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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 3: 간과해서는 않되겠죠.

글쓴이 : 강선석 날짜 : 01-10-29 16:43 조회 : 35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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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도 한의학에 대한 연구는 활발하게 일어나야 한다는 측면에서 매우 공감합니다. 그러나 그 연구에는 몇 가지의 전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죠. 
한의학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느끼는 이유는 황수빈님께서 말씀하신 바와 같이, 오랫 동안 일정한 문화권 내에서 의학으로서 자리를 잡고 발전되어 왔다는 점에서 전적으로 무효한 것이 아니지 않은가 하는 점입니다. 비록 그것이 근대적인(혹은 서구적인) 과학성을 갖추지는 못했지만 의술로서의 성과가 어느 정도 있었기 때문에 지금까지 그 생명을 유지해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국제적 환경에 기인하는 문제에서도 그 필요성을 말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우리는 산업자본주의 시대에서 후기자본주의라는 또 다른 변혁의 시기를 맞고 있다고 합니다.(참고 하십시오-「소유의 종말」.제레미 리프킨/원제-「The Age of Access」.Jeremy Rifkin) 기존의 산업자본주의가 중시하던 것은 입지조건 등의 공간적 문제와 관련된 부동산, 그리고 물질적인 상품과 서비스 등이 판매자와 구매자를 통해 교환되는 활동방식이었던 반면, 지금은 Server와 Client(공급자-사용자)가 정보, 지식, 경험 등의 무형의 가치를 교환하는 새로운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고 합니다. 이런 현상을 '시장 경제'와는 달리 Network경제라는 말로써 설명하더군요. Network경제에서는 그 활동에 있어서 공간과 물질이 중요한 모티브가 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소유권을 획득하기 위한 구매방식이 아닌 접속이 중요한 매개가 되며 이것은 국가나 지역을 뛰어 넘은 글로벌 경제의 핵심이 되기도 합니다. (자세한 사항은 직접 문헌을 참고해 주시길) 이러한 경제 시스템에서 무형의 재산과 시장을 보호하기위한 것으로서 정비된 것이 지적재산권이라고 하는군요. 
위의 저서에서는 새로운 소유의 개념과 지적 재산권에 대한 하나의 판례를 예시하고 있었는데요, 그것은 다음과 같습니다. 
몇 해 전 캘리포니아 법원은 무엇이 소유이고 무엇이 소유가 아닌지에 대해 새로운 판례가 될 수 있는 놀라운 판결을 내렸다. 알래스카의 사업가 존 무어는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자기 신체의 일부에 특허가 발급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전에 무어는 희귀한 암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고 캘리포니아 대학 병원에서 치료를 받은 적이 있었다. 당시 무어를 치료했던 의사와 연구원은 무어의 비장 섬유에서 암 세포와 싸워 백혈구 세포의 성장을 촉진하는 혈액 단백질이 나온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대학측은 무어의 비장 섬유에서 세포 계열을 만들어 1984년 <발명> 특허를 받았다. 이 세포 계열의 가치는 3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무어는 뒤늦게 이 사실을 알고 자신의 섬유에 대한 재산권을 주장하면서 캘리포니아 대학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990년 캘리포니아 대법원은 무어가 자기 몸의 섬유에 대한 재산권을 주장할 수 없다며 원고에게 불리한 판결을 내렸다. 재판부는 무어의 물리적 재산권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세포 계열에 대한 캘리포니아 대학의 지적 재산권 행사는 정당하다고 밝혔다.
'DNA'라는 것은 물질로서의 의미보다는 생명을 구축하는 정보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다고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유전자조작을 통해 어떠한 농산물이나 약재가 생산된다면 이것 역시 지적 재산권에 준하는 보호아래 그것을 발견하거나 조작에 성공한 사람이 배타적인 독점권을 갖게 되는 것이죠. 발명에 대해서는 그렇다 치고 어떤 생물을 연구하던 중에 발견한 어떤 것에 대해서도 배타적인 권리가 성립할 수 있는가에 대해서는 논란의 여지가 있습니다. 그러나 이러한 부분에 있어서도 그 재산가치를 인정하는 법제도들이 미국 등에서는 정비되고 있는 실정이고 이러한 상황에서 많은 선진국들은 유전자 산업을 육성하거나 다양한 지역에서 생물표본을 채집하고 이를 연구하고 있다고 합니다. 
지적 소유권 혹은 지적 재산권이나 특허권 등은 기존의 소유권 개념과는 완전히 다른 것입니다. 이것은 경제적 약자와 강자의 주종관계를 더욱 고착시키고 그 차이를 더욱 강화시킬 것입니다. 앞으로 다가올 네트웍 경제 시대에는 경제적 권력을 장악하고 있는 나라나 기업이 각각의 지역에 있는 고유한 생물뿐만 아니라 문화까지도 상품화하고 그 권리를 주장할지도 모를 일이죠. 이러한 관점에서 한의학이 우리 손에 의해서 연구되길 바라게 됩니다. 그리고 미국식의 신자유주의적인 전제아래 연구되고 개발되는 것이 아니라 모두가 공유하고 누릴 수 있는 거이 되어야 겠죠.
제가 한의학에 대한 연구에서 전제로 두길 바라는 것은 바로 그런 것입니다. 빠르게 변해가는 세계의 상황속에서 우리를 지키는 방법은 우리 스스로 우리에게 있는 것을 가꾸고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다. 지나치게 상업성에만 얽메여서 부작용만을 초래하는 그런 것이 되어서는 않되겠죠. 옥장판이니, 황토방이니 하는 것들을 보더라도 그곳에서는 얇팍한 상술 이외에 어떤 것도 발견할 수 없습니다. 더군다나 거기에 근거도 없는 과학성을 운운 한다면 그 부작용은 더욱 커지기만 하겠죠. 가벼운 상업주의는 근거도 없는 과학성을 들어 모든 것을 상품화하기에만 급급합니다. 이렇게 특정 부류가 자신들의 사적인 욕심을 위해 집착하는 과정에서는 정치적인 성격을 갖기도 하기 때문에 그 문제의 심각성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그래서 저는 의학도나 과학자들이 한의학을 연구할 때 무엇보다도 상업성이라는 것을 염두에 둔 것이 아니어야 하며, 다음은 치밀한 과학성이 담보된 것으로서 지적인 퇴보가 아닌, 옛 것을 통해 우리의 의학이나 과학이 더욱 발전하는 것이길 바랍니다.
KOPSA 게시판에 글을 쓰면서 항상 마음에 걸리는 문제는 제가 미술이나 문화를 공부하는 학생이라는 점입니다. 물론 한 시대를 아우르기 위해서는 많은 분야에 대한 공부가 병행되어야 하는 것이지만, 저는 과학에 대해서는 문외한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제 이야기가 구체적이지 못하고 지나치게 당위적인 주장에 치우치는 것은 그런 문제 때문일 것입니다. 이 점은 읽는 이들이 양해해 주시고 부족한 점은 채워주시길 바랍니다.
<이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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