. 지금은 외할머니께서도 안 계시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들을 더 듣거나 확인할 길은 없습니다. 외증조부의 이야기와 외할아버지와 할머니, 그리고 삼촌들과 이모, 어머니...... 그리고 저의 삶을 생각해 봅니다. 이렇게 오래 전에 외할머니께서 들려주신 이야기는 저에게 이상한 감동을 줍니다. 그리고 좀 어려운 지금 저의 현실에 용기를 주고 있습니다.
저는 의사과학을 비판하는 스켑틱스(kopsa.or.kr)의 회원입니다. 외할머니의 이야기에 과학의 메스를 들고 해부하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스켑틱스가 된 것은 과학자들이나 철학자들의 합리성과 과학을 존중하기 때문이지 우리들의 삶이 호흡하는 이야기들을 파괴하기 위한 것은 아니니까요. 누군가 저에게 가장 감동적인 예술 작품이 무엇이었냐고 묻는다면 저는 외할머니께서 들려주신 '외증조부 이야기'라고 말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예술가 혹은 미술가로서 할머니의 이야기처럼 어떻게 하면 훌륭한 작품을 생산할 수 있을까 고민합니다.
<이끼>
[이 게시물은 kopsa님에 의해 2007-12-08 22:02:34 회원 한마디에서 이동 됨]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