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론/철학과 정치

기독교인은 창조론자, 반진화론자가 아닌가?   글쓴이 : kopsa     날짜 : 00-01-22 18:52     조회 : 5801     기독교인은 창조론자, 반진화론자가 아닌가?   창조론자(creationist)란 무엇인가? 창조론자는 창조를 믿는 자, 우주의 창조자로서 하나임을 믿는 자이다. 다시 말해서 창조론자는 하나님을 믿는 자이다. 그렇다면 카톨릭이건 개신교건 신자는 창조론자라고 부를 수 있다. 또한 이들 종교적 믿음을 가진 어떤 과학자도 창조론자라고 할 수 있다.  1. 기독교주의의 반진화론적 입장   그렇다면 미국의 소위 문제되는 '창조론자'는 어디에 속한 것일까? 차이가 있다면 그들은 성경에 기록된 모든 것을 문자그대로 사실로 받아들이는 원리주의자(fundamentalist)로서 특히 반진화론자(antievolutionist)의 성격이 강하다. 이들은 진화론과 창조론의 교육적 다툼에서 흔히 이상한 인물로 부각되지만 믿음적, 운동적 성향의 문제이지 반진화론적 교리는 어느 기독교주의에도 공통적이 아닐까 생각된다.   우리 나라의 기독교계 신문인 국민일보가 소위 창조과학을 보는 시각을 보아도 알 수 있다. 간단히 찾아보아도 '교사 창조과학회 창립 세미나'(1999년 2월 13일), '창조과학회 송만석 회장'(1999년 6월 28일)에는 원리주의적 창조과학의 의미가 자세히 보도되었다. 연세대 수학과 교수인 송만석 회장의 다음과 같은 말도 있다.  "창조론을 믿지 않는다면 기독교인에겐 구원의 의미도 없습니다. 창조론을 부인하는 것은 기독교자체를 부인하는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창조론을 공부하며 가르치면서 느낀 것은 하나님이 위대하다는 생각을 안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기독교인으로서 창조론을 믿는 방법의 문제는 뒤에 다시 말하겠지만, 송회장은 창조과학적 접근을 택했을 뿐 앞서 말한 대로 분명히 기독교인은 믿음적으로 창조론자이며 반진화론자이다. 이런 기독교인의 믿음이 반영된 것이 미국의 진화론과 창조론의 교육적 갈등이라고 생각된다.     다시 말해서 원리주의적 창조론자만이 아무리 창조과학을 교육에 넣어야 한다고 주장하여도 제도적으로 채택될 리가 없을 것이다. 외국인의 글을 번역한 문화일보(진화론 vs 창조론 미생물교육 딜렘마, 1998년 12월 7일)의 "국민 중 기독교인이 다수를 차지하면서 창조론을 가르치라는 압력이 거세기 때문이다"라고 한 '기독교인' 문구가 정확해 보인다.      이런 입장은 다른 곳에서도 발견된다. 얼마전 미 캔자스 주가 교육지침에서 진화론의 삭제를 결정했을 때 국민일보(1999년 8월 12일)는 이를 "미 교육계 '믿음으로 도덕성 회복'"이라는 표제로 보도하였다. 윈리주의 창조 과학자 대신에 다음과 같이 일반적인 '기독교계'라는 표현을 썼다.         "미 교육계의 이 같은 움직임은 성서에 입각한 창조론 교육을 주창해 온 미기독교계로서는 속시원한 쾌거가 아닐 수 없다...오랫동안 진화론 거부논쟁을 벌여온 미기독교계에 커다란 승리를 안겨 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카톨릭의 진화론에 대한 관점은 뒤에 언급하겠으나 이곳에는 조선일보(1999년 10월 29일, [김수환 추기경] 우리만 거꾸로 가는 것 같아 걱정]에 나온 김 추기경의 견해를 옮겨 본다.   "김 추기경은 특히 과학과 종교의 관계가 인류의 미래에 핵심적인 문제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은 인간에게 무한한 능력을 주었지만 인간이 신에 대한 두려움과 생명에 대한 경외심을 잃어 버릴 때 그 결과는 인간의 몰락과 파멸 뿐}이라는 진단이다. 그런 관점에서 볼 때 생명과 우주 현상을 우연과 진화론에 의해 설명하고 맹목적으로 달려가는 오늘날의 과학은 근본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는 것이다." 2. 종교와 과학의 전략   위의 내용으로 말하려는 것은 개신교, 카톨릭 모두가 반진화론적 믿음을 견지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앞서 말한 대로 미국의 원리주의 창조론자는 반진화론적 믿음을 구체적으로 교육에 구현하기 위한 행동세력이라고 이해해야 한다. 이들을 괴물스런 부류로 몰아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작금의 진화론 대 창조론 다툼은 사실상 과학혁명이래 있어 온 과학과 종교와의 갈등의 범주에 속한 것이다.   어떤 종교건 종교는 사회질서와 불가분의 것이다. 중세 기독교 지배하에서 하나님은 하나의 군주였다. 과학혁명과 과학의 발달이 가져 온 이 질서의 파괴를 종교는 방관하고 있었을 것인가? 코페르니쿠스의 지동설이 준 충격은 갈릴레오(Galileo Galilei, 1564-1642)의 심문으로 나타났다.     우주론에 이어 두 번째 종교에 가해진 충격은 생명에 관한 1858년 다윈(Charles Darwin, 1809-82)의 진화론이다. 1860년 옥스퍼드에서의 헉슬리(Thomas Huxley, 1825-95)와 윌버퍼스 주교(Bishop Samuel Wilberforce) 주교와의 논쟁, 1925년 스콥스(John Scopes) 재판에서의 대로우(Clarence Darrow)와 윈리주의자 브라이언(William Jennings Bryan)의 다툼이 대표적이다.     이런 예는 종교와 과학간의 갈등을 상징적으로 표현해 주지만 실제 이 갈등의 깊이를 얼마나 이해시켜 줄지 미지수이다. 이를 보충하기 위해 종교 또는 과학이 취해 온 전략적 측면에서 좀 더 설명해 보자. 우선 종교에서, 갈등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교리를 훼손하지 않으면서 과학적 발견을 포용하거나 또는 과학을 무력화시키는 두 가지 방법이 있다.   첫 번째 과학적 발견의 포용이란 하나의 이론을 전부 포용한다는 의미는 아니다. 종교계 인물은 아니지만 19세기 다윈과 함께 진화론을 창시한 월리스(Alfred Russel Wallace, 1823-1913)의 시도가 그런 것이다. 그는 진화론을 믿으면서도 인간 영혼만큼은 물질적 진화로 환원하기를 거부한 인물이며 오늘날 진화론에 대한 카톨릭의 태도에서도 유사한 경향을 발견한다는 것은 놀랍지 않다.     또한 1959년 테야르 드 샤르댕(Pierre Teilhard de Chardin, 1881-1955) 신부의 '오메가 포인트(omega point)'도 있다. 그의 대체 진화론은 교회에 의해 이설로 규탄 받았으나 과학계에서 별로 심각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할 정도로 진화론을 수용했다. 그러나 그는 의식의 진화가 향하는 방향의 오메가 포인트를 기독교 정신의 달성으로 설정하여 기독교와 진화론의 화해를 모색한 것이다. 정통 다윈 진화론은 목적이 없지만 기독교적인 것은 아니지만 지금도 목적론적 진화론을 주창하는 학자가 있다는 점에서 무시할 수 없는 경향이다.     다음에 기독교로서 취할 수 있는 방법은 과학의 무력화이다. "과학적 방법은 없다" 또는 "객관적 진리가 없다"라는 포스트모던 인식론은 과학을 총체적으로 무력화, 비정당화시킬 수 있는 무기가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과학적 진리가 종교적 진리의 우위에 설 수 있다고 말할 사람은 없다.     사실상 정상 과학을 인정하고서도 종교는 할 말이 있었다. "진화론은 하나의 이론이며 이론은 바뀔 수 있을 진데 그것을 절대적인 진리로 생각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는 지금 기독교계에서 진화론과 관련하여 말하는 내용이다. 그리고 내용이야 어떻든 미국의 원리주의 창조론자는 정상 과학을 인정한 가운데 과학적 진화론 자체를 완전히 무력화시킬 시도를 하고 있다. 이 시도가 성공할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러나 종교와 과학의 갈등적 승리 전략의 측면에서 인정하고 넘어가야 할 것이다.   종교와 과학의 갈등은 과학적 세계관의  모던 시대에서 어느 면에서 종교의 의도적 방어적 공격적 측면이 있지만 과학은 그 자체 종교를 부정한 과학적 전망을 자리잡게 하기 때문에 종교에는 치명적일 수 있다. 근원적으로 과학과 이성의 도구를 갖다 대면 인간이 신의 창조물이 아니라 신이 인간의 창조물이라는 것이 명백하게 들어 나기 때문이다.   심지어 비종교적 인본주의(secular humanism)까지 등장하여 제도적 종교를 대체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일까지 생겨났다. '비종교적 인본주의'는 종교가 아니면서 관용심, 동정심 등의 개발을 증진시켜 개개인과 인류의 성취를 목표로 한 철학이다. 특히 믿음에 기초한 종교와는 달리 과학, 비평적 분석, 철학적 내적 성찰과 같은 방법론을 중요시한다. 이들은 기성종교, 특히 기독교의 제도적 사회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주장한다.       3. 불가능한 종교와 과학의 타협?   이제까지 종교와 과학, 특히 과학의 시대 기독교의 승리적 전략 측면에서 간단히 기술했으나, 과연 종교와 과학의 타협이 가능하겠는지, 소위 신과학적 전망에 대해서는 < 신과학 바로알기 >에 정리한 적이 있으나 이 외에도 대단히 깊고 광범위한 분야이므로 좀 더 공부해 가며 차츰 정리해 보려고 한다. 이곳에서는 진화론, 창조론 논쟁과 관련하여 기독교와 과학이 공존이 가능한 것인지 개론적으로 살펴본다.   원칙적으로 공존이 불가능하다고 보는 견해는 기독교와 과학이 서로 다른 진리를 다룬다는 점 때문이다. 기독교에서는 성서의 말씀을 진리로 여기며 과학은 과학적 방법을 도구로 탐색한 결과를 사실로 믿는다. 성서는 분명히 지구 위의 인간이 우주의 중심이라고 했으나 갈릴레오는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 아니라고 하여 심문을 받았다.    1992년 갈릴레오의 복권과 관련하여 교황(Pope John Paul II)은 과학의 결과를 참조하여 성경을 바르게 해석할 필요가 있다고 하였다. "과학은 오류와 미신으로부터 종교를 순화시킨다"고 하며 과학을 포용하는 입장에서 문제를 정리한 것이다.     진화론과 관련된 카톨릭의 입장 변화의 기미가 보였다고 흔히 말하는 것은 1952년 교황 피우스 12세(Pope Pius XII) 때이다. 그러나 교황은 진화론 주의(doctrine of evolutionism)를 그와 상반된 가설과 동등한 깊이로 연구할 가치가 있는 하나의 진지한 가설(a serious hypothesis)이라고 하면서도 다음과 같은 방법론적 조건을 달았다.  "이 의견이 확실한 증명된 주의(doctrine)인 것처럼 그리고 그것이 제기하는 문제와 관련하여 완전히 성경의 일부분을 떼어 낼 수 있는 것처럼  인정받아서는 안 된다. 그는(Pope Pius XII) 또한 내가(Pope John Paul II) 곧 언급할 논점인 기독교 신앙과 모순이 없어야 할 것이라는 조건을 자세히 말했다."   이 때 기독교 신앙이란 무엇인가? 그것은 인간 개념과 관련하여 성경이 가르쳐 주는 것이다. 하나님의 형상대로 닮게 창조된, 하느님이 목적한 바가 있어 창조하신 유일한 생명체가 인간인 것이다. 육체가 이미 존재하던 살아 있는 물질로부터 왔더라도 영혼은 그 즉시 하나님이 창조하신 것이다. 이외에도 1996년 교황이 말씀하신 여러 가지가 있으나 필자의 천박한 성경지식으로 더 많은 오류를 만들어 낼 것 같아 생략한다.     그러나 이것만 보아도 카톨릭에서 진화론과 타협할 가능성은 전혀 없다. 단지 1996년 교황은 1952년 교황 피우스 12세 때와 달리 많은 과학적 연구가 이뤄져 진화론을 지지하는 의미 있는 결과가 나와 있다고 언급했다. 그러나 그는 과학이론이란 언제 건 교정될 수 있는 과학의 속성이며 또한 인간이 영적 존재가 되는 순간은 과학적 관찰의 대상이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하여 진화론과 어떤 연결도 의미하지 않았다.  4. 종교와 과학의 공존?   이런 가운데 종교와 과학이, 구체적으로 창조론과 진화론간의  타협을 이루는 방법으로 흔히 말하는 것이 없는 것은 아니다.  "진화론을 믿는 과학자 가운데 상당수가 기독교인이 아닌가?" 하는 시각에서 보는 것이다. 다시 말해서 성경의 창세기는 단지 은유적 이야기이며 과학적 진화론적 믿음과 배치되지 않는다고 보는 관점이다. 이렇게 종교와 과학이 협동하여 인간의 정신적 물질적 삶에 보탬이 되면 되지 않겠는가?   그렇지 않다고 해도, 필자는 종교와 과학을 상보적 개념으로 말해 왔다. 서로 배타적인 요소가 있지만 함께 믿고 살아갈 수 있다는 의미이다. 아마도 필자와 같은 비기독교인은 이렇게 말할 수 있고 또 기독교인 가운데도 같은 말을 할 사람이 있겠지만 정말로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기독교의 가르침을 전파할 책임을 맡은 사람이라면 분명 서로 배타적인 창조론과 진화론 가운데 성경의 말씀 그대로 창조론을 택할 것이라는 생각도 든다.   필자가 "진정한 기독교인이라면 창조론자이며 반진화론자이다"라고 말한다면 잘못된 것일까? 그렇다면 과학에서 사실이라고 가르치는 진화론이 이들에게 어떤 의미를 주는 것일까? 그렇다고 미국의 원리주의적 창조론을 옳은 것으로 말해야 할 것인가?  필자는 앞으로 합리성을 제일 주의로 하여 만일 창조론자라면 또는 진화론자라면 상대방에 어떤 승리 전략을 수립할 수 있을지 생각해 보고자 한다. 그렇게 한다면 무엇인가 타협 접근도 가능할 것이라고 기대한다. 천박한 지식이지만 과학과 종교의 타협에 일조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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