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토론

만리장성을 통과하는 마술이 있지요...   글쓴이 : 엔릴     날짜 : 09-01-30 15:16     조회 : 4776     만리장성을 통과하는 마술이 있지요... 데이비드 커퍼필드였던가요? 가끔 TV를 통해 놀라운 마술들을 하곤 하죠. 그 중에서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이 만리장성을 통과하는 마술이었던 것 같습니다. 만리장성에 모인 수많은 ‘증인들’ 앞에서 ‘카메라 속임수가 아니다’는 장담을 하면서 마술은 진행됩니다. 만리장성 양쪽에 장막을 치고 반대쪽으로 뚫고 나오는 장면은 참... 무척이나 흥미롭더군요. 당시 TV에 나오는 ‘증인들’ 모두 ‘카메라 속임수가 아니다’라고 증언을 하고, 또 마술사 본인도 그런 일을 행했다고 말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는 데이비드 커퍼필드가 정말로 만리장성의 한쪽 벽면에서 반대쪽 벽면으로 공간을 뚫고 이동한 것임을 인정해야 할까요? 구자님의 질문에 나오는 “높이뛰기 선수가 3미터 담장을 넘은 사건”의 진위는 아무도 모르는 것입니다. 구자님을 비롯해서 그 누구도 말입니다. 그런데 구자님은 그 사건이 ‘진실되다’는 확신을 갖고 ‘그런 것처럼 다른 신비한 일들도 일어났지만 재현이 안 되는 것일 수 있지 않느냐’고 질문을 하시는데, 그건 잘못된 질문, 아니 적어도 공정하지 못한 질문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 제 의견입니다. 따라서 그런 질문에는 답을 하지 않는 것이 가장 현명한 일일 것 같습니다만, 구태여 답을 강요하신다면 “예, 그럴 수는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것 같지는 않습니다.”가 될 것입니다. 언젠가 누군가 이야기했듯이, 특이하고 비정상적인 일에 대해서는 특이하고 비정상적일 정도로 확실한 증거가 필요한데, 우리는 그런 증거가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가능성은 인정하지만, 그런 일이 일어났거나 일어나고 있거나 일어날 것으로는 생각하지 않아도 무방하다는 이야기입니다. 믿는 것은, 증거가 발견된 이후에 시작해도 전혀 늦는 것이 아니니까요. 아니, 사실, 증거가 발견된 이후에야 믿는 것이 현명한 일일 것입니다. 다음으로... “꿈” 이야기인데요... “일반상식”이 다 옳은 것은 아니고,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꿈의 신통한 예지현상’이 “일반상식”이라는 주장은 다소 당혹스럽기까지 합니다. 물론 “꿈”의 ‘정확한 기능’이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학자들마다 의견이 분분하기는 합니다만, 그렇게 분분한 학자들의 의견에 ‘꿈은 예지’라는 것은 전혀 들어 있지 않거든요... 물론 민간의 전승이나, 기타 전설, 혹은 소설이나 설화 뭐 그런 데에서는 ‘꿈’이 그런 역할을 하는 것으로 그려지곤 합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도 그런 식의 설정이 나오기도 하지요. 하지만 사람들이 그런 상상을 하는 것과 사실은 별개의 것이라는 점은 잘 아실 것으로 생각합니다. 그리고 먼젓번 글에서 말씀하신 “운명”이라는 것...에 대한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운명이 라는 것이 존재하는 것으로 증명되려면, 우선 미리 알 수 있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저의 운명이라는 것은 제가 실제 어떤 사건을 겪기 훨씬 전에 다른 방법으로는 예측될 수 없는 내용이 미리 예측이 되어야 합니다. 이를테면 ‘나는 죽는다’ 같은 것은 운명이라고 할 수 없죠. 왜냐하면 누구나 죽으니까요. 하지만 언제 무슨 이유로 어떻게 죽는다는 것을 사건 훨씬 이전에 미리 명시적으로 밝힐 수 있다면, 운명이라는 것이 존재한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면, 운명이 존재하든 존재하지 않든 결과는 마찬가지일 것입니다. 그렇다면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옳겠지요. 한참 대화가 끊겨 있는 듯 해서 한 마디 썼는데... 글재주가 없어 걱정입니다. 혹 기분 상할만한 이야기가 있더라도 제 의견의 표명인 것으로 너그럽게 이해하여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